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남궁민, 데뷔 19년 만의 우수사원

2017.02.13
턱밑까지 지퍼를 끌어올려 입은 트레이닝복, 알록달록 무늬가 새겨진 펑퍼짐한 수면바지, 제대로 염색했다기보다는 마치 집에서 맥주로 탈색한 듯 어정쩡한 갈색 머리카락, 능글맞게 실룩거리는 눈썹. KBS [김과장]의 남궁민은 낯설다. 조폭이 이끄는 조직의 회계조작을 해주며 살아가다 더 큰 한 건을 위해 TQ그룹에 입사했지만, 우연의 연속으로 의도치 않게 의인이 되어가는 ‘김 과장’ 김성룡은 그동안 남궁민이 연기해왔던 인물 중 가장 코믹하다. 그는 회사 상사와 월세 비용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거나 자신을 윽박지르는 서율(준호) 앞에서 짐짓 겁먹은 척 팔자 눈썹을 한 채 질겁한 표정을 짓는, 지질하고도 뻔뻔하며 날티 나지만 미워하기 어려운 유형의 인간이다. 그리고, 남궁민의 원맨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이 작품은 15.5%의 시청률(닐슨코리아 기준)을 기록하며 수목드라마 중 1위를 차지했다.

데뷔 당시 남궁민의 별명은 ‘리틀 배용준’이었다. 어디 하나 모나지 않은 인상, 양쪽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짓는 사람 좋은 미소와 살짝 펌을 한 상태의 짧지 않은 머리카락, 안경은 그의 이름을 순식간에 알렸다. 스타의 이름을 빌릴 수 있다는 건 분명 신인에게 행운이지만, 이후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나가면서도 사람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기기란 어려운 과제다. 우선 안경을 벗는 것으로 배용준의 이름을 벗어나고자 했던 남궁민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군 제대 후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MBC [내 마음이 들리니]에서는 열등감과 질투심과 죄의식이 뒤엉킨 마음 때문에 괴로워하는 인물 봉마루(장준하)였고, tvN [로맨스가 필요해 3]에서는 신사적이면서도 따뜻한 태도로 후배 신주연(김소연)에게 애정을 보내는 남자 강태윤이었다. 주인공보다 늘 한 발자국 뒤에 서 있는 듯한 포지션을 주로 맡아 캐릭터의 매력을 설득하고 아련한 눈빛으로 시선을 끌어모으고야 마는 것은 남궁민의 특기였지만, 그것은 곧 소위 말하는 ‘서브남주’로서 무난한 배우라는 뜻이기도 했다. 그러나, 반전. 2015년과 2016년, SBS [리멤버]와 [미녀 공심이]를 차례로 거치며 그는 분노의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인물도, 무게를 조금 덜어낸 가벼운 남자도 얼마든지 연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사람이 변하는 것은 어렵고,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김과장]은 데뷔 19년 차까지 계속해서 열심히 해왔고, 여전히 새로운 걸 열심히 해보고 싶어 하는 남궁민이 맞이한 최고의 순간이다. 대기업의 음모부터 노동문제, 평범한 직장인들이 겪는 권태와 괴로움까지 두루 건드리느라 다소 혼란스러운 드라마 안에서, 남궁민은 건들거리는 걸음걸이와 살짝 올라간 목소리톤, 시도 때도 없이 변화하는 표정처럼 과장된 연기로 중심을 잡는다. 안정적인 발성과 차분한 말투, 부드러운 미소처럼 남궁민의 기존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었던 요소들은 작품 안에서 오히려 김성룡의 뻔뻔함과 잔망스러움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뒤집어 활용된다. 2011년, 남궁민은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데뷔 이후 쉬지 않고 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사람들이 기억하는 작품은 몇 개 되지 않더라. 10년째 배우 생활을 하며 열등감에 빠졌다. 어떤 흐름을 타고 쭉 올라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스트레스가 쌓였다.” 하지만 모두에게는 각자의 속도와 타이밍이 있고, 때로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하는 것이 가장 큰 저력이 되기도 한다. 지금 남궁민이 보여주는 모습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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