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이영애가 돌아왔다

2017.02.06
현대에 ‘미인도’라 부를 만한 것이 있다면, 2014년 2월 [마리끌레르] 표지를 장식했던 이영애의 화보를 빼놓을 수 없다. 정갈하고 단아한 선, 한지에 색먹이 스며들듯 은은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던 이영애의 한복 사진은 MBC [대장금]에서 보여줬던 그의 이미지를 더욱 공고하게 했다. [대장금]에서 요리를 하고 의술을 펼치던 장금이로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낸 이후 이영애는 사극에 가장 잘 어울리는 얼굴, 한복을 가장 잘 소화하는 배우로 기억됐다. 그러니 SBS [사임당 빛의 일기](이하 [사임당])에서 이영애가 대중에게 ‘현모양처’의 표본처럼 기억되는 사임당을 연기하는 것은 당연한 것을 넘어 재미없게까지 여겨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장금]은 한복을 입었을 뿐 자신의 일로 세상에 이름을 남기는 여성이었고, [대장금] 직후 공개된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는 그 유명한 “친절해 보일까 봐”라는 대사와 함께 눈 주위를 새빨갛게 화장하며 복수극을 펼쳐나갔다. 애초에 이영애가 데뷔했을 당시, 그를 수식하던 ‘산소 같은 여자’는 일하는 여성의 이미지를 내세운 화장품 CF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당시 연예 정보 프로그램에서는 그를 “조금 쌀쌀맞고 차가워 보이는 인상”으로 표현했고, 그 스스로 “좋은 매니저를 만나서 트렌디 드라마를 많이 하고 청순한 이미지로만 갔다면 더 좋겠지, 그렇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MBC 스페셜] ‘나는 이영애다’)고 말했을 만큼 기존 드라마의 여주인공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1990년대에 드문 법정 드라마였던 MBC [애드버킷]의 법률사무소 사무장 이은지나 재벌 2세와의 결혼이 약속돼 있지만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이 아닌, 결혼 후 자신의 일을 포기하라는 억압받는 모습을 보여준 SBS [불꽃]의 박지현 모두 당시 트렌디 드라마의 여주인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장금]이 남긴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와 결혼과 출산, 그에 이은 CF에서의 모습은 그를 ‘미인도’ 속에 있을 법한 고전적인 미인으로 남게 했다. 그러나 정작 그 ‘미인도’ 속의 사람은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었다.

이영애가 [사임당]을 선택한 것은 그래서 흥미롭다. 현대와 조선 시대를 오가는 이 작품에서 그는 어느 시대에서든 뛰어난 지성과 의지를 갖췄지만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휘말려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한다. 주변에서는 현모양처라 생각하지만 마음속에는 전혀 다른 생각이 있던 여성. 작품 속에서 사임당의 실제 모습과 현재 그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 사이의 괴리는, 이영애의 현재와 겹쳐지는 듯하다. 한복이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 중 하나, 하지만 그 모습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경력을 가진 배우. 이영애가 사임당을 통해, 어머니와 아내가 아닌 이영애를 증명해야 할 무대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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