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① [무한도전]이 7주 동안 보완해야 할 일곱 가지

2017.01.31
지난 11일, MBC [무한도전] 측은 7주간의 재정비 시간을 가지겠다고 밝혔다. 10년 이상 휴식 없이 이어져온 스케줄로 지쳤을 멤버들과 제작진에게는 그야말로 물리적인 의미에서의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리고, ‘재정비’를 선언한 만큼 그동안 프로그램이 보여주었던 방향성 역시 점검할 때가 되었다. 다음은 7주 동안 [무한도전]이 보완하면 좋을 일곱 가지 요소들이다. 특별한 요구라기보다는 기본적인 상식의 영역이며, 마음만 먹는다면 [무한도전]이 10년 동안 해냈던 수많은 도전들보다는 훨씬 더 해결하기 수월할 과제일 것이다.

누군가의 특징을 웃음거리 삼지 않는다
[무한도전]에는 멤버별로 고정적인 캐릭터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캐릭터는 대부분 각각의 외모적인 특징에서 비롯된 것이다. 안경을 벗은 유재석의 얼굴, 박명수의 숱이 적은 머리카락, 정준하의 머리 크기와 커다란 덩치는 계속해서 농담의 소재로 활용된다. 심지어 정형돈과 길, 정준하는 함께 출연했던 시절 몸무게에 따라 뚱보-뚱뚱보-뚱뚱뚱보라고 한데 묶여 놀림을 받기도 했다. 프로그램의 정체성이기도 했던 ‘모자란 남성’의 이미지를 부여하는 방법 중 하나였겠지만, 생김새를 이유로 누군가를 놀리는 일은 멤버들 서로에게도 예의가 없는 일일뿐더러 방송을 보는 이들에게도 은연중에 ‘이래도 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외모가 뛰어나지 않은 남성들을 불러 모은 ‘못.친.소 페스티벌’은 물론, 당시 등장한 “개리 형 오징어인데”(하하),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은 강력한 우승후보’(배우 우현에게 자막으로) 등의 발언 또한 마찬가지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웃음을 자아내는 방식 중 가장 손쉽고 효과적인 것이 외모 지적이라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남성과 여성을 무조건 짝지을 필요는 없다
광희가 합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무한도전]은 그가 이상형으로 꼽았던 유이를 초대해 일종의 소개팅을 성사시켰다. 프로그램에 아직 적응도 하지 못한 멤버를 굳이 이런 기획에 활용하거나, 광희와 유이의 식사를 지켜보며 과도하게 설레어하는 나머지 멤버들의 모습을 굳이 비추거나, 여성 게스트를 섭외해 굳이 누군가의 연애 대상으로만 그릴 필요는 없었음에도 말이다. 게다가 이후 이어진 내용에서는 김영철과 지상렬, 김제동, 송은이, 김숙, 신봉선을 모아 아예 단체 미팅 같은 자리를 만들었다. 어떻게든 남성과 여성을 짝지어주고 안도하는 듯한 프로그램의 태도는 연애와 결혼의 기본 값을 남성과 여성으로 놓는다는 점, 그리고 한 사람의 인생에 연애와 결혼이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것처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도 올바르지 않다. 이러한 시도는 2014년 방송된 ‘홍철아 장가가자’ 편에서도 드러난 바 있는데, 해당 회차에서 멤버들은 노홍철의 이상형을 찾기 위해 지나가는 여성들을 무작정 붙잡고 남자친구가 있냐거나, 노홍철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둥 무례한 질문을 던져 시청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최근 엄현경에게 무리하게 들이댄 기안84, 그를 방조한 KBS [해피투게더3] 출연진과 제작진의 행동이 문제로 제기된 것처럼 7주 후에도, 아니 그보다 더 이후에도 반복해서는 안 될 기획이다.

무엇이든 훈훈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나쁜 기억 지우개’ 편은 혜민스님과 윤태호 작가 등 소위 말하는 멘토들 앞에서 멤버들이 고민을 털어놓고, 이어 그들이 일반인들을 직접 상담해주는 기획으로 구성되었다. 취직 때문에 고민하는 노량진 고시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유재석이 자신도 그런 시절을 겪었음을 고백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수는 있다. 다만 현재 청년들이 안고 있는 문제는 개인의 차원에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그로 인한 괴로움을 다소 신파적으로 소비하면서도 단순히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다 잘될 것’이라는 뉘앙스의 답변을 제시하는 것은 안일하다고밖에 이야기할 수 없다. 혜민스님은 “상담은요, 버텨주는 거예요. 그냥 힘들어하는 감정을 옆에서 같이 버텨주는 거예요”라고 말했지만, 이것은 상담해주는 입장에서의 자기만족에 불과하다. 또한 ‘배달의 무도’ 에피소드는 한국의 뿌리 깊은 남녀차별 때문에 태어나자마자 외국에 입양되어야 했던 여성의 사연을 다루면서도 가족과의 극적인 만남으로 훈훈하게 마무리 지었을 뿐, 성차별 이슈는 언급하지 않았다. 예능에서 사회적인 문제를 다룰 때, 시사교양 프로그램만큼 깊숙이 파고들기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소재 선정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중요한 이슈를 건드리면서도 예능이기에 핵심까지 짚고 넘어갈 수 없다면, 혹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여긴다면 애초에 왜 해당 소재를 예능에서 다루려고 했는지를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재미없는’ 캐릭터를 굳이 만들 필요는 없다
프로그램 초반, 정형돈은 ‘재미없는’ 캐릭터였다. 동료 멤버들의 시도 때도 없는 ‘재미없다’는 평가와 ‘정형돈과 같이 다니면 분량이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게스트의 걱정 섞인 농담 사이에서 정형돈의 멘트는 점점 줄어들었고, 후에 그는 당시의 캐릭터가 큰 스트레스였음을 고백하기도 했다. 길 또한 흐름을 잘 짚어내지 못한다는 이유로 ‘태생적으로 재미없는 친구’ 또는 ‘무리수’라는 별명을 얻어야 했으며, 심지어는 김태호 PD가 길을 지적하는 모습이 방송에서 노출되기까지 했다. 예능에서의 활약이란 개인의 능력과 아주 무관할 수 없지만, 프로그램에 적응하지 못하는 멤버를 카메라 뒤에서 서포트해주는 것과 캐릭터를 만든다는 핑계로 공개적인 상황에서 놀리며 ‘재미없음’을 공표하는 것은 아무래도 다를 수밖에 없다. 후자는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시청자들이 해당 멤버를 비난하는 데 조금이라도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하다. ‘식스맨 프로젝트’로 [무한도전]에 합류한 광희의 경우, 역시 ‘재미가 없다’는 이유로 꾸준히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고 있으며 그럼에도 멤버들은 그를 배려하는 대신 끊임없이 놀리거나 비웃는다. 아마 광희는 군 입대로 곧 하차하겠지만, 누가 새로 들어오든 더 이상 ‘재미없는 캐릭터’는 만들지 않기를. 

