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셀러브리티│③ 조승연부터 허지웅까지 장단점 정리

2017.02.14
O tvN [어쩌다 어른], JTBC [김제동의 톡투유], [말하는대로] 등 강연을 바탕으로 한 교양 예능 프로그램들이 많아지고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중적인 화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낼 줄 아는 대중적 지식인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지적이고도 쉽고 재밌는 화술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들 지식 셀러브리티는, 하지만 때론 본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이슈나 분야에 대해서까지 발언하며 왜곡된 지식을 전달하기도 한다. 방송에서 그들의 발언을 제대로 필터링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느 정도로 그들의 말을 선별해서 들어야 할까. 최근 방송에서 사랑받고 있는 지식 셀러브리티 10인의 특징 및 약점을 간략히 진단해보았다.

조승연, 박학다식한 건 맞는데
조승연은 7개 국어를 구사하는 능력자이자 인문학 저서 25권을 쓴 작가이며 ‘세계문화전문가’다. 다소 생소한 마지막 직함에 대해서는 JTBC [비정상회담] 111회 ‘광복절 특집’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패널로 출연한 조승연은 식민지배에 대한 나라별 대표들의 입장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MC들보다 더 의장다운 태도로 토론을 주도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주제로 올랐을 때, 그는 감정적으로 일본대표를 공격하는 대신 국제법을 근거로 들며 진주만 공습을 비판했다. 자신의 박학다식함을 통해 세계의 문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주특기인 ‘영어공부법’을 설명할 때 특히 빛을 발한다. [어쩌다 어른] 62회에서 조승연은 언어의 문화적 특수성을 설명하기 위해 소리가 전달되는 생물학적 메커니즘부터 ‘언어 상대성 이론’과 ‘구구이미티르족의 절대적 방향감’, ‘리처드 니스벳의 어항실험’까지 다양한 예시를 든다. 하지만 이러한 자료들을 자신의 주장과 연관 지어 설명할 때는 자의적으로 흐를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예를 들어 ‘리처드 리스벳의 어항실험’으로 동양인과 서양인의 사고 차이를 증명할 수는 있겠지만, 이를 어순의 차이와 연관시키는 것은 다소 억지스러운 면이 있다. 박학다식한 것은 맞지만, 그의 말이 정설인 것은 아니다.

허지웅, 예능이 원하는 셀러브리티 
JTBC [썰전]은 대중들에게 허지웅을 각인시켰다. 긴 테이블의 맨 끝자리에 앉아 무심한 말투로 툭툭 일침을 날리는 모습은 기존 방송인과 달리 정제되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묘하게 시선을 잡아끌었다. 영화 기자 출신이자 SNS의 진보 논객으로 유명했던 허지웅의 전문분야는 대중문화 비평이고, 이는 당시 [썰전]이 내세웠던 ‘예능심판자’라는 콘셉트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그 무렵 각종 매체에서 ‘뇌섹남’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 시작하며 허지웅은 상징적인 인물로 자리 잡았다. JTBC [마녀사냥], [속사정쌀롱], SBS [미운우리새끼], On Style [런드리데이] 등으로 이어진 그의 방송 커리어는 다른 ‘지식 셀럽’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심지어 허지웅은 가인의 ‘진실 혹은 대담’ 뮤직비디오와 SBS [괜찮아 사랑이야], JTBC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에서 본인의 실제 모습과 유사한 캐릭터를 연기하기도 했다. 이 과정을 통해 허지웅은 지적인 동시에 트렌디한 이미지를 구축했고, 이는 시사나 교양을 결합한 최근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장 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최근 그는 모델전문 에이전시인 에스팀과 계약을 맺었다. 언뜻 생뚱맞아 보이지만 이곳에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음악감독 모그, tvN [시그널] 작가 김은희가 소속되어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충분히 납득할만한 선택이다. 지식을 바탕으로 한 셀러브리티이되, 동시에 연예인으로서의 스타성을 확보한 위치에 있다고 할 만하다. 

