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의 솔로 vs 서현의 솔로

2017.01.31
오랜 경력의 아이돌 그룹 출신이지만, 솔로 활동은 처음이다. 그리고, 그동안 보여주었던 이미지와는 다른 방향을 나름대로 모색했다.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수지와 서현의 솔로에 대해 황효진 기자와 서성덕 음악평론가가 각각 이야기했다.


‘Yes No Maybe’, 수지의 ‘예쁨’만 남았다
‘Yes No Maybe’의 뮤직비디오는 노골적으로 레퍼런스를 드러낸다. 전체적으로 붉은 빛이 도는 톤, 흔들리는 화면, 홍콩의 거리 등 실제로 홍콩 올로케이션을 통해 촬영된 영상은 영화 [중경삼림]이나 [화양연화], [타락천사] 등의 작품을 떠올리게 만든다. 해당 영화를 자세히 알지 못한다 해도 쉽게 파악할 수 있을 정도다. 이 안에서 수지는 그동안 보여주었던 모습들과는 조금 결이 다른 얼굴을 연기한다. 얇은 슬립 원피스 한 장만 걸친 채 홍콩의 밤거리를 비틀거리며 걷고, 멍한 표정으로 짙은 색 립스틱을 마구 바르며, 침대 위에서 연인과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심지어 마지막 장면에서는 수지가 자신을 떠난 연인과 그의 곁에 있는 누군가를 죽였다는 사실이 암시된다. 적당히 청순하고 적당히 섹시하면서도 아슬아슬하게 위험해 보이는 이미지. 요약하자면 ‘Yes No Maybe’의 뮤직비디오는 수지의 뒷면을 소개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다. 

수지는 언제나 맑고 밝고 착한 여자아이였다. 그가 속했던 미쓰에이는 데뷔 때부터 도발적이며 만만치 않은 여성을 표방했지만, 무대에서의 수지와 스크린에서의 수지는 하나의 맥락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비타500 등의 광고와 영화 [건축학개론] 등을 거치며 그가 획득한 캐릭터는 비타민 같은 소녀, 혹은 ‘국민 첫사랑’이었다. 그러나 반복되는 이미지에는 한계가 있고, 더 이상 거기에 머물 수 없는 상황에서 살짝 다른 콘셉트의 ‘Yes No Maybe’는 타당한 선택처럼 보이기도 한다. 문제는 정말로 이것이 수지에게 새로운 캐릭터를 부여하고 있는가다. 뮤직비디오의 레퍼런스 또한 직관적이지만 이미 철 지난 것인데다, 훨씬 더 파격적으로 연출할 수 있었던 설정을 지루하게 덮어버린다. “목소릴 들으면 분명히 내 맘이 또 다시 흔들려”, “다신 너를 안 보려 해도 또 너에게 가고 있어” 등 떠난 연인에게 흔들리는 여성의 이야기 또한 2017년인 지금 고루하게 들릴 수밖에 없으며, 뮤직비디오에서 소극적으로나마 시도한 ‘일탈’을 무색하게 만들기까지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가쁜 호흡의 노래, 섹시한 분위기를 풍기되 오버하지 않는 안무를 미쓰에이의 멤버 중 한명이 아니라 혼자서도 충분히 소화해낸 것은 분명 수지의 역량이다. 다만, 이러한 장점 역시 무엇 하나 도드라지지 않는 콘텐츠 안에서 그럭저럭 잘해냈다는 정도로 묻혀버린다.

결국 남는 것은 수지의 비주얼뿐이다. ‘Yes No Maybe’의 티저가 인스타그램 사이즈의 짧은 클립으로 만들어 졌듯, 안무영상에서도 뮤직비디오에서도 오로지 수지의 ‘예쁨’만이 잘라놓고 두고두고 보고 싶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첫사랑 소녀처럼 이렇게 예뻤던 수지가 저렇게 해도 예쁘다는 증명. 최소한 스타의 매력을 깎아먹지 않는 것은 콘텐츠의 중요한 역할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이미 익히 알고 있던 수지의 아름다움을 단지 해치지 않는 선에서 멈춘 ‘Yes No Maybe’를 성공이라 평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건 몇 장의 패션 화보로도 가능한 일일 테니까. 그리고, 이 활동이 성공적인 기획이었는지 아닌지는 배우로서 혹은 가수로서 수지의 이후 행보와 성과를 통해서 더욱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글. 황효진


