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셀러브리티│② 설민석부터 송길영까지 장단점 정리

2017.02.14
O tvN [어쩌다 어른], JTBC [김제동의 톡투유], [말하는대로] 등 강연을 바탕으로 한 교양 예능 프로그램들이 많아지고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중적인 화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낼 줄 아는 대중적 지식인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지적이고도 쉽고 재밌는 화술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들 지식 셀러브리티는, 하지만 때론 본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이슈나 분야에 대해서까지 발언하며 왜곡된 지식을 전달하기도 한다. 방송에서 그들의 발언을 제대로 필터링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느 정도로 그들의 말을 선별해서 들어야 할까. 최근 방송에서 사랑받고 있는 지식 셀러브리티 10인의 특징 및 약점을 간략히 진단해보았다.

설민석, 민족주의에 경도된 이야기꾼
MBC [무한도전]에서 “우리 민족에겐 단결 근성의 DNA”가 있다고 했던 것처럼, 설민석의 한국사 이야기는 한민족의 이야기다. 효과는 명백하다. O tvn [어쩌다 어른]에서 신라에 대해 설명하며 “태생은 비록 미천했으나 그것을 극복하고(발 한 번 쿵 구르고) 딛고 올라서서(한 번 더 구르고) 백제와 고구려를 차례차례 복속하고 최초의 삼국통일을 이룬(주먹 불끈 쥐고 눈썹 찌푸리고) 신라의 힘이 뭔지를 깨닫고 우리가 그 길을 간다면, 저는 미국? 스페인? 다 합쳐도 부럽지 않다”고 말한다. 가슴이 뜨거워진다. 하지만 정확한 역사 서술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신라의 외교를 지금 시점이 아닌 그 당시 약소국 입장에서 판단하고 높게 평가해야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주장이지만, 그러면서도 그는 삼국통일이 한민족을 통합한 것이라는 근대 이후의 관점으로 신라의 외교를 우리 유산이라 규정한다. 당장 통일신라의 최치원이 고구려의 후예 발해를 오랑캐 정도로 취급한 것이나, 조선의 정약용이 신라 초기 성 씨 다른 임금들이 즉위한 것에 대해 오랑캐의 습속이라고 말할 정도로 ‘우리 민족’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후적이고 종종 배타적 담론이 된다는 사실은 거론되지 않는다. 물론 수능 스타 강사답게 교과서에 수록된 사료들에 대해선 확실한 정보를 전달한다. 다만 그의 역사관 역시 ‘확실한’ 정답이라고 하긴 어려울 것이다.

채사장, 지식소매상의 과한 욕심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라는 탁월한 제목의 팟캐스트, 동명의 책과 함께 채사장은 단숨에 한국을 대표하는 지식소매상으로 떠올랐다. 각각의 학문 영역을 이분법 혹은 삼분법 범주로 재구성해 하나의 흐름으로 소개하는 채사장의 능력은 발군이다. 문제는 그가 넓고 얕은 지식소매상의 범주를 넘어서는 이야기를 할 때다. YTN DMB [생각이 바뀌는 의자]에서 그는 인문학을 배워야 한다는 암묵적 강요를 설명하기 위해 피에르 부르디외의 아비투스 개념을 인용했다. 틀렸다. 아비투스는 특정 범주의 생활세계 안에서 정신과 육체에 각인된 습관과 사고관이며, 채사장이 말했듯 인문학을 배우라는 사회의 강요와 그에 의한 무의식적 강제력은 차라리 아비투스보다는 헤게모니 개념에 가깝다. 지식을 단순화해서 전달하는 것을 넘어 지식으로 세상에 깊은 가르침을 주려 할 때 그의 역량은 한계를 드러낸다. [시민의 교양]에선 한국에는 다양성의 담론이 필요하다며 절대주의와 상대주의의 단순한 이분법으로 상대주의를 정당화하지만, 정작 지적 상대주의가 실천적으로는 각 개인의 아집만을 강화해 소통의 토대 자체를 무너뜨리는 것에 대해서는 고찰하지 않는다. 세상을 나누는 그의 단순한 범주는 넓은 지식을 쉽게 전달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세상을 깊이 이해하는 데는 부족하다.

