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This is it

이경규가 [한끼줍쇼]에서 만난 시대

2017.02.01
[한끼줍쇼]
이경규가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양심냉장고’를 진행하던 시절, 그는 숨어서 공공질서를 지킨 사람을 지켜보고 냉장고를 선물했다. 반면 요즘 이경규는 JTBC [한끼줍쇼]에서 모르는 사람이 사는 집의 초인종을 누르고 밥 한 끼 얻어먹자고 부탁한다. 이경규 스스로도 ‘양심냉장고’ 시절을 거론하며 문을 열어달라고도 하지만, 사람들은 집 공개를 거부하곤 한다. 또 다른 진행자 강호동이 벨을 누르자 “강호동이 누구냐”고도 했다. 20여 년 전 이경규는 누군가를 선정해 상을 줬지만, 이제는 자신을 모를 수도 있는 사람의 집 앞에 선다. “이 프로그램은 정글과도 같은 예능 생태계에서 국민 MC라 불렸던 남자가 저녁 한 끼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이다”라는 오프닝 자막처럼, 이경규와 강호동의 처지가 바뀌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걸 그룹 AOA의 설현처럼 ‘대세’로 불리는 연예인이 [한끼줍쇼]에 출연해도 그를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종편, CJ E&M, 케이블 채널은 물론 유튜브와 페이스북 라이브까지 수많은 볼거리가 있는 시대에 모두가 알고 좋아하는 ‘국민 MC’로 있기는 훨씬 어려워졌다. 

[한끼줍쇼]에는 출연자가 방문한 집의 사람들이 방송 촬영을 거부하는 경우 집을 나오거나, 식사를 다 한 사람에게 다시 식사를 권해서는 안 되는 등 다양한 규칙이 있다. 방문한 집에 외국인이 살기도 한다. 가족 구성 방식은 물론 구성원이 선호하는 플랫폼, 미디어, 프로그램, 그리고 가치관이 다른 시대에는 방송사나 연예인 모두 조심해야 할 것이 많아졌다. 이 지점에서 [한끼줍쇼]는 “국민 MC라 불렸던 남자가 저녁 한 끼를 찾아 떠나는 여정”이 된다. 지금도 스타인 이경규와 강호동이 ‘대박’이라는 시청률 5% 달성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사람들은 그들을 알아도 문을 쉽게 열어주지 않으며, 집에 들어간 후에도 민폐를 끼치는 것이 아닌지 조심스럽게 따져봐야 한다. 그래서 연예인이 평범한 사람의 집에 들어가 각자 다른 삶의 방식을 보는 것 자체가 재미의 포인트가 됐다. 이태원에는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신상 정보가 나오는 기업인이 산다. 서울대 부근에는 원룸에서 자취를 하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일본 기업으로 취업할 예정인 대학생이 산다. 두 사람의 삶은 다를 수밖에 없다. 

아무 집 초인종이나 눌러 밥을 얻어먹는 것은 막 나간다는 몇몇 BJ도 하기 쉽지 않은 미션일 수 있다. [한끼줍쇼]는 이것을 TV 채널이 3개만 있던 시절부터 스타였던 이경규와 강호동에게 맡겨 지금까지 살아온 시대와 변화 중인 시대의 충돌 자체를 볼거리로 만들었다. ‘양심냉장고’ 시절 TV는 모든 사람을 양심이라는 하나의 기준으로 통일할 수 있었다. 반면 [한끼줍쇼]는 동마다, 더 나아가서는 사람마다 다른 삶의 방식을 보여준다. 그리고 지난주 [한끼줍쇼]의 시청률은 정확히 5%(닐슨코리아 제공)였다. 몇 해 전만 해도 JTBC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은 젊은 세대의 연애와 성생활을 다룬 [마녀사냥]이나, 국가별로 다른 가치관의 충돌을 다룬 [비정상회담] 등이었다. 또한 추리 프로그램 [크라임씬]과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을 예능 프로그램처럼 만든 [나홀로 연애중]처럼 마니아적인 요소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기도 했다. 반면 최근 JTBC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으로 떠오른 [한끼줍쇼], [뭉쳐야 뜬다], [아는 형님]은 대부분 1980~1990년대, 늦어도 2000년대 초반에 스타가 된 중년 남자 연예인들을 주축으로 삼는다. 그리고 [한끼줍쇼]처럼 그들이 경험하지 못했던 환경이나 [아는 형님]처럼 그들의 정서를 반영하며 인기를 얻었다. [아는 형님]에는 걸 그룹 멤버들이 자주 출연하고, 고정으로 출연하는 남자 연예인들은 퀴즈를 통해 그들을 알아가기도 한다.

tvN이 그랬던 것처럼, JTBC 예능 프로그램은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서 최대한 많은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는 시장을 찾아나간다. [한끼줍쇼]에서 강호동은 “찬 물에 밥 말아 먹던 시절”을 이야기한다. 그 시절을 경험했거나,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한끼줍쇼]의 주 시청자층일 것이다. ‘양심냉장고’는 끝났다. 하지만 그것이 BJ의 시대가 왔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 미묘한 시기에 [한끼줍쇼] 같은 JTBC 예능 프로그램은 지금 TV콘텐츠를 가장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시청자 층에 맞춰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강호동의 “찬 물에 밥 말아 먹던” 멘트는 그들에게 문을 열어준 50대 후반의 집주인에게도 옛날식이라는 반응을 들었다. [한끼줍쇼]는 지금이 이경규와 강호동의 젊은 시절과는 다르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에 게스트로 출연한 김세정을 두 MC를 위한 “선물”이라 표현하고, 두 진행자가 “인물도 좋고 공부도 잘하는” 남자가 ‘모태솔로’인 이유를 계속 물어보는 모습을 담는다. [한끼줍쇼]는 변화에 따른 충돌을 소재로 삼지만, 그 변화의 내용에 대해 완전히 업데이트되지는 않았다. 시청자에게 민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것은 알지만, 그 범위는 아직 그들 중심의 기준에 따른다. 강호동의 농담이 그러하듯, [한끼줍쇼]는 큰 반발이 아닌 이상은 그들의 태도를 유지하려는 듯 하다. [한끼줍쇼]의 제작진과 이경규, 강호동은 이 변화들을 지금보다 더 잘 따라잡을 수 있을까. 그것이 JTBC 예능 프로그램이 지금의 시장을 얼마나 더 유지할 수 있는가를 결정지을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TV를 보지 않는 세대, 특히 여성 시청자가 JTBC를 보게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기준이 되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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