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만의 와일드월드

혐오는 농담이 될 수 없다

2017.02.27



13세에서 18세 사이의 미국인들에게 제니퍼 로렌스보다 유명하고, 훌루, 애플뮤직, [뉴욕 타임스]를 다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구독자 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누굴까? 정답은 퓨디파이, 전 세계적으로 5300만 명 이상이 구독하는 유튜버다. 그는 2013년 12월 이래로 유튜브 구독자 수 1위를 뺏기지 않았고, 주로 게임 플레이 영상을 올린다. 이름은 펠릭스 셸버그, 스웨덴인이다. 그런 그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보도 때문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셸버그가 올린 영상에 반유대주의 내용과 나치의 상징들이 등장한다고 보도했다. 1월 11일에 올라온 영상엔 프리랜서 연기자들에게 “모든 유대인에게 죽음을”이라는 문구를 들고 있게 했고, 1월 14일에 올라온 영상에는 “비밀 소환 의식”의 일부로 나치의 당가와 스와티스카가 등장했다. 문제가 된 건 나치 상징만이 아니다. 셸버그는 작년 8월, 신시내티 동물원에서 사살된 고릴라 하람비를 [고스트버스터즈]의 배우 레슬리 존스와 비교하며 인종차별적인 농담을 하기도 했다. 셸버그는 이 모든 것이 웃기려고 한 일이었다고 말했지만, 스스로 인정하듯 누군가에겐 불쾌한 “공격적인 농담”이었다. 결국 [월스트리트 저널]의 보도 이후, 디즈니 산하의 멀티 채널 유튜브 네트워크, 메이커스 스튜디오는 셸버그와의 관계를 끊었고, 유튜브는 그의 리얼리티 쇼, [스케어 퓨디파이]의 두 번째 시즌을 취소했다. 또한 유튜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상위 5퍼센트 창작자들의 수익을 늘려주던 구글 프리퍼드 광고 프로그램에서 퓨디파이를 제외했다.

셸버그는 자신의 농담이 “너무 나갔다”며 사람들을 불쾌하게 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 모든 것이 풍자일 뿐이며, 전통 언론들이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전통 언론이 셸버그를 비롯해 유튜브 창작자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일정 부분 사실이다. 예를 들어, 2017년에도 [포브스]는 여전히 인터넷의 유명인들을 그저 “위험한” 사람들로만 치부하고 있다. 그러나 [복스]가 지적하듯, 이를 전통 미디어와 유명 유튜버 사이의 영향력 싸움으로 보기엔 셸버그의 과거 모습들이 걸린다. 그가 게이머들 사이의 반 페미니스트 운동이었던 게이머게이트의 암묵적 지지자라는 소문도 그렇지만, 4chan에서 그가 “빨간약”을 먹은 사람이라고 불린다는 점, 플란넬 셔츠를 입고 깔끔하게 얼굴의 털을 정돈한 “닙스터” 룩을 했다는 점 등의 이유 때문이다. “빨간약을 먹었다”는 표현은 좌파의 선전에 “깨어 있는 이”를 뜻하는 대안 우파의 메타포이고, “닙스터”는 나치와 힙스터의 합성어다.

셸버그의 “농담”이라는 반박 또한, 대안 우파에서 혐오 발언을 애매하게 만들기 위해 종종 써먹는 전략 중 하나다. 농담이었다며 자신의 혐오 발언을 별것 아닌 것처럼 만드는 또 다른 사람들로는 대표적으로 밀로 이아노풀로스, 도널드 트럼프 같은 이들이 있다. 셸버그는 초창기부터 “게이”, “지적장애”, “자폐증”을 장난투의 욕으로 사용했고, 꽤 자주 강간을 농담거리로 만들었다. 물론 셸버그의 주장처럼, 그가 진심으로 혐오와 대안 우파의 세계관을 거부하고, 그저 웃기려고 그런 ’농담’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의 ’농담’은 대안 우파의 선전과 합치한다. 셸버그의 ’농담’은 혐오를 대수롭지 않 것으로 만든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와이어드]에서 말하듯, 퓨디파이에게 더는 관심을 주지 않는 것이 정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이전에, 농담을 가장한 혐오 발언을 들었을 때 그건 농담으로 할 말이 아니라고 정색할 수 있는 태도가 우선되어야 하지는 않을까? 퓨디파이의 혐오에 농담이라는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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