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에 따라 즐기는 초콜릿 6종

2017.02.09
지난 6일 한국을 방문한 파카리 초콜릿 설립자 산티아고 페랄테는 “유럽에서는 사람들이 둘러앉은 테이블에 커피나 와인처럼 초콜릿이 올라오곤 한다. 특히 알코올에 취약한 사람들에게 초콜릿은 아주 민주적인 대안”이라 말했다. 이미 국내에서는 기호에 따라 고를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초콜릿들이 판매되고 있다. 그래서 초콜릿을 고를 때 유용하게 쓰일 상식과 함께 추천 초콜릿 6종을 소개한다. 밸런타인데이뿐 아니라 평소에도 취향에 맞게 즐길 수 있는 초콜릿이 이렇게나 많다.

프리미엄 초콜릿에 따라붙는 용어들은 생소하면서도 익숙하다. 더욱 대중적인 와인 분야에서 쓰는 용어들을 마케팅 차원에서 그대로 가져온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카카오 생산과 가공을 관리하는 김창용 기술이사(마줄라 코코)에 따르면 ‘싱글 오리진(single origin)’은 단일 품종을 뜻하는 것으로 와인에서 온 개념이다. 하지만 실제 카카오 농장에서는 3~5종류의 카카오 교배종을 섞어서 재배하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틀린 말이다. 대신 한 농장(지역)에서 생산한 카카오라는 개념의 ‘싱글 에스테이트(single estate chocolate)’라는 표현을 쓴다. 세계적인 트렌드인 ‘빈투바(bean to bar)’는 카카오빈의 가공부터 제품 생산까지 모두 한곳에서 이루어지는 ‘공정’을 뜻하며, 이를 통해 탄생한 초콜릿에는 메이커의 개성이 뚜렷하게 반영된다.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한 용어지만 소규모 수제 생산을 뜻하는 ‘마이크로 바치(micro batch)’ 혹은 ‘스몰 바치(small batch)’로 불리기도 한다. 참고로 ‘트리투바(tree to bar)’나 ‘팜투테이블(farm to table)’도 같은 뜻이다. 빈투바의 핵심은 직접수매(direct trading)로, 전 세계 90%가 넘는 영세 카카오 농민을 돕는 것이 본래의 목적이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초콜릿과 상반되는 개념이며, 커버추어 초콜릿을 녹여 만든 수제 초콜릿과도 구분되어야 하는 용어다. 마지막으로 초콜릿은 커피, 와인과는 달리 가공 후 산지별 특성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이유는 카카오빈의 발효 과정에서 매번 특성이 달라지는 데다 이후 건조와 로스팅, 믹싱, 콘칭 등 긴 공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사실상 산지는 품질을 보증하는 지표에 가깝고, 어떤 초콜릿 메이커가 만드느냐에 따라 맛이 결정된다.

미식가를 위한, 파카리
에콰도르의 파카리는 세계적인 초콜릿 대회인 ‘인터내셔널 초콜릿 어워즈’에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최고의 초콜릿 상’을 비롯해 무려 70개의 메달을 가져갔다. 에콰도르의 카카오빈은 품질이 좋기로 유명한데, 그중에서도 파카리는 특별하다. 3년간 유기농법을 지속하고 자문위원의 감독하에 2년간 생산방식을 검증받아야만 획득할 수 있는 ‘바이오다이내믹 인증’을 받았기 때문. 바이오다이내믹은 인위적인 요소를 배제하여 토양의 유기성분을 최대한 보존하는 자연친화적 농사법이다. 이런 땅에서 자란 카카오빈으로 초콜릿을 만드는데 맛이 나쁠 수가 있을까. 빈투바 초콜릿 브랜드로서는 드물게 과일, 슈퍼푸드, 생 초콜릿, 안데스산맥의 맛 등 다양한 제품군을 갖추고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 중 추천하는 것은 안데스산맥의 맛 카테고리에 속해 있는 ‘레몬그라스’다. 향긋하고 쌉쌀한 레몬그라스의 향과 카카오의 깊은 풍미가 묘한 조화를 이루며 마치 요리를 먹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그 밖에 새콤달콤한 ‘피그(무화과)’, 커피 빈을 잘게 부숴 넣은 ‘커피’도 놓칠 수 없는 맛이다.

신비롭고 독특한, 마
중남미, 아프리카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카카오가 재배된다. 마루는 100% 베트남 카카오빈으로 만든 빈투바 초콜릿이다. 오로지 다크초콜릿만을 만드는데, ‘더 아카데미 오브 초콜릿 어워드 2013’ 다크초콜릿 부문에서 ‘띠엔장 70%’와 ‘벤쩨 78%’가 각각 은상과 동상을 받은 바 있다. 마루에 대해 세계적인 쇼콜라티에 피에르 마르코리니는 ‘서양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복잡하고 독특한 아로마와 풍미’라고 표현했다. ‘바리아 76%’를 맛보는 순간, 그의 표현에 전적으로 동감하게 될 것이다. 아시아인에게도 이런 초콜릿은 처음이다. 마치 약초를 씹는 듯한 쓴맛과 강렬한 신맛에 순식간에 혀가 얼얼해진다. ‘벤쩨 78%’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시큼한 첫맛이 지나가고 나면 볶은 콩을 먹는 듯한 구수함이 입 안에 감돈다. 마루는 ‘다크초콜릿이 다 똑같지’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또한 감초, 시트러스, 견과류, 꽃향기 등으로 표현되는 초콜릿의 아로마를 좀처럼 실감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권한다. 장담컨데, 이제껏 몰랐던 감각을 일깨워줄 것이다.

