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희와 김루트 “어떤 색을 섞어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그룹이 되고 싶다”

2017.02.22
지난 1월 신현희와 김루트(이하 신루트)에게는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유튜브 인기 BJ가 ‘오빠야’를 따라 부르는 영상을 시작으로 SNS상에서 커버 열풍이 불었고, 이를 계기로 멜론을 비롯한 주요 음원사이트 100위권 안에 입성했다. 하지만 한껏 들뜬 주변의 반응과는 무관하게, 신루트는 중심을 지키려 노력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오랜 인연을 이어온 홍대 카페에서 공연을 하고, 가끔은 포켓몬도 잡으면서.

직접 연주를 하며 ‘오빠야’ 코드를 알려주는 영상을 봤다. 요즘 올라온 건 줄 알았는데 한참 전 영상이더라.
김루트
: 그게 일 년 반 전쯤 만든 영상이다. 그때도 ‘오빠야’ 악보를 보내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한 번에 알려드리려고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까 내가 코드를 잘못 알려드렸더라. 너무 죄송하다. (웃음)
신현희: 그때는 주로 음악 하시는 분들이 요청했었고, 커버 영상이 올라와도 셀 수 있는 정도였다. 그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웠는데 지금은 ‘오빠야’ 관련 동영상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온다. 매일 해시태그를 검색해서 백 번씩 보고 가끔 ‘좋아요’도 누른다. 오타마톤이라는 장난감 같은 악기로 커버한 영상과 ‘오빠야’로 커플 안무를 추는 영상은 진짜 귀엽다.
김루트: 안무 영상을 보고 우리도 라이브 때 이렇게 춰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 엄청 잘 추셔서 따라 할 수도 없겠지만.
신현희: 영상이 너무 많이 올라와서 소속사 대표님이 착각한 적도 있다. 얼마 전에 인스타그램에 ‘오빠야’ 강좌를 홍보하는 영상이 올라왔는데, 그걸 보고 “너희 이거 언제 하는 거야?”라고 물어보셨을 정도다.

처음 ‘오빠야’ 역주행 소식을 접했을 때 기분이 어땠나.
신현희
: 자고 일어났는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알림이 너무 많이 와 있었다. 친구 추가가 천 개가 넘었더라. 놀라서 잠은 깼는데 사태 파악을 하느라 세 시간 동안 누워서 핸드폰만 봤다. 그날 밤 음원사이트 순위 차트에 진입한 후 김루트 오빠에게 전화가 왔다.
김루트: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갔을 때까지만 해도 침착했다. 그런데 Top 100 차트에서 ‘오빠야’를 발견했을 땐 진짜 놀랐다. 홍대에서 인디밴드를 하는 우리로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으니까. 그래서 술을 먹고 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동안 고생했다. 꽃길만 걷자”고.
신현희: 둘이서 계속 “어떡해, 어떡해” 하다가 “안 돼. 우리 정신 차려야 돼” 이러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김루트: 사실 우리도 우리지만, 동료들이 더 기뻐해줬다. 일이 터진 후 늘 도와주는 동료들과 첫 번째 합주를 하던 날은 다들 난리도 아니었다. 갑자기 일정이 잡히는 바람에 첫 방송에서는 이들과 함께하지 못했는데, TV를 보고 울 뻔했다고 이야기해준 친구도 있었다.

라이브 공연 경험은 많지만 음악방송은 또 달랐을 것 같다.
김루트
: 맞다. 라이브 할 때는 거의 긴장을 안 하는 편인데, 방송은 너무 긴장됐다.
신현희: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이하 [유스케])에 나갔을 때도 무대 아래서 대기하고 있는데 오빠가 “현희야, 나 너무 떨려” 이러더라. 그래도 [유스케]는 라이브와 비슷한 느낌이다. 그런데 음악방송은 완전 다르다. Mnet [엠카운트다운]이 우리의 첫 방송이었는데 어디를 쳐다봐야 할지 몰라서 동공지진이 났다. (웃음)
김루트: 진짜 아이돌분들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무대 위에서 보여지는 모든 모습이 엄청난 노력의 산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신현희: 라이브에서는 애드리브도 허용되고, 좀 오버를 해도 분위기가 좋아지지 않나. 그런데 방송에 깔끔하게 나오려면 어느 정도 자제하고, 정해진 규칙들을 따라야 한다.
김루트: 그나마 첫 주에는 [엠카운트다운] 빼고 사전 녹화를 해서 덜했는데, 앞으로는 사전 녹화 없이 그냥 생방송이라고 들었다. 엄청 걱정된다.

