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일기]│③ 김대주 작가 “[신혼일기]는 부부 솔루션 프로그램 같다”

2017.02.21
예쁜 집과 다정한 부부, 걱정할 것 없는 생활. tvN [신혼일기]의 1화는 약간의 판타지가 가미된 결혼 권장 프로그램에 가까워 보였다. 그러나 바로 다음 에피소드에서 드러난 것은 부부가 부딪히게 되는 아주 기본적이며 현실적인 문제들이었다. 결혼을 권장하거나 무조건 환상을 깨뜨리는 대신, 부부라는 관계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신혼일기]의 메인작가, 김대주를 만났다.

시청률은 tvN [삼시세끼] 때보다 높지 않은데, 시청자들 사이에서 이야기는 훨씬 더 활발하게 나오는 것 같다.
김대주
: 기획을 시작할 때도 다양한 층에서 크게 관심받을 거라는 생각은 안 했다. 구혜선 씨는 유명한 배우고, (안)재현이도 뜨고 있는 스타지만 사실 어른들은 잘 모르신다. [삼시세끼]와는 다르게 부부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많이 어리거나 결혼과 크게 관계없는 분들은 쉽게 공감할 수 없는 테마이기도 하고. 그냥 예전과 좀 다른 걸 해보고 싶었고, 이런 이야기도 언젠가 한 번쯤은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여성 시청자들이 많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반응을 보면 다행히 관심들을 가져주시는 것 같다. 구혜선 씨나 재현이도 이 정도로 반응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더라.

‘이런 얘기를 해보고 싶었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김대주
: 지금 [신혼일기]를 같이 만들고 있는 이우형 PD와 내가 tvN으로 와서 제일 처음 했던 게 [더 로맨틱]이라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만큼 둘 다 남녀 사이의 로맨스나 판타지를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고, 둘 다 결혼한 지 오래 지나지 않았다는 공통점도 있다. 그래서 부부 관계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다고 판단했다. 특히 나는 MBN [부부수업 파뿌리]를 재미있게 보는데, 이혼을 앞둔 부부들을 다루는 프로그램이다. 그들 개인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기혼자로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많더라. [신혼일기] 역시 한적한 공간에서 두 사람만 지낼 수 있게 만들어준다면, 그런 요소들을 자세히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실제로 결혼을 했을 때 맺어지는 시댁, 처가 등의 관계가 배제돼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는 판타지에 가깝기도 하다.
김대주
: 한마디로 리얼리티와 판타지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너무 현실 같으면 보기 힘들지 않나. (웃음) 방송에서 현실을 똑같이 보여줘 버리면 사람들은 피곤해한다. 그 점에서 공간의 힘도 큰 것 같다. 강원도의 조용한 집에서 부부가 단둘이 보낼 수 있다는 것도 판타지고, 하필 눈이 소복하게 내리는 겨울이라는 계절인 것도 판타지적인 느낌을 더한다. 그 안에서 나오는 내용들은 사랑도 하고,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고, 화해하기도 하는 실제 부부의 이야기지만.

집은 어떻게 만든 건가.
김대주
: 사실 KBS [해피선데이] ‘1박 2일’ 때부터 찾아놨던 집이다. 주인분이 따로 있긴 한데, 사는 건 아니고 가끔 와서 쉬는 곳이다. 당시 답사를 다니다가 이 집은 너무 좋은데 출연자들을 고생시키지는 못할 것 같아서 (웃음) 계속 두고 있다가 드디어, 거의 10년 만에 사용하게 됐다. 원래 있던 집을 리모델링한 거라 지금의 모양으로 만드는 데는 2개월이 채 안 걸렸다. 전통 한옥은 아니지만 한옥 느낌이었기 때문에 젊은 부부가 살고 싶어 할 만한 집을 만들기 위해서 PD, 작가들이 다 같이 서촌이나 익선동으로 리모델링한 한옥을 굉장히 많이 보러 다녔다. 중요한 게 부엌 쪽으로 나 있는 통유리창이다. 정말 예쁘지만 햇살이 들어오지 않을 때는 춥다. 그래서 방송을 보면 구혜선 씨와 재현이가 계속 난로를 뗀다. 아무리 바닥을 따뜻하게 해도 난로를 켜지 않으면 공기 자체가 차가운 집이라 두 사람에게 너무너무 미안했다.