부담 없이 즐기는, 카사루커
저렴하지만 좋은 품질에 뚜렷한 맛을 가진 초콜릿을 찾는다면 카사루커가 정답이다. 1906년 설립된 카사루커는 콜롬비아 수도에 메인 공장을 둔 초콜릿 회사다. 뛰어난 향과 맛을 지닌 ‘피노 드 아로마 카카오(Fino de Aroma cacao)’는 전 세계 8%에 해당하는 지역에서만 생산되는데, 그중 한 곳이 콜롬비아다. 카사루커는 바로 이 콜롬비아산 피노 드 아로마 카카오빈을 사용해 초콜릿을 만든다. 식품 회사답게 카카오빈부터 커버추어까지 다양한 초콜릿 제품을 판매하지만, 간편하게 맛볼 수 있는 제품으로 네 종류의 초콜릿 바를 추천한다. 콜롬비아는 익숙하고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밀크 초콜릿이며, 투마코는 씁쓸하고도 달콤한 맛, 우일라는 향긋하면서 구수한 맛, 산탄데르는 적당한 매운맛과 단맛이 조화를 이루는 초콜릿이다.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으므로 네 가지 종류를 모두 구입해 맛을 비교해보며 먹을 것을 권한다.

묵직하고 강렬한, 로스팅 마스터즈
로스팅 마스터즈 초콜릿은 국내 제작 빈투바 중에서도 특히나 ‘자기주장’이 강한 맛이다. 카카오빈 발효과정을 통해 나타나는 독특한 산미는 빈투바 초콜릿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혀에 감미롭게 일렁이는 산미가 있는가 하면, 순간 뒷골이 띵해지는 산미도 있다. 로스팅 마스터즈 초콜릿의 산미는 그 충격의 강도가 남다르다. 산미의 폭풍이 잦아들면 이어지는 것은 다채로운 아로마와 혀끝에 머무는 고소함이다. 대표상품인 ‘말레쿠’는 코스타리카 북부 26개 소규모 농장에서도 50년 이상 된 카카오나무에서만 재배한 빈으로 만들었다. 여기에 신기욱 초콜릿 메이커만의 기술이 더해져 2016년 ‘인터내셔널 초콜릿 어워즈’에서 마이크로 바치 다크 플레인 초콜릿 바 부문 동상을 받았다. ‘말레쿠’가 로스팅 마스터즈의 간판스타라면, ‘라 도라다’는 숨은 보스 같은 느낌이다. ‘말레쿠’보다 한 차원 더 높은 산미에 체리와 말린 오렌지, 와인 아로마가 어우러져 독주를 한입에 털어 넣은 듯한 강렬함을 느낄 수 있다. 조금은 부드러운 맛을 원한다면 지난해 11월 출시한 신제품 ‘호에’를 추천한다. 견과류와 사과, 허브 아로마의 밸런스가 훌륭하다.

다양하고 재미있는, 카카오다다
빈투바 초콜릿이 특별한 데다 맛있기까지 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초콜릿 하나에 만 원을 웃도는 가격이 여전히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면, 카카오다다가 대안일 수 있다. 카카오다다는 ‘다다이즘’이라는 모토에 걸맞게 다양하고 재미있는 빈투바 초콜릿을 선보인다.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품목과 사이즈, 가격이 다양하다는 것. 카카오빈을 직접 볶고 으깨어 만든 ‘솔리드 초콜릿 바’는 오리지널, 미니, 바이트 세 가지 사이즈로 나뉘기 때문에 ‘도미니카 70%’, ‘페루 70%’, ‘가나 70%’, ‘페루 54.8%’ 네 종류를 미니 사이즈로 모두 구입해도 채 만 원이 넘지 않는다. 또한 빈투바 초콜릿을 이용한 브라우니, 캐러멜, 쿠키, 케이크 등을 함께 판매하여 빈투바 초콜릿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추천하는 것은 카카오빈에 빈투바 초콜릿을 코팅한 카카오 캐비어. 어떤 빈에 어떤 초콜릿을 코팅하느냐에 따라 매일 맛이 달라진다. 참고로 페루 카카오빈에 ‘도미니카 70%’를 코팅한 카카오 캐비어는 아주 향긋하고 산뜻하다.

다채롭고 향긋한, 피초코
피초코는 베네수엘라에서 가장 오래된 초콜릿 브랜드 ‘엘레이’의 커버추어를 유통하는 회사이자, 이를 이용해 만든 ‘바라’라는 초콜릿을 제작한다. 여러 카카오빈을 조합하여 만든 커버추어와는 달리 100% 베네수엘라산 카카오빈 만을 사용한다. 특히 엘레이 커버추어는 싱글 에스테이트로서의 성격이 뚜렷한데, 같은 70%대 다크초콜릿 중에서도 아파마테, 마꾸로, 수르델라고의 맛을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을 정도다. 이를 이용해 만든 바라 초콜릿바는 싱글 에스테이트의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오리지널 라인과 다양한 맛을 결합한 플레이버 라인으로 나뉜다. 베스트셀러인 플레이버 라인의 ‘화이트 커피’와 ‘밀크 얼그레이’는 피초코의 에이미 쇼콜라티에가 초콜릿과 가장 어울리는 음료를 연구, 결합해 다채롭고 풍성한 향을 낸다. 그의 조언에 따르면 ‘솔트앤페퍼’는 스타우트, ‘밀크 너트’는 바이젠 맥주와 잘 어울리며 ‘화이트’는 포트 와인, ‘밀크 얼그레이’는 모스카토처럼 달콤한 와인과도 기막힌 궁합을 자랑한다고 한다.




목록

SPECIAL

image 2017년의 시위

MAGAZINE

  • imageVol.171
  • imageVol.170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