‘오빠야’는 어떻게 만들게 된 건가.
신현희
: 혼자 카페에서 기타를 치다가 우연히 예쁜 코드 진행이 나왔다. “어? 예쁜 코드에 어울리는 가사가 뭐지? 설레는 건 썸이지!” 하며 5분 만에 쓴 곡이다. 원래 곡 작업할 때 코드부터 떠올리고 거기 맞는 그림을 상상하는 편이다.
김루트: 원래 둘 다 습작처럼 작업해서 그냥 쌓아놓는다. ‘오빠야’도 그중 하나였다. 가장 최근에 발표한 ‘다이하드’도 사실은 2013년에 만든 곡이다.
신현희: 그렇다고 부지런히 만드는 스타일도 아니다. (웃음) 며칠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다가 뜬금없이 기타를 꺼내서 ‘띠리링’ 쳐보는 거다.
김루트: 옛날에 나는 ‘뭘 꼭 만들어야겠다’는 계획을 세울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냥 하고 싶을 때 한다. 길게 고민할수록 곡이 더 안 나오더라.
신현희: 그렇게 각자 작업을 해서 결과물을 들려주고 의견 조율을 한다. 성별, 취향, 감성이 모두 다르다 보니 같이 작업을 할 수가 없다. 서로 생각지도 못한 곡을 들고 올 때도 있어서 이 방식이 더 좋은 것 같다.

앨범에 정말 다양한 곡들이 있더라. ‘오빠야’ 같은 곡만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신현희
: 장르에 제한을 두지 않고 하고 싶은 걸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음원사이트에 우리 앨범의 장르가 포크로 되어 있는데, 그보다는 ‘여러 가지 장르를 흡수한 포크’라고 표현하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김루트: 전 곡에 어쿠스틱 기타가 들어간다는 점에서는 포크가 맞다. 그 포크라는 장르 자체가 애매한 면이 있어서 더 규정하기 힘든 느낌이 있다.
신현희: 그냥 별 생각 없이, 내가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담은 거다. 그러다 보니 우울할 때도 있고 밝을 때도 있다. ‘오빠야’나 ‘캡송’은 20대 초반에 썼는데, 그 나이대에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는지 어느 정도 보여주는 것 같다. (웃음) 개인적으로는 나이를 먹고 지난 앨범을 들었을 때 자서전을 보는 느낌이었으면 좋겠다.

신루트에게 영향을 준 뮤지션이나 음악이 있는가?
김루트
: 현희의 창법이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다 보니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내가 본 현희는 누구의 ‘영향’보다는 주변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 것 같다.
신현희: 둘 다 음악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듣는 편이다. 좋아하는 뮤지션도 그때그때 다르다. 그리고 물론 음악에서도 영감을 얻지만, 사진이나 그림, 영화, 건축 등 다른 예술을 접할 때 아이디어가 생긴다. 지금 인터뷰하는 이 공간을 예로 들면, 조금 유행이 지난 노출 콘크리트 천장을 보고 “이곳도 곧 하얀 벽지로 뒤덮이겠지” 같은 안타깝고 쓸쓸한 감성을 떠올리는 식이다.
김루트: 사실 내게 가장 큰 영향을 준 뮤지션은 신현희다. 나는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했다. 처음 만났을 때 내가 학교에서 배운 게 ‘음학(音學)’이라면 현희가 하는 건 ‘음악(音樂)’이라고 생각했다. 음악을 배운 입장에서 봤을 때 현희는 진짜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곡을 쓴다. 그런데 그게 진짜 좋으니까 할 말이 없다. 솔직히 무너뜨리고 싶은데 무너뜨릴 수 없는 존재다.
신현희: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웃음)
김루트: 같이 하고 있으니까 못 무너뜨리는 거다. (웃음) 나까지 망하니까.

대구에서 버스킹을 하다 홍대로 상경했다고 들었다.
신현희
: 나는 원래 패션 쪽으로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시간이 빌 때마다 유튜브 영상을 보며 독학으로 기타를 익혔다. 그러다 커버 영상을 올렸는데 네이트판, 유튜브 등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신청곡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레퍼토리가 쌓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버스킹을 하게 됐고, 손에 익은 코드들로 자작곡도 만들 수 있게 됐다.
김루트: 그때를 생각하면 현희가 성대결절이 안 온 게 신기할 정도다. 하루에 최대 20시간까지 공연한 적도 있다.
신현희: 학교 간다고 거짓말하고 나가서 하루 종일 버스킹을 했다. 당시에 통금이 있었기 때문에 일단 시간 맞춰 집에 들어갔다가 부모님이 주무시면 탈출해서 새벽까지 공연했다.
김루트: 그 후 음악을 하면 당연히 홍대에 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무작정 올라왔다. 평일 공연부터 시작했는데 사람이 진짜 없었다. 그래도 생각보다는 빨리 올라간 편이다. ‘월화수’ 공연으로 시작해 ‘목요일’에서 ‘일요일’로, 황금시간대인 ‘금토’까지 가는 데 1년이 안 걸렸다.
신현희: 홍대 인디신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몸으로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보통은 메일을 보내 오디션을 보고 라인업에 들어가는데, 우리는 전화를 하거나 직접 찾아갔다. 그 덕에 조금 빨리 올라갈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때부터 레트로 패션을 고집했나?
신현희
: 개인적으로 좋아해서 입기 시작한 건데 어쩌다 보니 ‘신루트 스타일’이 됐다. 지금도 웬만하면 직접 코디네이션을 한다.
김루트: 지금은 소속사가 있으니까 직접 사러 다니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떤 게 좋을지 의견은 꾸준히 낸다. 평소 라이브 공연을 할 때는 현희가 오늘은 어떤 식으로 입고 오라고 메시지를 보낸다. 사실 내 패션의 스승이다. (웃음) 원래 나는 모자를 잘 안 썼는데,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집에 모자가 증식해 있더라.
신현희: 어느 순간 두상이 모자화된 것 같다. (웃음)
김루트: 모자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은 게, 자기가 똑같은 모자를 색깔별로 갖고 싶으니까 나더러 사라고 한다. “나는 이 색깔 할게. 오빠는 이 색깔 사”라며 일단 사게 만든 다음, 나중에 들고 가버린다.

