[무한도전]│② [무한도전] 5인, 더 나아지길 바라

2017.01.31
MBC [무한도전]이 7주간의 조정 기간을 거치며 프로그램의 기획을 다잡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프로그램을 아끼던 이들도 시즌제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강행군을 하던 그들이기에 누구도 이 휴지기에 불만을 갖진 않는다. 다만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헤어져 있는 만큼, 또 그들 스스로 프로그램을 정비하겠다는 마음으로 조정 기간을 갖는 만큼 그 시간 동안 멤버들 각각이 더 보완하면 좋을 것들을 제언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곧 군대에 입대하기로 한 광희에 대해서는 우선 잘 다녀오라는 말만 남기도록 하겠다.

유재석, 완벽주의 리더 밑에서 너무 힘들진 않을까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난 14일 ‘너의 이름은’ 편에서 본인의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91세 할머니를 뵌 뒤 유재석이 시청자를 향해 한 말이다. 케이블 채널을 돌리며 자신의 얼굴을 찾던 유재석의 당황한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 예능으로서는 성공한 편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성공적인 상황에서도 유재석은 강박적으로 ‘더 열심히’를 말한다. 이것은 유재석을 한국 최고의 MC로 만들어준 완벽주의의 한 단면이다. 그는 스스로에게도 엄격하지만 팀원들에게도 조금은 과도한 성과주의적인 접근을 하는 워커홀릭 ‘유 부장’처럼 행동한다. 이제는 [무한도전]을 떠난 정형돈, 길, 그리고 또 곧 군 입대로 떠날 광희까지 프로그램 안에서 ‘노잼’으로 상당히 오래 방황한 이들을 MC로서 챙겨준 것과는 별개로 그들의 ‘노잼’ 캐릭터를 공고히 한 것도 유재석이다. 물론 상대방을 그냥 방치하는 것보다는 “광희는 방송이 아니고 웹툰을 해야 합니다”라고 한 번이라도 더 언급해주는 것이 멤버에게도 나을 수 있다. 이것이 상대를 모욕하거나 ‘왕따’시키는 문제가 될 수는 없다. 다만 ‘호불호’나 ‘잼노잼’처럼 시청자가 직접 판단할 요소들을 미리 스스로 평가하고 더 잘하길 압박하는 그의 진행에서 종종 그가 멤버를 어떻게 대하느냐가 시청자가 멤버를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걸 결정하기도 한다. 2016년 정준하의 육체적 노력이나 연말 광희의 잠재력 폭발은 유재석의 직접적인 인정을 통해 비로소 공식 인증 마크가 붙는다. 유재석이 인정하지 않으면 시청자도 인정하지 않는다. 그때까진 다들 좌불안석이다. 성과를 위해 멤버들을 독려하는 것과 압박하는 건 함께 갈 수밖에 없다. 다만 그 압박이 때로 웃음을 주려는 이들의 웃음기 자체를 지워버린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건강한 웃음입니까?

박명수, 이제 그만 본업에 집중할 때
예능에 혹사가 있다면 [무한도전]의 유재석일 것이고, 태업이 있다면 역시 [무한도전]의 박명수일 것이다. 유재석이 “명수 형 레전드가 다 2010년 이전이에요”라고 하기도 했지만, 박명수의 최근 1, 2년에서 ‘웃음 사냥꾼’ 특집처럼 본인이 주도했다가 제대로 망했던 기획을 제외하더라도 평소 엄청나게 집중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아수라] 출연진들과 대결한 ‘신들의 전쟁’에서 멤버 중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단독 돌격을 했다가 포로로 잡히고 아무 생각 없이 상대편인 정우성에게 자기 팀의 패를 공개한 것은 물론이고, 특유의 ‘아무 말’로 토크의 맥을 끊는 건 거의 매주 벌어지는 일이다. ‘위대한 유산’ 특집 공연에서 파트너인 딘딘의 말을 끊고 “Yes, I can!”을 외친 건 딘딘에게도 공연에도 방송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스스로는 하던 대로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과거 ‘찮은이형’의 역시 하찮은 호통과 허세가 전체 캐릭터 쇼에 녹아들어갔던 것과 달리 이제 그의 호통은 개인의 짜증을 방송에서 토해내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것이 혹 방송을 위한 위악이라 할지언정 멤버들이 그의 하찮음을 전제한 상태에서 호통이나 반 욕설을 용인해주는 것과 ‘유재석 VS 박명수로 살아보기’에서 어린 조연출에게 운전을 가르치며 “이런 멍청아!”라고 외치는 건 전혀 맥락이 다르다. 유재석과 자막의 도움이 없다면 그의 막무가내 호통이 일말의 웃음으로 연결되기란 어려운 일이다. ‘히트다 히트’ 유행어 소유권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 녹화에 대해 본인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스포일러를 누설한 것도 최대한 선해했을 때조차 집중력이 떨어졌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추격전에서 광희처럼 열심히 뛰라는 것도, 정준하처럼 1년 동안 고행의 길을 걸으라는 것도 아니고, 유재석 같은 에이스가 되라는 건 더더욱 아니다. 우선은 하는 일에 집중하자.