최진기, 조선미술사 강의라는 예정된 실수
지난 5월 [어쩌다 어른]에서 진행했던 최진기의 조선미술사 강의는 본인에게도, 또한 그를 신뢰하던 청중에게도 아픈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그는 조선의 대표적 화가 장승업의 ‘군마도’와 ‘파초 그림’을 특유의 달변으로 왜 이것이 위대한지 설명했지만, 정작 해당 작품들은 다른 이의 그림이었다. 너무 완벽한 실수이기 때문에 변명의 여지도 없이 최진기는 이후 모든 방송에서 하차했지만, 사실 해당 강의의 문제는 단 한 번의 부주의 때문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학과 출신이자 애널리스트였던 그의 전문 영역은 경제다. 물론 수능 사회탐구 영역에 걸친 다양한 분과 학문에도 박학을 자랑하는 그지만, 세분화된 전문 영역인 한국미술, 거기서도 더 세분화된 조선미술에 대해 심지어 남에게 가르치려 한 건 큰 과욕이었다. 해당 강의에서 그는 조선미술에 대비하기 위해 서양미술사의 상당 부분을 단순화했고, 존재론과 인식론에 대한 개념 정리도 정반대로 했다. 그의 실수와 실패는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것과 다양한 분야를 통달하는 것이 다르다는 걸 인지하고 그에 따라 지식소매상 스스로 자기를 절제할 줄 알아야 한다는 중요한 시그널이 되었다. 이 시그널을 방송과 지식 셀러브리티들이 수신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강신주, 돌직구인가 무책임한 데드볼인가
강신주는 철학자인가. 강신주 스스로는 멘토가 아닌 철학자로 불리길 원한다는 점에서 도발적인 질문일 수 있겠다. 하지만 그의 독설은 철학적이라기보다는 철학을 인용한 궤변에 가깝다. 가령 그는 SBS CNBC [Who am I?]에서 사람을 그 사람 자체가 아닌 돈으로 보는 자본주의의 병폐를 말하기 위해 남편이 실직했을 때 이혼하는 부부를 예시로 든다. 자신은 그러지 않을 거라 자신하지 말라고 청중에게 호통치지만, 번지수를 잘못 찾은 독설과 호통이다. 결혼이란 사회적 계약이며 서로의 이해를 조율했을 때 비로소 안정화될 수 있는 관계다. 강신주는 남편이 실직해도 결혼을 유지하겠느냐고 묻지만 이것은 얼마든지 변용될 수 있는 질문이다. 못생겨져도 유지하겠느냐, 폭력성이 심해져도 유지하겠느냐. 이것은 서로 행복한 삶을 위해 경제적 하한선을 합의한 것을 자본주의의 병폐로 환원한 것에 가깝다. SBS [힐링캠프]에선 배우가 꿈이라는 FD에게 화려함만 보는 것 같다며 왜 대학로 무대에 서지 않느냐고 돌직구 조언을 했지만, 바로 그 화려함과 배우로서의 성공이 꿈일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선 고민하지 않는다. 즉 꿈이라는 개념을 자신이 다루기 편하게 다듬은 뒤 그것을 무기 삼아 논리적이고 합당한 직언을 한 것처럼 눈속임을 한다. 그는 힐링을 미봉책이라고 비판하지만, 제대로 제구 되지 않은 돌직구는 무책임하고 위험한 데드볼이 될 뿐이다.

송길영, 빅데이터는 만능일까
빅데이터 분야 권위자인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은 스스로를 “마음을 캐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빅데이터는 사람이 살면서 남긴 무수히 많은 흔적이고, 그 흔적을 모아 진실을 재구성해내는 것이 그의 일이다. 결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미래까지 예측하는 기적의 기술은 아니지만, 송길영 특유의 단호한 말투와 실제로 거의 대부분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분석은 빅데이터 기술과 송길영 본인에 대한 신뢰를 강화한다. 하지만 빅데이터에서 기술만큼 중요한 건 결국 데이터를 해설하는 통찰력이다. 데이터는 거짓말을 안 할지언정 통찰하는 인간은 실수나 기만을 저지를 수 있다. 송길영도 마찬가지다. JTBC [김제동의 톡투유]에서 첫사랑이라는 키워드를 분석하던 그는 해당 단어에 대해 여성에게선 ‘아깝다’는 술어가, 남성에게선 ‘안타깝다’는 술어가 나온 것에 대해 여성의 첫사랑은 지나고 보니 좋은 사람이었을 확률이 높고, 남자는 호기심이 왕성할 시기에 이상한 여자를 만났을 확률이 높다고 해석한다. 여기에는 여자들이 워낙 별로인 남자를 만날 확률이 높아 이럴 거면 그냥 첫사랑이랑 쭉 가는 게 나았겠다고 판단하고, 남자들은 영화 [건축학개론]처럼 헤어진 여자에 대해 사후적으로 나쁜 사람 낙인을 찍을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는 가정은 빠져 있다. 모든 것을 다 아는 듯한 단정적인 태도가 그와 빅데이터의 매력이긴 하지만, 분야의 권위자에게도 겸손함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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