그렇다면 현장에서 촬영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했나. 아무리 리얼리티라 해도 방송이기 때문에 부부 사이의 일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기가 쉽지는 않았을 텐데.
김대주
: 두 사람이 제작진과 거의 마주치지 않게끔 세팅을 했다. [삼시세끼]는 출연자들을 골탕 먹여야 하고, 미션도 줘야 하고, 약 올리고 지켜봐야 했기 때문에 항상 제작진이 앞에 있었다. 뭔가를 하면 카메라 감독님들도 막 가까이 들어가서 찍거나 꼭 팔로우를 했고. [신혼일기]의 경우에는 집 내부에 카메라를 많이 설치하고, 나머지는 멀리 떨어져서 찍거나 굳이 팔로우를 하지 않고 고정된 상태로 촬영하면서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예능의 재미를 위해서는 제작진의 개입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하는데, 이건 둘 사이의 얘기밖에 없으니까 좀 잔잔하긴 하지. 하지만 이 사람들이 몰입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가끔 카메라 메모리나 배터리를 교체해야 할 때만 집에 들어갔다. 그럴 때 ‘잘 지내고 있지? 이제 뭐 할 거야?’ 이런 걸 물어보는 것 정도였고, 편집실에서 촬영 파일을 열어봐야 전체 현장 상황을 알 수 있었다.

방송 분량에 대한 불안감은 없었나.
김대주
: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부터 논의했던 건데, 두 사람이 몰입하고 즐기지 않으면 이야깃거리도 나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분량이나 회차 욕심도 버리고 회당 1시간 10분, 총 5, 6회 정도로 잡았고. [삼시세끼] 시리즈가 회당 1시간 30분, 총 10회 정도였으니까 엄청 줄어든 거다. 강원도에서 2주 가까이 연속으로 촬영을 했는데 국내 예능 프로그램 중에서는 최장기 로케이션이다. (웃음) 처음에는 현지 생활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다가, 피로감이 쌓이면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에피소드들이 나온다. 2회 방송에서 등장했던 집안일을 둘러싼 갈등도 촬영 3일째에 발생한 거다. 대신 카메라 스트레스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하루 정도는 아예 촬영을 하지 않았다. 혹시나 찍고 싶은 게 있으면 마음대로 찍으라고 두 사람에게 카메라를 한 대 주고, 스태프들도 쉰 거지.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2회의 집안일 분담 관련 갈등은 1회만 봤을 때는 전혀 예상을 못 했던 사건이었다. 방송에서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 고민은 없었을까.
김대주
: 이건 그냥 이들의 감정을 따라가야 할 것 같았다. 다른 부부라면 ‘잠깐만 나와 봐’라고 해서 카메라가 없는 곳에서 싸우거나, 방송이니까 우선 여기서는 넘기고 집에 가서 싸우거나 할 수도 있었을 거다. 아니면 아예 회피를 하거나. 그런데 갈등이 있으면 솔직하게 소통하면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구혜선 씨와 재현이의 성격인 거지. 문제를 계속 붙잡고 풀어가는 과정을 천천히 다 보여줘야겠다고 판단했다. 보통 예능에서는 그런 걸 많이 한다. 싸움이 터지는 것만 보여주고, 결과는 다음 주 방송으로 넘기는 거. 두 사람이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괜히 악마의 편집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사게 하고 싶지는 않더라. 우리야 프로그램을 찍고 끝나지만, 둘은 계속 함께 살아가야 하는 입장이니까.

두 사람 사이에 그런 문제가 있었다는 걸 미리 알고 있기는 했나.
김대주
: 사전 인터뷰 때 어느 정도 듣기는 했지만, 인터뷰를 한다고 해서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구체적으로 다 알 수는 없다. 심지어 재현이는 누가 봐도 구혜선 씨에게 굉장히 잘하는 남편이고, 되도록 좋은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친구다. 나중에 아이가 태어나면 [신혼일기]를 꼭 보여줄 거라고 말할 정도로 소중한 추억으로 생각하고 있기도 하고. 구혜선 씨도 사전 미팅에서 그런 말을 하더라. 아마 자기 남편은 너무너무 잘할 거라고. 실수 한 번을 안 할 거라고. (웃음) 그래서 집안일 분담에 관련된 갈등이 촬영 중에 나올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지. 반면 구혜선 씨는 내추럴한 모습을 많이 보여줬고, 제작진에게도 “저희한테 휘둘리지 말고 마음껏 편집하세요”라고 이야기해주기도 했다. 스태프들이 구혜선 씨에게 다 반할 정도였다. 우리와 작업하는 게 처음인데도 믿어준 거니까.