신현희에 비해 김루트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그래서 더 궁금하다.
김루트
: 절대 내가 의도한 바가 아니다. 가명을 쓰는 데다, 모자와 선글라스로 얼굴의 반을 가리다 보니 본의 아니게 신비주의가 됐다. 그런데 이게 재밌기도 해서, 그냥 가만히 있곤 한다. 어차피 알 만한 사람들은 내 본명과 나이를 다 알고 있다.
신현희: 게다가 오빠는 진짜 안 돌아다닌다. (웃음)
김루트: 웬만해선 집에서 5분 거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나마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하며 한두 시간씩 산책을 하기 시작했다. 요즘 나의 최대 관심사는 ‘우리 안나’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지만, 안나가 과연 좋은 개인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웃음) 나는 그냥 ‘서교동 개 아빠’일 뿐이다.

데뷔 5년 만에 팬클럽이 생겼다고 들었다.
신현희
: 진짜 시기가 좋았다는 생각이 든 게, ‘오빠야’ 역주행 직전에 팬클럽이 결성됐다. 이름은 ‘큐리 프리리’다. 그분들이 다 같이 으쌰으쌰 해주셔서 더 힘을 받는 것 같다. 방송 실시간 참여도 해주시고, 영상이 올라오면 꼬박꼬박 응원 댓글을 달아주신다.
김루트: 인디 밴드다 보니 공연장에서 면 대 면으로 만나는 일이 많아 더 끈끈한 것 같다. 사실 나보다는 현희가 팬들을 잘 기억한다.
신현희: 얼굴은 노력하지 않아도 그냥 외워진다. 팬들과 “머리색이 바뀌셨네요”, “이번에 몇 학년으로 올라갔죠?” 같은 대화를 나누는 게 좋다.
김루트: 얼마 전 처음으로 단독콘서트를 했는데 좋은 일 생기고 처음 하는 공연이라 그런지 팬들도 우리만큼이나 신났던 것 같다. 입구에서 사탕을 나눠 주시는 분들도 있더라.
신현희: 사실 콘서트는 일이 터지기 전에 매진됐었는데, 취소표가 생기며 처음 공연을 보러 오신 분들도 꽤 있었다. 외국인 팬이 맨 앞에서 가사를 다 따라 부르는데 정말 놀랐다. ‘오빠야’ 덕분에 유입된 분들이 다른 곡들도 들어보신 것 같다. 이 인터뷰를 보는 분들께도 한 번쯤 다른 곡들도 들어보시라고 부탁드리고 싶다. (웃음) 개인적으로 ‘홍대 부르스’를 추천하고 싶은데 사람들이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다.
김루트: 이번 콘서트에서 바꾼 편곡이 끝내준다. 아마 이제는 좋아하시지 않을까. (웃음) 나는 ‘날개’‘집’을 정말 좋아한다. 특히 타지에서 상경하신 분들이 들었을 때 공감할 수 있는 곡이다. 눈물을 한 바가지 쏟고 싶은 분에게 추천한다.

신루트가 사람들에게 어떤 뮤지션으로 보여지기를 바라나.
신현희
: 방송 출연 후 ‘저 사람들은 진짜 즐기는 거 같다’, ‘행복해 보인다’라는 댓글을 봤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았다. 계속 그렇게 보였으면 좋겠다.
김루트: 항상 하는 말이지만, 우리 공연을 보시는 분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정말 행복하거든. 더 많은 무대에서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싶다. 지금은 공연계의 비수기지만, 3월부터는 ‘문화인 레이블 쇼’와 ‘벚꽃 스캔들’ 등 많은 공연이 잡혀 있다. 벌써부터 기대된다.
신현희: 또 한 가지, 신루트는 그냥 흰색 같은 거였으면 좋겠다. 흰색에 빨강색이 섞이면 예쁜 분홍색이 되지 않나. 한 가지 장르로 규정되기보다는, 어떤 색을 섞어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그룹이 되고 싶다.




목록

SPECIAL

image 브로맨스와 로맨스

MAGAZINE

  • imageVol.169
  • imageVol.168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