여성은 ‘꽃병풍’이 아니다
2016년의 방송이 맞는지 눈을 의심했다. 시청자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겠다는 의도로 만들어진 ‘산타 아카데미’ 편은 오래전 인기를 끌었던 MBC [느낌표] ‘칭찬합시다’의 포맷을 그대로 빌려오며 짧은 옷을 입은 여성 치어리더들을 멤버들 뒤로 배치했다. 아무리 그 시절의 프로그램을 재현한다 해도 치어리더까지 똑같이 섭외할 필요는 없고, 이것은 ‘여성 치어리더’라는 존재가 거의 모든 상황에서 ‘꽃병풍’ 정도로 활용된다는 점을 조금만 고민했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다. 멤버 전원이 남성인 데다 게스트의 대부분을 남성으로 채우고 있기 때문인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젠더 이슈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지금까지 [무한도전]이 여성을 다루는 방식은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김태희나 김연아처럼 ‘여신’으로 대하거나, 홍진경과 김숙처럼 만만하게 후려치거나, 아니면 아예 섭외하지 않거나. 2015년 연말 방송된 [무한도전] ‘예능총회’에서 김숙이 “2015년은 남자들 판이었다”, “여자가 살아남기 굉장히 힘든 해였다”, “송은이 씨도 일이 없어지니까 적성 검사를 했다”고 뼈 있는 농담을 했음에도 나아지지 않았다는 건, 여성 관련 이슈만큼은 여전히 자신들과 상관없는 것으로 여긴다는 뜻 아닐까.

역사에 집중하지 않아도 된다
‘역사’는 2015년부터 현재까지 [무한도전]이 나름대로 집중하고 있는 테마다.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인 강제 이주 지역이었던 우토로 마을을 찾아가 그곳의 역사와 현재를 알렸고, 일본 하시마섬을 방문해 강제 징용됐던 조선인들의 삶을 돌아보기도 했다. LA에서 도산 안창호 선생의 업적을 조명한 ‘미국 LA 특집’, 역사를 다양한 랩으로 풀어낸 ‘역사X힙합 프로젝트-위대한 유산’(이하 ‘위대한 유산’) 편 또한 그 연장선에 있다. 더 많은 사람이 접근하고 이해하기 쉬운 예능의 방식으로 역사를 다룬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지만, 왜 지금 ‘민족의 역사’에 주목하는지가 설명되지 않은 탓에 역사라는 주제를 다룬다는 사실 자체에 경도된 듯한 태도만이 두드러졌다. 역사 특집에서 멤버들은 늘 “몰랐던 게 부끄럽고 죄송하다”는 뉘앙스의 멘트를 하고, 제작진은 언제나 웅장한 음악을 배경으로 깐다. ‘위대한 유산’에서 설민석은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E.H 카의 말을 인용하며 “우리 민족은요, 반만 년 동안 수많은 외침을 받으면서 단결의 DNA, 그리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근성의 DNA가 있어요”라고 말했지만 듣기에 그럴싸한 멘트일 뿐이다.

브랜드 파워를 과하게 앞세우지 않는다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들이 쌓이면서 [무한도전]은 범대중적인 인지도의 프로그램이 되었다. 일단 [무한도전]에 등장하면 무엇이든 화제가 되고, 거기에는 유재석의 힘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방송은 종종 ‘[무한도전]이니까 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멤버들이 다른 이의 1년 계획을 임의로 세웠던 ‘행운의 편지’ 편에서는 상대방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EXO와 유재석의 콜라보레이션’, ‘Mnet [쇼 미 더 머니] 출전’을 추진하기도 했으며, 최근 방송된 ‘정준하 대상 프로젝트’는 아무리 농담에 가까운 제목이라 해도 ‘[무한도전]이라면 정준하의 대상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여기에 더해 멤버들 각각의 인지도를 테스트하는 ‘너의 이름은’ 편은 결국 [무한도전]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유재석의 위상을 보여주고, TV를 거의 보지 않는 노인이 자신의 이름을 모른다는 이유로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하는 그의 모습을 비추며 ‘열심히 하고 있지만 더 열심히 하는 [무한도전]’을 강조했다. 열심히 하는 것은 기획의 결과로 보여주면 되고, 시청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맹세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이제는, ‘열심히’ 보다 제대로 해야 할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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