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만의 와일드월드

트럼프 4년의 시작, 무슬림 금지

2017.02.06
무슬림 금지. 트럼프가 지난 1월 27일 내린 행정 명령을 일컫는 말이다. 트럼프는 시리아 난민들의 미국 입국을 무기한 금지했고, 주요 7개 무슬림 국가(시리아를 비롯해 이라크, 이란, 수단, 리비아, 소말리아, 예멘)로부터의 입국을 90일간 금지했다. 동시에 미국의 난민 승인 제도를 120일간 중단시켰고, 기독교를 믿는 난민들을 무슬림 난민들보다 우선시하겠다고도 했다. 행정 명령의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미국 입국을 기다리고 있던 난민들의 발이 공항에 묶였고, 행정 명령의 애매함 때문에 합법적인 미국 거주자나 적법한 비자 소유자들도 덩달아 공항에서 나올 수 없었다. 이민 변호사들은 재입국이 힘들 수 있으니 미국을 떠나지 말라는 말을 해야 했고, 7개국의 국민 중 미국 영주권을 가지고 있는 약 500,000명의 사람은 미국에 갇히게 됐다.

트럼프는 이번 행정 명령이 “급진적인 이슬람 테러리스트”를 쫓아내기 위한 계획의 일부라고 말했지만, 인권 운동가들의 비난은 거세다. 일례로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무슬림 차별을 돌려 말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를 고소했다. 인권 운동가들만 반기를 든 것은 아니다. 수많은 미국 시민들이 공항에 모여 행정 명령에 반대하는 시위를 했고, 뉴욕의 택시 기사들은 명령에 반대하는 의미에서 공항 픽업을 파업했다.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도 트럼프의 행정 명령에 우려를 표했다.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트럼프에게 전화를 걸어 제네바 협약을 거론하며 국제 사회가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전쟁 난민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점을 상기시켰고,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는 “다양성이 캐나다의 강점”이라며 트위터에서 난민들에게 환영의 메시지를 보냈다. 반대의 목소리는 정부 기관에서도 나왔다. 뉴욕, 매사추세츠, 버지니아, 워싱턴 주가 트럼프의 행정 명령에 반대했고, 법무부 장관 대행 샐리 예이츠는 “행정 명령을 변호하는 것이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책무와 일치하는지, 행정 명령이 합법적인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하며 행정 명령의 적법성을 변호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트럼프는 샐리 예이츠가 법무부를 “배신”했다는 백악관 공식 성명을 내고, 예이츠를 해임했다.

[뉴욕 타임스]에는 트럼프의 행정 명령이 법에 저촉된다는 논설이 나왔다. 논설이 추측하는 행정 명령의 근거는 1952년 제정된 법이다. 이 법은 대통령이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논설이 말하는 바에 따르면, 이 법은 1965년 의회에서 통과된 이민자 차별 금지 법안에 의해 제한됐다. 재량권이 허용될 수 있는 회색 지대는 있을 수 있지만, 특정 지역과 특정 종교를 차별하는 것은 헌법적 가치를 위배하는 일이라는 게 이 논설의 주장이다. 우스꽝스럽게도, 현재 부통령인 마이크 펜스가 과거에 한 말 또한 이 행정 명령의 불법적인 면을 잘 보여준다. 펜스는 2년 전 인디애나주의 주지사 시절,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자는 주장은 불쾌할 뿐만 아니라 위헌”이라고 말했었다.

전임 대통령은 후임 대통령의 정치에 대해 말을 아끼는 게 전통이지만, 상황이 이 모양이다 보니 오바마도 퇴임 10일 만에 입을 열었다. 대변인은 오바마가 시민들의 시위에 고무됐다고 말하며, “시민들이 모여 조직을 이루고, 선출된 공직자가 듣도록 목소리를 내며, 헌법적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미국의 가치가 위기에 처할 때, 우리가 보고자 하는 바로 그 모습입니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굳이 오바마의 성명이 아니더라도, 트럼프의 무슬림 금지, 혹은 이민자 금지 행정 명령이 인도주의적 가치에 반하는 일이라는 것은 명백하다. 세계적으로 미국이 갖는 영향력이나 난민 발생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역경에 처한 사람을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이번 트럼프의 정책은 우울한 미래를 떠올리게 한다. 트럼프의 4년이 이제 시작이라는 점에서는 특히나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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