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This is it

트와이스를 이겨라

2017.02.22

걸 그룹 트와이스는 안무에서 좀처럼 팔을 쭉 펴거나, 높이 들어올리거나, 크게 돌리지 않는다. ‘Cheer Up’에서 힘차게 소리 지르는 후렴구에서도 그들은 귀엽게 팔을 흔들었고, ‘TT’의 후렴구에서는 팔을 접고 아이처럼 울었다. ‘Knock Knock’에서도 그들의 팔은 마치 아이가 잼잼하듯 폈다 오무린다. 마치 근육이라곤 없는 어린 여자아이의 동작 같은 이 안무는 ‘Knock Knock’ 뮤직비디오 속 트와이스의 이미지이기도 하다. 멤버들의 행동은 속도를 약간 빠르게 해서 현실성을 없애며 보다 앙증맞은 느낌을 더했고, 그들이 집에서 나와 눈을 맞는 야외는 스노우볼처럼 인공적인 느낌으로 가득하다. 트와이스가 원색의 벽만 있는 배경 앞에서 몸과 그림자만을 보여주거나, 각각의 멤버가 3분할한 화면에서 다른 스타일링을 보여주는 것은 사실상 종이 인형 놀이다. 현실적인 인간의 느낌은 최대한 사라지고, 언제나 예쁘고 귀엽고, 앙증맞기만 한 종이 인형. 

데뷔곡 ‘OOH-AHH하게’부터 ‘Knock Knock’까지, 트와이스의 뮤직비디오는 점점 더 그들을 비현실적인 존재로 묘사했다. ‘Cheer Up’에서 멤버들은 코스프레한 것처럼 각각 다른 캐릭터를 연기했고, ‘TT’에서는 할로윈을 배경으로 판타지 속 캐릭터가 됐다. 그사이 ‘OOH-AHH하게’와 ‘Cheer Up’에서 힘차게 뻗어나가던 후렴구는 ‘TT’와 ‘Knock Knock’에서 보다 약하고 귀여운 것으로 바뀌었다. ‘OOH-AHH하게’의 후렴구 가사는 “어떻게 내가 움직일 수 없게 날 Ooh Ahh Ooh Ahh 하게 만들어줘”였다. 그때부터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은 트와이스의 미래가 되었다. 데뷔곡에서 “어딜 걷고 있어도 빨간 바닥(레드카펫)인 거죠”라며 뮤직비디오에서 좀비들 사이에서 도도하게 서 있던 그들은 ‘Knock Knock’에 이르러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그려진 동화책을 보며 “열두 시가 되면 닫혀요”라며 집 문을 열어줄 누군가를 기다린다.

