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만의 와일드월드

변치 않는 그래미, 변하는 아티스트

2017.02.20
2017년 그래미의 주인공은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 올해의 레코드를 싹쓸이한 아델이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아델은 수상 소감에서 올해 그래미의 주인공은 자신이 아니어야 했다고 말했다. “어쩌면 저는 이 상을 받지 말아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지만, 동시에 변변치 않은 사람이기도 합니다. 제 인생 최고의 아티스트는 비욘세입니다. 그리고 [레모네이드] 앨범은 제게 있어서, 너무나 기념비적인 작품입니다. 비욘세, 그 앨범은 너무나 대단해요. 심사숙고된, 아름다운, 영혼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앨범입니다. 덕분에 우리는 모두 당신이 보여주지 않았던 당신의 다른 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점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우리 아티스트들은 모두 당신을 존경합니다. 비욘세 당신은 우리들의 빛이에요.” 아델에게 표를 준 그래미는 적지 않게 당황스러웠겠지만, 많은 이들이 솔직한 아델의 말에 공감했다. 아델의 앨범 [25] 또한 훌륭했지만, 그만큼 비욘세의 앨범 [레모네이드]가 보여준 문화적 중요성과 독창성은 대단했다.

하지만 어째서 비욘세 대신 아델이 주인공이 된 걸까? 많은 언론은 인종차별주의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가디언]은 그래미가 흑인 음악가들을 냉대했던 역사를 언급하며, 올해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고 썼다. 86년에는 필 콜린스에게 올해의 앨범상을 주며, 프린스, 휘트니 휴스턴을 간과했고, 93년에는 에릭 클랩튼에게 상을 주면서, 마이클 잭슨을 놓쳤다. [워싱턴 포스트]가 말하듯, 최근에도 백인 아티스트를 우대하는 경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5년간 흑인 아티스트들이 시대를 상징하는 팝 음악을 만들었음에도 그랬다. 2013년엔 프랭크 오션 대신 멈포트 앤 선즈, 2014년엔 켄드릭 라마 대신 다프트 펑크, 2015년엔 비욘세 대신 벡이 상을 받았다. 켄드릭 라마는 작년, 테일러 스위프트에게 또 한 번 상을 뺏겼다.

물론 그래미가 노골적으로 흑인을 차별하려고 백인에게만 상을 주는 것은 아니다. 차별은 그보다 좀 더 미묘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복스]는 수상자를 예측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아티스트 대신 장르를 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올해의 앨범 후보작에는 팝과 힙합 팬들에게 어필하는 [레모네이드], 팝 팬들에게 어필하는 저스틴 비버의 [퍼포스], 힙합 팬들이 좋아하는 드레이크의 [뷰스], 그 외에 좀 더 어덜트-컨템포러리 음악에 가까운 아델의 [25]와 컨트리 음악인 스터길 심슨의 [어 세일러스 가이드 투 어스]가 있었다. 각자 좋아하는 장르에 표를 준다고 할 때, 팝이나 힙합보다 록을 좋아하는 이들은 인지도가 떨어지는 스터길 심슨보다 무난한 아델에게 표를 던졌을 거라는 것이 [복스]의 추측이다. 문제는 이런 표 가르기 현상이 생길 때면,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난 나이든 백인 투표자들이 흑인 대신 백인 아티스트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흑인 아티스트들의 최근 음악보다 그들의 음악이 귀에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롤링스톤스]의 지적처럼, 음반 업계의 사람들이 일반 대중보다 좀 더 진보적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그들은 상당수가 백인이고 남성이다. [복스]는 1959년 그래미가 올해의 앨범을 수상하기 시작한 이래, 단지 10명의 흑인 아티스트만이 이 상을 받은 건 그 때문이라고 말한다.

프랭크 오션은 그래미의 이런 ‘문화적 편견’ 때문에 올해 그래미에 자신의 앨범이 후보에 올라가는 것을 거절했다. 따로 의견을 표명한 건 아니지만, 드레이크 또한 영국으로 투어를 떠났고, 카니예 웨스트 또한 보이지 않았다. 아마 내년에는 더 많은 아티스트들이 보이콧에 동참할지 모른다. 비욘세는 어반 컨템포러리 앨범상을 받으며 “우리의 고통과 투쟁, 어두움, 그리고 역사에 목소리를 실어 줄 수 있는 작품”을 위해 [레모네이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비욘세의 말처럼 그 작업은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이슈를 직면하는” 일이었다. 그래미는 그 불편함을 마주 보지 못했지만, 적어도 우리는 비욘세 덕분에 그 불편함을 목격하고 귀로 들을 수 있었다. 어쩌면 올해의 앨범을 누가 수상했느냐는 부차적인 문제일지도 모른다. 변하지 않은 건 그래미일 뿐, 이미 세상은 불편함을 마주하며 변하고 있다는 걸 우리가 알게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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