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래퍼], 10대들의 힙합 입시

2017.02.20
Mnet [고등래퍼]는 종종 ‘힙합 입시’의 현장처럼 보인다. Mnet [쇼 미 더 머니]나 [언프리티 랩스타]의 적지 않은 주요 출연진들이 이미 소속사를 가진 기성 래퍼인 반면, [고등래퍼]는 힙합신과 팬들에게 이제 막 눈도장을 찍으려는 사람들의 비율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은둔 래퍼’ 딥플로우도 “새로운 루키를 찾아보고 싶어서” [고등래퍼]에 나왔다고 할 만큼 심사위원들은 직접 잠재성 있는 신인을 발굴할 수 있다. 첫 회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 역시 지금은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장용준에게 씨잼, 블랙넛 등이 소속된 레이블 저스트뮤직의 수장 스윙스가 “회사 있어요? 나랑 얘기 좀 해요”라고 제안할 때였다.

어느 정도 활동 경력이 있는 래퍼들이 대거 출전하고 방송 시작 전부터 화제가 되는 [쇼 미 더 머니]에서 이제 막 시작하려는 래퍼가 얼굴을 알릴 수 있는 확률은 희박해졌다. [언프리티 랩스타]는 Mnet이 사전에 접촉한 기성 래퍼들만 출연할 수 있다. 반면 [고등래퍼]는 래퍼 지망생들이 원샷을 받을 기회가 상대적으로 높다. [쇼 미 더 머니]에 출연했던 양홍원, 김구라의 아들 김동현 정도를 제외하면 “작업물을 들어봤다”고 심사위원들이 언급하는, 이미 이름이 알려진 참가자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열심히 소비해왔던 층에서도 거의 대부분의 참가자를 [고등래퍼]의 티저 영상이나 본방송에서 처음 봤다고 반응한다. [쇼 미 더 머니]가 기성 래퍼들의 만남의 장이 된 상황에서, TV 프로그램을 통해 래퍼 지망생이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예전보다 어린 나이에 지망해야 한다. 더군다나 [고등래퍼]는 지원자 모집 영상에서 씨잼과 비와이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래퍼의 꿈을 꿨다고, 지코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믹스테잎을 만들어 언더그라운드 신에서 활동했다는 인터뷰를 보여줬다. 굳이 대학 입시를 준비하며 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래퍼가 될 수 있다는 근사한 성공 사례가 있고, TV로 유명해지기 위해서는 어린 나이에 뛰어드는 것이 확률도 올라간다.

무명의 지망생이 단기간에 유명해지는 성공 신화를 둔 경쟁이 10대로 내려왔다. [쇼 미 더 머니]가 힙합계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했을 때, Mnet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고 유명해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흥미로운 것은, 그들은 나이 특성상 필연적으로 대학 입시 경쟁도 경험했거나 경험한다는 점이다. 반드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다. 누군가는 “수업이 인문계와 다르게 진행돼” 연예인을 준비할 수 있는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나 한림예술고등학교에 이미 진학했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전, 학교에 다닐 필요가 없다며 자퇴를 했다. 하지만 그 외의 다른 참가자들은 자신의 상황을 “무시당하는 삶이 싫음 책 펴. 그게 맞는 거야” 같은 가사로 승화하며 성격이 다른 두 세계를 함께 경험하고 있다.

때문에 [쇼 미 더 머니]를 둘러싼 시장의 변화와 [고등래퍼]의 탄생은 꿈에 얼마나 투자할 수 있을지 리스크를 가늠하는 일종의 시험대로도 보인다. 대학 입시 경쟁 시스템에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것은 공평하게 치르는 수능 점수다. 미래가 불확실하다면 대학은 가장 든든한 보험이 되어줄 수 있지만, 그 시험을 잘 치기 위해 감당해야 하는 교육 과정이 맞지 않아 고민하기도 한다. 반면 능동적으로 경쟁에 뛰어드는 [고등래퍼]에서는 예기치 못한 요인이 작용한다. 2,000명의 지원자 사이에서 포커스를 받는 기회는 잘생기거나 예뻐서, 혹은 [쇼 미 더 머니]에 출전한 적이 있어서, ‘흑락회’라는 동아리 출신이라서 주어지기도 한다. 심지어 래퍼 비와이와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라는 이유로 인터뷰가 전파를 타는 학생들도 있다. [고등래퍼]의 세계는 대학 입시보다 훨씬 복잡한 요인들이 영향을 주고 그것은 랩과 전혀 관계가 없기도 하다. 누군가에게는 더 유리해질 수도, 누군가에게는 불리해질 수도 있는 경쟁의 세계. 학교에서보다 불확실성이 올라가는 이 경쟁의 장을 학생들은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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