‘Don’t Say No’, 서현이 선택한 서현
서현은 솔로 앨범 [Don’t Say No] 발매 이후 종종 자신을 ‘신인 솔로가수’라고 표현했다. 지나친 겸손의 표현일 수도 있다. 그가 속한 소녀시대는 올해 10주년을 맞이하면서 살아있는 전설에 가까운 위치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MBC [일밤] ‘복면가왕’에서 서현은 개인기로 원더걸스의 ‘Tell Me’와 드라마 [엑스파일] 더빙연기를 선보이며 자신의 실제 목소리를 길게 노출했고, 1라운드에서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를 명확히 드러내고 2라운드를 거치며 보통의 출연자와 완전히 다른 수준의 노래와 무대 매너, 안무 소화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김성주가 혼자 안절부절하는 모습이 재밌을 정도로 판정단 누구도 그를 짐작하지 못했다. 이유는 두 가지일 것이다. 우선 누구도 ‘소녀시대의 서현’이 ‘복면가왕’에 출연하리라 쉽게 기대하지 않는다. 그리고 또 하나, 사람들은 생각보다 서현의 목소리를 잘 몰랐다.

그가 소녀시대의 멤버로 부르는 노래는 그들의 곡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목소리에 속하지만, 그것을 서현 개인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경우는 별로 없다. 심지어 태티서의 셋 중 하나지만, 이미 대중적으로 각인된 태연이나 티파니에 비해 서현의 목소리를 따로 언급하는 일은 많지 않다. 요컨대 서현의 노래는 ‘소녀시대의 목소리’가 되었다. 서현임을 알고 듣는 ‘복면가왕’ 무대는 그 증명이다. 사람들은 소녀시대의 히트곡에서 들었던 그 창법과 목소리를 얼굴을 가리고 부르는 완전히 다른 아티스트의 노래를 통하여 재확인하는 경험을 했다. 그가 자신을 ‘신인’이라고 표현할 때, 단지 겸손하거나 ‘초심’을 표현하는 것 이상의 복잡함이 담기는 이유다.

그 복잡함은 [Don’t Say No]를 만든 과정과 결과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그가 여러 경로를 통해 밝힌 것처럼, 애초 솔로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소속사는 소녀풍, 정확히는 ‘막내풍’ 타이틀곡을 추천했다. 대중들이 인지하고 있는 ‘소녀시대의 막대’에게 어울리는 노래, ‘바른생활 소녀’라는 공식에 가까운 이미지를 반영한 의견일 것이다. 하지만 서현은 고정적 이미지에 머물거나 반대로 급격하고 어색한 성인식을 치르는 것보다 나은 선택을 했다. 소녀시대 안에서 충분한 실험을 거친 R&B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SM 엔터테인먼트는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자원과 역량을 투입할 수 있는 회사이고, 실제로 최근 어느 때보다 매끈한 결과물이 나왔다. 비주얼 측면에서도 전략은 유사하다. 복고코드로 섹시한 이미지를 중화하면서 슬쩍 파격적인 비주얼을 삽입할 여유를 얻는 방식은 이미 ‘Mr.Mr.’에서 추구했던 바다. 스스로 가사를 쓰고 혼자 노래 전체를 소화한다는 것은 단순한 지분 문제가 아니다. 서현은 지난 10년간 소녀시대가 성장하며 공유했지만 ‘막내’에게는 미치지 못했던 성인 아티스트로서의 위치를 단숨에 따라 잡았다.

그래서 [Don’t Say No]는 아이돌이 자기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 대한 특이한 예시 중 하나로 남을 것이다. 보통 스스로 창작자의 위치에 올라 ‘탈아이돌’을 노리는, 가장 흔하지만 명확한 방법이 있다. 또는 종현의 예처럼 시스템 자체를 충분히 활용할 방법을 찾는 똑똑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서현은 자신을 향한 디렉팅을 스스로 바꿔버렸다. 그 결과로 서현을 바라보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다. 지금 어떤 아이돌이 그것을 스스로 해냈다.
글. 서성덕(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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