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일기]│② 구혜선과 안재현에게 배우는 부부의 자세

2017.02.21
예능프로그램을 비롯한 미디어에서 서로 사랑하고, 당연하게 배려하고, 성 역할에 갇혀 있지 않은 부부의 존재는 희귀할 정도다. 지난 3일 처음 방송된 tvN [신혼일기]의 구혜선과 안재현은 오랜만에 등장한 그런 부부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아온 두 사람이 인생의 파트너가 되었을 때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일까. 구혜선과 안재현에게서 몇 가지 힌트를 얻었다.

각자 잘하는 일을 한다
많은 남성이 집안일은 자신의 몫이 아니라고 여긴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서처럼 요리를 훌륭하게 해내는 것이 아내의 자격처럼 그려지며, 요리를 잘하지 못하거나 자주 해주지 않는 아내는 종종 놀림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요리든 청소든, 한집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각자 잘하는 일을 맡으면 된다. 각종 양념부터 재료, 냄비의 두께, 김치가 익은 정도, 육수까지 꼼꼼하게 체크하는 안재현은 주로 요리를 맡고, 구혜선은 안재현이 미처 신경쓰지 못하는 집안일을 도맡는다. 현관과 부엌, 방 곳곳의 바닥에 열을 보존할 수 있도록 천을 깔거나 분리수거 박스를 손수 만들고, 아침 일찍 일어나 반려동물들 중 누군가가 싼 소변의 흔적을 치우고 페브리즈를 뿌려 산뜻하게 만들고 지푸라기를 줍는 일 모두 구혜선의 몫이었다. 부부 관계에서 여성이 해야 하는 일, 남성이 해야 하는 일은 없다. 한 사람에게 부담을 너무 크게 지우지 않고 집안일을 할 수 있는, 두 사람 나름의 규칙과 시스템을 만들면 된다.

상대방의 상태에 주의를 기울인다
하루 종일 서로만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지금 저 사람의 기분이 어떤지, 혹시 도움이 필요한 상황은 아닌지 등등을 틈틈이 살펴보고 적절한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내가 당신에게 무관심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방법이다. 안재현은 구혜선이 가구를 재배치하다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나자 재빨리 방으로 뛰어 들어가 “어, 여보야! 다쳤어?”라고 물어보았으며, “이거 어떻게 해줘? 내가 할게”라며 구혜선 대신 서랍과 피아노 등을 손수 옮겨놓기까지 했다. 심지어 요리를 할 때도, 다음 날 아침 겨우 눈을 떴을 때도 책상에 찍혔을 구혜선의 발 상태를 끊임없이 걱정했다. 구혜선 또한 양파를 썰다 칼에 눌려 손가락이 다친 안재현에게 병원에 가지 않겠냐고 물어보거나, 선명하게 얼굴에 새겨진 베개 자국을 어루만져 주기도 했다. “우리 손발이 됐다. 그치 여보?”라는 안재현의 말처럼, 관심과 애정을 갖고 서로를 지켜봐야만 힘들 때 기꺼이 의지할 수 있는 사이가 된다. 그리고, 그것이 일단 나와 같이 인생을 보내기로 결정한 상대방에 대한 예의이기도 할 것이다.

좋은 말은 아끼지 않는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상대방이 해주는 일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타인이 내게 베푸는 친절 중 당연한 것은 무엇도 없고, 때문에 부부 사이에서도 ‘고맙다’는 말은 필수다. 구혜선은 안재현이 좋아하는 과자를 자동차 트렁크 가득 넣어두었으며, 그것을 목격한 안재현은 “여보야, 고맙다. 내 코 찡했다”라며 더없이 행복하다는 듯 웃었다. 두 사람의 ‘고맙다’는 표현은 아주 사소한 일에서도 자연스럽게 등장하는데, 구혜선은 자신의 눈치를 보며 유자차를 끓여주는 안재현에게, 안재현은 요리를 하는 자신의 옆에 자리를 깔고 머물러주는 구혜선에게 “고마워”, “고맙다. 옆에 있어주는 거야?”라고 말했다. 적절한 칭찬 또한 고마움의 표시만큼 중요하다. 퍼석퍼석하게 헝클어진 아내의 머리카락을 보며 “귀여워, 여보. 푸들 같아. 머리숱 짱 많아 보여”라거나 “여보는 아무것도 안 해도 예뻐”라고 말하는 남편, 양파를 썰고 있는 남편에게 “잘 썬다”라고 짧은 칭찬을 건네는 아내. 듣기 좋은 말 한마디로 서로가 서로의 원동력이 되어주는 셈이다.

파트너가 해준 음식은 맛있게 먹는다
“구님의 요리세계가 저와는 굉장히 안 맞았어요. 터프하죠, 굉장히. 양도 많이 끓이고.” 안재현은 구혜선의 요리를 이렇게 설명했지만, 이어 “구님이 하는 요리는 어? 어? 어? 하다가 한입 먹으면 그 경계를 깨요. 맛있어요”라고 평가했다. 밥은 물론 모든 반찬에 무가 동원되고, 정해진 레시피를 따르기보다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요리하는 듯한 구혜선의 음식은 겉보기에도 정석적으로 뛰어난 맛은 아닐 것만 같다. 그러나 안재현은 된장찌개를 먹자마자 “맛있어!”라고 소리치거나 “역시 여보 요리는 없던 맛이야”, (구혜선이 만든 샌드위치를 먹은 후) “뭐야 이거? 진짜 맛있어”, “왜 피자보다 맛있지? 너무 맛있다”라는 등 맛있다는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다. 파트너보다 자신이 요리를 더 잘하는 상황에서도 그의 솜씨를 함부로 평가하거나 타박하지 않고, 음식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지 않는 안재현의 태도는 누구든 배워야 마땅하다. 기억해두자. 상대방이 해준 음식에 왈가왈부하지 말 것. 음식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본인이 직접 할 것.

결혼에 대한 쓸데없는 농담을 하지 않는다
기혼자, 특히 남성들의 흔한 레퍼토리가 있다. 아내에게 ‘잡혀 사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거나, 결혼 전이 훨씬 더 행복했다고 푸념하거나, 다른 이들에게 결혼은 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말하는 것. 결혼과 동시에 인생이 끝장나기라도 하는 것처럼 구는 이러한 레퍼토리는 일상은 물론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종종 웃음을 유발하거나 기혼 남성들 간의 유대를 돈독히 하는 장치로 활용된다. 그러나 안재현은 어떤 경우에도 이러한 농담에 결코 동참하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든 구혜선을 “구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기본이다. tvN [신서유기] 시리즈에서 “결혼 이후엔 패션과 돈에 관심이 없어졌다. 구혜선뿐이다. 아내는 내 우주”라거나 결혼생활 중 가장 특별한 순간은 “언제나”라고 답하며, “내가 지금 살아서 뭐하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항상 나를 삶에 없으면 안 될 사람으로 만들어준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어서 느끼는 행복을 드러내 보이는 일이 이렇게나 자연스럽고 이렇게나 좋을 수 있다는 것을, 안재현과 구혜선에게서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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