갈수록 더 귀엽고, 약하며, 그래서 누군가를 기다리기만 하는 여자. 이것을 비판하기란 정말 쉽다. 여성에게서 현실적인 모습은 철저하게 제거하고, 약하고 수동적인 존재로만 그리는 여성관이란 얼마나 유해한가. 하지만 트와이스의 제작사 JYP 엔터테인먼트(이하 JYP)가 이런 비판을 신경 쓸 일은 없을 것이다. 트와이스가 음원차트를 올킬한 것은 ‘Cheer Up’부터다. 팬덤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앨범 판매량은 ‘TT’를 앞세운 앨범 [TWICEcoaster: Lane 1]에서 인기 보이 그룹 사이에 놓일 정도가 됐다. 유튜브 조회수 1억을 넘는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Knock Knock’은 편곡에서 킥 드럼을 제외하고는 무거운 소리를 거의 배제했고, 보컬의 목소리 역시 가벼운 부분만 남겼다. 멜로디는 이전 곡들처럼 기승전결을 갖기보다 “밤이 되면 내 맘속에 출입문이 열리죠”, “Knock knock knock knock knock on my door”처럼 짧은 멜로디를 반복하는 식이다. JYP는 ‘Knock Knock’에서 집요해 보일 만큼 트와이스를 현실적인 무게감이 사라진 인형으로 만들고 있다. 그 전의 성공이 이런 방향에 대한 확신을 주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수많은 걸 그룹이 교복, 메이드복, 테니스 스커트 등을 입히며 어리고 귀여우며 수동적인 여성을 묘사하거나,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코스튬을 입고 무대에 서는 것은 트와이스의 성공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뮤직비디오에서 코스프레를 하고 안무 시작부터 끝까지 ‘움짤’로 만들 수 있을 만큼 계속 애교를 부리는 팀이 대중성과 팬덤을 모두 잡을 때, 제작사들이 무엇을 선택할지는 자명하다. 특정 취향의 사람들만 열성적으로 좋아할 것 같았던 여성상이, 사실은 대중성과 팬덤을 동시에 잡을 만큼 많은 한국인들이 좋아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 트와이스와 경쟁 중인 걸 그룹은 공교롭게도 모두 트와이스와 다르다. 여자친구는 ‘파워 청순’이라 불릴 만큼, 때로는 팔을 쭉 뻗은 채 한 바퀴 도는 군무를 추며 화제가 됐다. 마마무는 뮤직비디오에서 남장을 한 ‘음오아예’를 통해 팬덤과 대중성을 모두 잡았다. 레드벨벳이 음원차트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던 때는 마치 소녀의 머릿속을 난해하게 펼쳐놓은 것 같은 ‘Dumb Dumb’이었다. 트와이스는 각자가 센터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모두 다르게 예쁜 멤버들이 모였다. 이 팀과 같은 방식으로 걸 그룹을 제작할수록 그들에게 질 가능성은 높아진다. 아니면 트와이스는 가지 않을 아주 마니악한 시장만 확보하거나. 게다가 트와이스는 서바이벌 오디션 Mnet [식스틴]을 통해 데뷔했다.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매력을 어필했고, 그만큼 매력적인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그 후에는 리얼리티 쇼와 네이버의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 V앱을 통해 팬들에게 보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많은 가수는 소수의 팬덤에게라도 어필하기 위해 노력한다. 반면 트와이스는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많은 요소를 가진 채 데뷔했고, 오히려 데뷔 후 점점 더 특정 취향에 어필하는 콘텐츠로 팬덤을 다졌다. 트와이스는 그 큰 성공만큼이나, 성공 과정도 복제 불가능해 보일 만큼 특이하다. 

그래서 I.O.I가 지난해 걸 그룹 앨범 판매량에서 트와이스 다음이었던 것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들 역시 트와이스처럼 서바이벌 리얼리티 쇼 Mnet [프로듀스 101]을 통해 데뷔했다. 그러나 여러 제작사가 모인 팀은 데뷔곡만 내고 멤버 중 넷이 소속사의 결정에 따라 두 번째 활동을 할 수 없게 됐고, 데뷔곡 ‘Dream Girls’부터 ‘Whatta Man’, ‘너무너무너무’, ‘소나기’까지 곡의 콘셉트는 중구난방이었다. 그러나 멤버인 김청하가 직접 짠 힘찬 퍼포먼스를 내세운 ‘Whatta Man’은 7명으로 활동했음에도 음원과 음반 성적 모두 상승했다. 또한 끊임없이 이어지는 오락 프로그램에서는 쉴 새 없이 떠들고, 서로에 대한 우정과 경쟁심을 동시에 드러내며 시선을 끌었다. 모든 것이 엉망이나 다름없던 프로모션에서, 오직 데뷔하기 위한 열망으로 모인 이 팀의 멤버들은 점점 더 뚜렷해지는 캐릭터와 서사로 모든 문제들을 돌파해버렸다. 이 정의할 수 없는 에너지야말로 지금의 트와이스가 갖지 못한 무엇일 것이다. 지금 I.O.I의 멤버들이 속한 팀들은 그 에너지를 다시 보여줄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그것이 트와이스의 반대말이 등장하는 순간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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