이경제, 한의학 대중화보다 중요한 것은
MBC [무한도전] 339회에 출연한 이경제 한의사에게 유재석은 “의술보다 화술이 더 좋다”고 말한 바 있다. 물론 농담이었지만, 이경제가 말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24년 경력의 한의사인 그는 각종 인포테인먼트쇼에서 꾸준히 방송경력을 쌓았으며 MBN [속풀이쇼 동치미]에는 6년째 고정출연 중이다. [어쩌다 어른] 58회에서는 이경제를 ‘한의학 대중화’에 앞장선 ‘건강강연의 1인자’로 소개한다. 문제는 그가 한의학을 전파하는 방식이 흥미로울지언정, 과학적이지는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는 이제마의 사상의학을 설명하기 위해 스티브 잡스를 예로 든다. ‘태양인은 까다로운 성격의 완벽주의자기 때문에 위인이 많다’는 이유로 스티브 잡스를 태양인으로 단정 짓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비유다. 세부적인 주의사항이 생략된 전문지식들을 보편적인 건강법인 것처럼 소개하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 이날 방송에서 그는 오장육부를 상, 중, 하로 나누어 위쪽이 불편하면 매실즙과 레몬즙을, 중간 쪽이 불편하면 유산균과 해독주스를, 아래쪽이 불편하면 키위를 세 알 먹으라는 단순한 진단을 내렸다. ‘개인차가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 후 섭취를 바랍니다’라는 자막이 두 차례나 등장하지만, 당장 슈퍼에 가면 구입할 수 있는 식품들에 손이 가는 것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이경제 원장의 한의학은 알기 쉽고 흥미롭지만, 그래서 더 위험하다.

김태훈, 어디에나 있는 멀티맨
김태훈은 [어쩌다 어른] 59회에서 스스로를 ‘16가지의 직업을 가졌던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음악잡지 기자, 음악회사 마케터, 팝 칼럼니스트, 영화평론가, 라디오 작가, 라디오 DJ, 공연기획사 사장, 인터뷰어, 연애카운슬러 등 그가 거쳤던 여러 가지 직업들은 몇 가지 직업군으로 묶는 것은 가능하지만 좀처럼 하나의 분야로 수렴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는 이런 경력을 이용해 전방위적 활동을 펼친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SBS 러브 FM [잠 못 드는 밤, 김태훈입니다]의 DJ로 본격적인 방송활동을 시작하기 전부터 ‘5년간 라디오 방송에서 DJ가 바뀌어도 코너는 살아남았던’([경향신문]) 그만의 언변 덕분일 것이다. ‘검증된 방송인’으로서 김태훈은 다양하게 활용된다. 그의 활동을 살펴보면 방송이 필요에 따라 그에게 어울리는 직함을 만들어 주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SBS [접속! 무비월드]에서는 영화평론가, MBC [일밤] ‘나는 가수다’에서는 자문의원, SBS [세기의 대결 알파고 대 이세돌]에서는 아마추어 바둑인이자 칼럼니스트로 불렸던 그의 영역에는 한계가 없다. 하지만 이런 전방위적 활동 때문에 위기에 빠지기도 한다. 2015년 2월 김태훈이 [그라치아]에 쓴 ‘IS보다 무뇌아적 페미니즘이 더 위험하다’는 칼럼은 전문적이고 민감한 내용을 해당 분야에 대해 검증된 적 없는 필자가 썼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줬다.

최민준, 검증되지 않은 교육의 위험성
최민준의 직함은 ‘자라다 남아미술연구소’의 대표이자 ‘남아 미술교육 전문가’다. ‘2009년부터 남아만을 대상으로 미술을 가르쳤다’라는 개인의 경험은 언론이 붙여준 ‘전문가’라는 칭호와 만나 영향력을 가진다. [어쩌다 어른] 55회에서 ‘아들 가진 엄마들의 해결사’로 소개된 최민준은 ‘여자’인 엄마는 ‘남자’인 아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자신의 교육관을 설파한다. 그가 성차를 설명하기 위해 내세우는 여러 가지 실험과 통계들은 엄마에게 ‘혹시 내 아이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불안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하다. 남아가 여아에 비해 발달장애 발병확률이 높다거나, 전형적이지 않은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발달장애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다는 말을 하는 것은 그래서 큰 문제다. 심리학이나 교육학에서도 분명 성차는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이 ‘남자가 남자를 가르쳐야 하는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발달심리학에서는 성차를 근거로 부부가 동등한 비율로 아이를 돌볼 것을 권장한다. 이것은 또래집단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인정받길 원하고’, ‘저항정신이 강한’ 남아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여아와 분리해 교육하는 것은 사회성 발달을 저하하고,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화할 우려가 있다. 최민준이 남아만을 가르치는 것은 자유다. 하지만 공적인 자리에서 그것을 대안인 양 제시해서는 안 된다. 교육자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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