출연자들은 물론 제작진들에게도 부부 관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됐을 것 같은데.
김대주
: 구혜선 씨가 부부 솔루션 프로그램 같다고 하더라. (웃음) 당사자들도 제3자의 입장에서 보게 되는 거지. 2회의 갈등 에피소드를 살리면서 나 역시도 뜨끔했던 게, 주말에 쉬면서 청소와 설거지 정도를 내가 하는데 횟수로 따지자면 정말 가끔이다. 그러면서도 너무 당연하게 ‘내가 도와줬잖아’라고 아내에게 말했던 것 같다. 사실 분리수거든 청소든 내가 하기 싫으면 상대방도 하기 싫은 거거든. 그리고 퇴근해서 집이 더러우면 ‘쉬면서 청소도 안 해놨네’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 ‘면서’라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거다. 집안일을 이리저리 하다 보면 하루가 다 간다. 결코 쉬는 게 아니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서 보이지 않았던 것,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다. 재현이도 방송 이후로 계속해서 살림을 나눠서 하고 있다고 하더라.

그 점에서 제작진의 균형감이라는 것도 여러모로 중요하겠다.
김대주
: 나와 이우형 PD 정도를 제외하면 제작진의 대부분이 여성들이다. 편집을 하다 보면 남성과 여성의 의견이 갈릴 때가 있다. 우리는 ‘재현이가 왜 저러지? 저거 별로지 않아?’ 그러면 여성 스태프들은 너무 좋아 보이는 모습이라고 반박하기도 한다. 그러면 우리가 모르는 부분들은 포기하고, 여성 스태프들의 의견대로 간다. 여기에 더해서, 재미를 위한 자막도 줄이려고 노력 중이다. 예를 들어 ‘나한테 왜 그래? 나 삐쳤어’라고 자막을 다는 순간, 이 사람은 앞뒤 맥락 없이 삐친 사람이 된다. 전체적으로 봐야 ‘쟤가 지금 기분이 안 좋구나, 그 이유는 뭐구나’가 이해되는데 자막을 넣으면 보는 사람들은 ‘쟤 기분 안 좋네’ 그냥 이렇게 단순하게 인지를 해버린다. 그럴 경우 오해가 생기기 쉽기 때문에 객관적이거나 말을 좀 잘 들리게 하는 자막 정도만 넣으면서 중립을 지키려고 한다.

결국 이 프로그램으로 뭘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나.
김대주
: 구혜선 씨와 재현이 사이에서 가장 좋았던 게 ‘대화’였다. 부부는 굉장히 가까운 사이 같지만, 의외로 친구보다 가깝지 않을 수도 있다. 서로 다른 생활환경에서 커왔고, 거의 삼십 년 정도를 다르게 살다가 만나는 관계다. 친구는 싸워도 나중에 다시 만날 수 있지만 부부는 제대로 싸우면 헤어진다. 그런데 육 개월에서 일 년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달랐던 것들을 맞춰가야 하기 때문에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화가 없으면 힘든 건데, 두 사람이 하나의 문제를 가지고 길게 이야기하는 걸 보면서 굉장히 건강한 부부라고 생각했다. 재현이가 그러더라. 결혼은 비로소 연애의 시작인 것 같다고. 늘 서로 배려하고 대화하면서 맞춰가야지, ‘결혼했으니까 당연히 해야지’ 이런 건 없다고 본다.

다른 커플로도 [신혼일기]를 또 만들 수 있을까?
김대주
: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 [삼시세끼]도 이렇게 많은 시즌을 하게 될 줄은 몰랐기 때문에, 괜찮은 부부가 있고 상황이 된다면 충분히 할 수 있겠지. 다만 출연자 입장에서는 어려울 거다. 차라리 대본을 써주면 편할 텐데, 편하게 있으라고 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잡기가 쉽지 않으니까. 겁이 나기도 할 거다. 나오고 싶은 사람이 있으려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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