양세형, 웃기거나 크게 사고 치거나
양세형은 언제나 아슬아슬하다. 그가 게스트로 출연한 [무한도전]에서 제작진과 유재석의 사랑을 듬뿍 받고 실질적 고정을 꿰찰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엄청난 반응 속도 때문이다. 지난 성탄 특집에서 그 말 잘하는 유재석조차 “멘트 몇십 개 준비되어 있어요?”라고 물어볼 정도다. ‘그래비티’ 편에선 가짜 러시아어로 통신을 하며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도킹 체험을 살려냈다. 그렇다고 박명수처럼 시도 때도 없이 멘트를 던져 오디오가 물리고 맥을 끊는 게 아니라, 정확히 치고 빠져 오디오의 공백을 최소화한다. 이것은 예능인으로서 대단한 능력이 맞다. 특히 편집하는 입장에서 양세형을 사랑하지 않기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역시 반응속도로 승부하는 또 다른 타입인 탁재훈과 마찬가지로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그의 멘트들은 종종 위험한 수준이다. 유재석의 댄싱킹 미션을 시기한 박명수가 방탄소년단과의 협업을 제작진에게 제안한 게 밝혀지자 “꼴값”이라고 비난하고, 정준하에 대해서는 “이 형한테 배울 게 없다”고 한다. 그때마다 유재석이 웃고 반응해주지 않는다면 도덕적으로 위험하거나, 건방지다는 이야기를 듣기 딱 좋은 멘트들이다. 게스트 출연 초기부터 멤버들에게 “원래 있었던 사람 같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가 이제 정말 [무한도전]의 멤버로서 무사히 안착하기 위해서는 그 위태로운 경계선 조금 안쪽에서 자신의 장점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하하, 명색이 ‘런닝맨’인데
정준하처럼 명백히 눈에 보이는 육체적인 고행과 노력을 하는 건 아니지만 프로그램의 흐름을 잇는 능력으로 따지면 현재 유재석의 가장 큰 조력자는 정준하가 아닌 하하일 것이다. 유재석이 굵직한 흐름을 잡는다면, 성탄 특집에서 유재석 대신 “서로 칭찬 좀 해줍시다”라고 진행의 작은 물꼬를 트는 건 역시 하하의 역할이다. 박명수는 인정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오늘 뭐 하지?’ 편에서 그냥 흘러 지나갈 뻔한 “세계의 히트다”라는 멘트를 살려 ‘히트다 히트’로 소소하게 분위기를 띄운 것도 하하였다. 잘하고 있는 그에게 단 한 가지 아쉬운 건 조직의 톱니바퀴 역할에 충실해지면서 게임 플레이어로서의 활약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신들의 전쟁’ 때 방심하고 있다가 김원해에게 붙잡힌 건 실수였다 하더라도, 무도리를 잡으러 나갔다가 해골을 세 개나 수집한 이후에나 게임의 룰을 제대로 이해하고 산에서 헤맨 정준하보다 못한 꼴찌를 하고, ‘너의 이름은’에서 ‘냉동인간’ 최민용과 꽤 흥미로운 합을 주고받은 것과는 별개로 너무나 허무하게 자신을 모르는(심지어 유재석조차 모르던) 시민을 만나 빠르게 퇴근해야 했다. 물론 무도리를 잡으러 간 두 번째 라운드에서 유재석에게 좀 봐달라고 부탁하면서 ‘무한상사’ 상황극을 거는 센스는 방송에 많은 도움이 됐겠지만, 게임 플레이어로서의 활약과는 거리가 있었다. 방영 당시 상당히 논란이 됐던 ‘릴레이툰’ 특집에서의 첫 번째 작품 역시 비판받은 것처럼 무책임한 게 문제라기보다는, 오히려 예능에 대한 욕심으로 다음 순번을 골탕 먹이려다가 정작 본인의 작품을 재미없게 만들었다는 게 문제의 본질에 가까울 것이다.

정준하, ‘열일’도 좋지만
리더 유재석이 주도하는 완벽주의와 성과주의 모델에서 정준하는 지난 2년여 동안 일등 사원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과거 자신을 챙겨주지 않는다고 대놓고 서운한 티를 내며 철없는 형 캐릭터를 보여줬던 그는 마치 그 시절의 자신을 반면교사로 삼은 듯한 행보를 보였다. 우려와 냉소를 무릅쓰고 Mmet [쇼 미 더 머니 5]에 도전하기도 했고, 겁 많은 성격에도 불구하고 벌칙으로 무서운 롤러코스터 타기 미션을 완수했으며,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나가 물 풍선도 맞았다. 이런 정준하의 ‘열일’에 대해 유재석 역시 MBC 연예대상 수상 소감에서도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그가 연예대상 유력 후보가 될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또한 그만큼 [무한도전] 조직의 고과평가는 얼마나 고생했느냐는 기준에 따라 매겨지게 됐다. 500회 특집으로 무도리를 잡으러 갔다가 산길만 헤매다 온 그가 짜증과 자책에 반쯤 울먹이며 “재석아, 501회부터 열심히 할게”라고 말하는 장면은 소위 진정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숨길 수 없는 마음고생까지 보여줬다. 애틋하지만, 충분히 생길 수 있는 변수에서까지 출연자가 분량을 걱정하고 속이 썩는 과정을 보는 건 편치 않다. 물론 이것을 정준하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웃음을 주기 위한 노력과 가시적인 고생이 동의어가 되는 데에는 제작진부터 시청자까지 포함한 폭넓은 요인이 작용했다. 고생을 마다않는 정준하가 일등 사원이 되고 ‘열일’을 인정받는 것 자체는 좋다. 하지만 이것만이 일등 사원이 되는 길이라면, 그건 좀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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