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This is it

나영석의 밥

2017.02.08
나영석 PD가 연출하는 최근 tvN 예능 프로그램들은 ‘삼시세끼’로 집약된다. 출연자들이 매 끼 해 먹을 음식을 고민하는 [삼시세끼]는 물론, 구혜선과 안재현 부부의 [신혼일기]는 두 사람이 휴양 중 삼시세끼를 꾸려가는 과정을 담는다. [신서유기]는 중국 여행을 소재로 하지만 출연자들은 기상 미션으로 아침을 먹고, 식당에서 게임을 해서 점심을 먹고, 다시 숙소에서 게임으로 저녁을 먹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tvN [꽃보다 할배]나 KBS [해피선데이] ‘1박 2일’에서는 출연자들이 여행 중 음식을 먹었다면, [신서유기 3]의 중국은 식사 중 걸리는 배경에 가깝다.

[꽃보다 할배]에서 노년 배우들이 해외여행을 떠났을 때, 여행은 그 자체로 하나의 도전이었다. 그들은 해외여행 경험이 많지 않다는 것이 강조됐고, 낯선 환경과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프로그램의 중요한 요소였다. 그러나 [신서유기 3]에는 출연자들이 현지인과 대화를 하거나 여행지를 탐색하는 모습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삼시세끼]와 [신혼일기]에서 그들이 지내는 곳은 여행지라기보다 그들이 먹을 것을 준비하는 과정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고립된 공간이 된다. tvN [꽃보다 청춘]에서는 유희열, 이적, 윤상이 뮤지션으로서의 현재에 대해 고민하는 순간이 있었다. 반면 먹을 것을 마련하기 위해 하루 종일 움직여야 하는 [삼시세끼]나 계속 게임을 하는 [신서유기 3]에는 이런 사색이 불가능하다. 대신 주어진 미션 속에서 반응하는 출연자를 통해 끊임없이 캐릭터가 부각되고, 출연자들의 관계는 짧은 시간 동안 급진전된다. [신서유기]에서는 며칠의 중국 여행을 다녀온 것만으로도 의외로 허술한 구석이 많은 송민호의 캐릭터가 선명해지고, 처음에는 어색했던 그와 강호동의 관계가 빠르게 발전한다.

‘1박 2일’ 시절부터 나영석 PD의 예능 프로그램은 의미의 분석보다는 관찰의 재미가 앞서 있었다. 그는 출연자들을 보통의 일상에서는 겪기 힘든 상황에 넣은 뒤, 출연자들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시청자들이 지켜보게 만들었다. 그러나 최근 그의 예능 프로그램은 여행보다 식사의 과정을 더욱 내세우면서 출연자의 캐릭터와 케미스트리라는 예능적인 요소를 보다 순도 높게 끌어낸다. 닫힌 공간에서 무엇을, 어떻게 먹을지 고민하는 것 외에는 고민할 일이 없는 캐릭터들. [삼시세끼]나 [신혼일기]에 등장하는 반려동물들처럼, 나영석 PD는 시청자들에게 출연자들을 즐겁게 지켜보도록 만든다. 그 과정에서 아침 식사가 걸린 미션에서도 기회를 양보하는 [신서유기]의 출연자들이나, 편하게 대화하면서도 서로에게 필요한 것들을 배려하는 [신혼부부]의 두 출연자 모습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송민호는 미션에서 성공한 뒤 아침밥을 먹으며 “아침밥이 이렇게 중요한 거였다니”라고 말한다. 직접 음식을 만들거나 먹기 위한 과정이 길어질수록 먹을 때의 기쁨은 커지고, 그들이 해야 할 고민은 단순해진다. 그렇게 밥을 나눠 먹는 모습을 통해 그들의 품성을 관찰하고, 선명해진 캐릭터로 예능의 재미를 느낀다. 여행과 요리라는 소재에 가려져 있지만, 나영석 PD는 지금 그 어떤 예능 프로그램보다 재미에 집중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JTBC [썰전]이 JTBC 예능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정치적 이슈에 대한 풍자가 자연스럽게 들어가고 있다. 반면 나영석 PD의 예능 프로그램은 한정된 공간 안에서, 마치 시간이 정지된 채 삼시세끼만을 먹는 데만 집중하는 듯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에서 어떤 의도를 읽어내는 것은 섣부른 일일 것이다. 다만 나영석 PD의 예능 프로그램은 과거보다 더 누구나 어떤 스트레스 없이 편하게 웃으며 볼 수 있다. 나영석 PD는 요즘 시류의 정반대 편에서 예능 프로그램의 재미를 전달한다. 그만큼 큰 이슈가 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꾸준히 높은 시청률이 증명하듯, 누군가는 그의 프로그램을 보며 출연자들이 먹고, 즐거워하고, 서로를 점점 더 아끼는 과정을 보며 즐거워한다. 그리고 그사이, 그는 [신서유기]에서 출연자들이 술을 먹는 장면은 인터넷으로만 내보내거나, [신혼일기]에서 구혜선과 안재현이 기존의 편견과는 전혀 다른 부부의 가사노동 분담과 역할을 제시하는 모습을 담는다. 밥 먹기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성을 담고, 그 안에서 큰 목소리 내지 않고 세상의 변화를 수용한다. 나영석 PD가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 연출자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이렇게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 줄 안다. 그리고, 그것이 해야 할 일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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