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일기]│① 이것이 결혼이다

2017.02.21
결혼을 앞두거나 진지하게 고민하는 남성들이 tvN [신혼일기]를 꼭 보면 좋겠다. 1화는 어떤 남편이 사랑스럽고 모범적인 남편인지 학습하는 의미에서, 2화는 그런 사랑스러운 남편이 어떻게 아내의 속을 썩일 수 있는지 반면교사 삼는 의미에서. 강원도 인제의 외딴 전원주택에서 벌어지는 신혼부부인 구혜선과 안재현의 생활을 담아낸 [신혼일기] 1화에서 안재현은 기존 한국 콘텐츠 어디서도 볼 수 없던 ‘스윗한’ 남성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내를 ‘여보야’로 부르고, 남에게 아내 이야기할 땐 ‘구님’이라 호칭하는 그는 요리도 잘하고 상냥하며 아내의 거의 모든 행동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평소 남성 출연자 위주의 조금은 보수적인 정서를 담아내던 나영석 PD의 예능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던 상당수 여성 시청자들도 새롭게 발견한 안재현이라는 ‘사랑꾼’ 캐릭터에는 열광했다. 얼마나 기다리던 달콤한 남자, 상냥한 남자였던가. 하지만 달콤함 이후에는 짠맛인 걸까. 2화에서의 안재현은 눈치 없이 구혜선의 피아노 연주에 끼어들어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가사 분담 문제에 대한 아내의 지적과 고백에 극도로 방어적이면서 조금은 철없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것은 악마의 편집도, ‘사랑꾼’의 실수도 아니다. 1화와 2화의 안재현은 명확한 동전의 양면이며, 여기에는 스스로 꽤 괜찮은 남자, 남편이라고 믿는 이들이 결혼이라는 특별한 관계 안에서 저지를 수 있는 실수가 응축되어 나타난다.

누군가는 [신혼일기] 2화를 보며 의아했을지도 모른다. 구혜선이 실수로 가구를 무너뜨리고 발을 찧었을 때 가구는 신경 쓰지 않고 바로 다쳤느냐고 물어보고 걱정해줄 정도로 상대에게 집중하는 남자가 그토록 눈치 없이 자기만의 연주를 즐기고 싶던 구혜선을 방해하던 것에 대해. 안재현이 모델로만 활동하던 시절에 한 인터뷰에서 웹툰 [어쿠스틱 라이프]를 언급하며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 역시 내 장래희망”이라 말한 것이 작은 힌트가 된다. 남녀를 불문하고 행복한 가정이라는 일종의 이데아를 미리 구상해놓고 결혼생활을 하는 건 그 긍정적인 목표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 어렵다. 서로가 가진 요철을 고려해 퍼즐을 맞춰나가기보다는, 먼저 그려놓은 이상적 풍경에 자신과 상대방을 욱여넣으려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자칫 일종의 롤플레이가 되어버린다. 구혜선이 피아노를 연주하는 동안 뒤에서 조용히 듣는 대신 협연을 시도하는 장면은 매우 상징적인 상황이다. 함께 화음을 맞춰 연주하는 모습은 조화로운 결혼, 아름다운 결혼의 메타포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결혼이라는 협연은 상대의 독주를 가만히 들어주기도 하고, 서로 낑낑대며 조율하기도 하며, 상대의 엉망진창인 연주를 때에 따라 참아주기도 하고 때론 비판적으로 조언하기도 하며 겨우 균형을 이룰 수 있다.

결혼은 단순히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부딪히고 이해하는 것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그보다는 각각 자신을 중심으로 도는 두 개의 우주가 한 공간에서 충돌하는 것에 가깝다. 고양이를 기르던 남자는 상대가 기르던 개와 한 식구가 되어 공간을 배분해야 하며, 둘 다 따뜻한 물로 씻기 위해선 한 사람이 좀 더 일찍 일어나 씻을 수밖에 없다. 배려는 물리의 영역이다. 예고편으로 공개되었을 때부터 많은 이들을 식겁하게 했던 구혜선과 안재현의 말다툼은 배려를 물리의 영역으로 보는 이와 정서 혹은 기분의 문제로 보는 이의 충돌에 가깝다. 구혜선은 그동안 집안일이 얼마나 자신에게 몰려 있었는지 이야기하는데, 안재현은 “내가 자기에게 일거리를 만드는 사람처럼 느껴져서 기분이 안 좋”다고 말한다. 엉뚱한 대응이다. 공평한 시간 배분을 위해 논의하거나 아니면 공평했노라고 실증적으로 반박해야 한다(물론 후자는 보통 남자의 착각이다). 안재현은 이어 “우리 결혼생활에 살림밖에 없나 싶게”라고 서운함을 토로한다. 하지만 바로 그 살림이 결혼을 통해 서로 겹쳐진 시간과 공간의 물리적 갈등을 조율하는 과정이다. 갈등 없는 삶이 행복한 삶이라고 믿는 사람은 열심히 갈등을 회피할 뿐이다. 그래선 무엇도 해결되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많은 이들이 [신혼일기]를 보면 좋겠다. 나영석 PD의 기존 리얼리티 예능이 그러했듯, 여기에는 기획의도나 포맷, 연출로도 통제되지 않는 인간사의 어떤 단면이 툭 튀어나온다. 마치 정답처럼 보이던 한 신혼부부의, 명백히 [리틀 포레스트]를 레퍼런스 삼은 단아하면서도 귀여운 삶의 풍경은 어느 순간 결혼했기에 부담해야 하는 리스크와 갈등을 드러낸다. 이것은 소음일지언정 결코 잡음이 아니다. 서로의 우주를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겹쳐놓기 위한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마찰음이다. 긴 논의 끝에 안재현이 변화를 약속하고 자신의 방어적인 태도를 인정했을 때, 최종적으로 구혜선이 한 말은 수많은 예비 신랑신부에게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결혼이) 행복해지자고 한 일이나, 행복할 일은 아니다.” 마지막 문장이 과격하다고 생각해서인지 정작 방송에서는 해당 문장을 ‘결혼은 현실이다’라는 자막으로 대체하지만, 원래 문장이 훨씬 적확하다.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할 수 있을 뿐, 행복해야 할 의무와 강박 위에서 살 이유는 없다. 이런 의무감은 오히려 갈등을 감추거나 회피하는 알리바이로 사용될 뿐이다. 중요한 건 행복이라는 목표를 잃지 않되 저 먼 곳을 바라보는 대신 서로 주어진 것 위에서 그 목표를 향한 발판을 다지고 계단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미루지 말고, 신혼부터 차근차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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