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녀의 책장

[외계인 인터뷰], 로스웰의 기록

2017.02.24


로스웰 UFO 추락사건을 알고 있는가? 1947년 여름 미국의 농부 윌리엄 브래즐이 목장에서 지구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미확인 비행 물체의 잔해를 발견한 뒤, 미 공군은 이 잔해가 기상 관측용 기구의 일부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1987년 영국의 전문가 티모시 굿이 로스웰에 UFO가 추락했지만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지시로 진상을 은폐했음을 폭로하고 1995년 레이 산틸리가 로스웰에서 외계인의 사체를 해부하는 과정을 담은 필름을 공개함으로써 전 세계를 경악에 빠트렸다. 물론 진지하게 믿으라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논파 될 만큼 된 이 황당한 음모론을 이제 와 언급하는 이유는 이 로스웰 UFO 추락사건은 무수한 SF 작품에 영감을 준 해프닝임과 동시에 외계인과의 조우라는 신화에 어떻게 우리의 욕망이 투영되고 변형되는가를 보여주는 일종의 원형신화로서 호출되고는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이 책, [외계인 인터뷰]다.

[외계인 인터뷰]는 직관적인 제목 그대로 편저자 로렌스 R. 스펜서가 로스웰 UFO 추락사건 당시 외계인과 접선한 전직 미 공군 의무부대 상사 마틸다 오도넬 맥엘로이의 편지와 인터뷰 필기본 그리고 메모들을 정리했다고 주장하는 인터뷰집이다. 책의 내용은 간호장교로 복무하던 맥엘로이가 로스웰 UFO 추락사건 현장에 응급치료를 위해 불려가 외계인을 만나고 정리한 일지에 가깝다. 맥엘로이의 기록에 의하면 로스웰의 외계인은 자신의 이름이 에어럴이며 외계문명 도메인의 장교라 밝혔다고 한다. 에어럴은 인류를 포함해 지성과 의지를 가진 개체들을 Is와 Be를 합친 이스비Isbe라 부르는데, 그녀의 말에 따르면 지구는 도메인이 은하계를 다스리기 이전의 지배세력인 구 제국에서 범죄자나 예술가 그리고 정치범 이스비들을 가둬놓은 감옥이며 인류는 구 제국에 세뇌당해 자신이 영원한 존재인 이스비임을, 전생을 기억하지 못한 채 윤회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 역시 진지하게 믿으라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외계인과의 조우라는 신화를 설명하기에 이만큼 좋은 교재도 드물다. 맥엘로이는 제법 구성이 갖춰진 기승전결에 약간의 반전까지 섞어가며 구약성경은 구 제국의 세뇌장치이고 윤회 사상을 중심으로 하는 불교나 도가사상의 어떤 면을 통해서만 지구의 이스비들이 보다 높은 경지로 되돌아갈 수 있음을 강조하는 동시에 계급구조의 불가결함을 내밀하게 암시한다. 어쩜 이렇게 미국 근현대사에 있었던 수상쩍은 단체들의 입맛에 맞는 내용인지 감탄마저 들 정도다. 그런 만큼 이 책을 소개하는 일이 걱정이기는 하다. 웃자고 가짜 뉴스를 유포하다가 사회에 혼란을 더하는 경우처럼 골칫거리에 힘을 실어주고 싶지는 않으니 말이다.

이 책은 서문에서부터 근거가 부족하다 고백하지만 내재한 논리는 신흥 종교의 그 구조임이 뻔히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혹은 그렇기에 나는 도리어 이 책에 미혹된다. [유년기의 끝]이나 [네 인생의 이야기] 혹은 [콘택트]처럼 외계인과의 조우라는 신화를 소재로 삼은 작품들이야 얼마든지 있지만 이 작품들은 너무나 세련되고 아름다운 걸작들이다. 반면 이 [외계인 인터뷰]는 보다 간단히 우리들의 욕망을 원초적으로 제시한다. 불멸의 존재나 인생의 진리 따위의, 삶과 우주 또 모든 것에 대한 질문의 궁극적이지만 별 볼 일 없는 해답을 자처하는 것들을. 그리고 나는 가끔은 나 자신이 어디까지 내려갈 수 있을지 확인하기 위해 누군가나 나 자신이 품고 있을지 모를 밑바닥을 이렇게 훔쳐보고 싶을 때가 있는 것이다. 내 악취미다. 용서해주시길.

dcdc
영화배우 김꽃비의 팬. SF작가. 장편 [무안만용 가르바니온], 단편집 [대통령 항문에 사보타지]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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