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선언│③ 유명인들의 페미니스트 선언

2017.02.28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 지난 16일 서울 페럼타워에서 열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 포럼에서 문 전 대표가 한 말이다.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의 이 발언에 다양한 논란이 일어났다. [뉴데일리]는 “문재인 커밍아웃, "난 페미니스트"… 남자는 저리 가라?”라는 헤드라인으로 기사를 냈고, 다른 한편에서는 성소수자들이 문 전 대표에게 차별금지법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 명확한 대답을 하지 않고 현장에 있던 그의 지지자들이 “나중에”를 외친 것을 두고 발언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페미니스트란 무엇을 의미하고, 페미니스트가 된다는 것은 어떤 것까지 담보해야 하는가. 그래서 세계 각국에서 있었던 유명인들의 페미니스트 선언을 정리해보았다.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가 ‘페미니스트’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한국이 앞으로 맞닥뜨리게 될 상황이기도 할 것이다.



영국 테니스 선수 앤디 머리, “스포츠계에 여성 코치가 많지 않은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다.”

훌륭한 커리어를 쌓은 스포츠 선수 출신이라 해도,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납득되지 않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영국의 유명 테니스 선수 앤디 머리의 전(前) 코치 아밀리 모레스모도 그랬다. 모레스모는 2004년 세계 랭킹 1위의 테니스 선수였지만, 앤디 머리가 그를 코치로 기용하자 “세계 정상급 선수가 여자 코치의 지도를 받는다.”는 비난이 일었다. 이는 앤디 머리의 코치가 남성일 때는 벌어지지 않았던 일이고, 그의 세계 랭킹은 모레스모와 함께할 때 상승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앤디 머리는 자신의 코치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며 ‘여성’이라고 공격하는 이들에게 “스포츠계에 여성 코치가 많지 않은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내가 페미니스트가 됐냐고? 만약 페미니스트가 되는 것이 여성이 남성과 똑같이 대우받기 위해 싸우는 것이라면, ‘예’라고 대답하겠다.”고 선언하는 글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후 2016년 앤디 머리는 모레스모 코치와 결국 결별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모레스모 코치의 능력을 인정하면서 서로 간 합의한 좋은 이별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란 배우 타라네 알리두스티, “진정하세요. 저 페미니스트 맞아요.”


작년 칸 영화제에서 영화 [더 세일즈 맨]이 각본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후 이란에서 열린 기자회견 장에서는 주연 배우의 문신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타라네 알리두스티의 옷이 흘러내리면서 드러난 왼쪽 팔에 새겨진 문신이 ‘페미니스트 주먹’이란 급진적인 여성주의 연대를 상징한다는 이유였다. “심지어 여성의 낙태권을 옹호하고 가족의 가치를 부정”한다며 비난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에 대해 타라네 알리두스티는 “Keep calm and TYES I'm a feminist.”라는 글과 함께 그가 2015년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페미니즘 관련 사진을 함께 트위터에 게재했다. 그는 “페미니즘은 남성과 가족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가 원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란은 세계경제포럼(WEF)이 작년에 발표한 성 격차 지수에서 144개국 중 최하위권을 기록한 나라다. (한국은 116위였다.) 이처럼 성차별이 고착화된 나라에서도, 페미니스트의 정체성을 밝히는 유명인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캐나다 총리 저스틴 트뤼도, “나는 내가 페미니스트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왜냐하면 2015년이니까요.” 한 기자로부터 왜 남녀 비율이 같은 내각을 만드는 것이 당신에게 중요하느냐는 질문에 저스틴 트뤼도 당시 캐나다 총리 후보는 이렇게 답했다. 그리고 당선 후 그는 실제로 내각을 1:1 성비로 구성했고, 트위터에 공개적으로 “나는 페미니스트다. 나는 내가 페미니스트라는 것이 자랑스럽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하는 등 여성 인권에 대한 진보적인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때문에 최근 저스틴 트뤼도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만남을 가졌을 때 언론에서는 특히 여성 문제에 대해 두 사람이 어떤 대담을 나눌 것인가에 주목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온갖 여성혐오적인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는 “경제 성장과 높은 임금을 줄 수 있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여성이 일할 수 있도록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알 수 없지만, 한 나라의 총리가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것은 분명 외교상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인도 배우 디피카 파두콘, “결혼을 하거나 하지 않거나, 결혼과 무관한 섹스를 하거나, 나의 선택”
 

인도의 대표 배우 디피카 파두콘은 지난 2015년 인도판 [보그]와 함께 ‘My Choice’라는 작업물을 발표했다. 예전부터 페미니즘에 대한 에세이를 기고하거나 SNS에서 여성을 대상화하는 미디어에 분노를 표하기도 했던 그이지만, 총 99명의 여성들이 등장해 “신체 사이즈가 어떠하든, 결혼을 하거나 하지 않든지, 남자를 사랑하든 여자를 사랑하든 둘 다 사랑하든, 아기를 낳거나 낳지 않든, 나의 선택”이라고 선언하는 영상은 인도 내에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결혼 전에 섹스를 하거나, 배우자가 아닌 사람과 섹스를 하는 것도 나의 선택”이라는 부분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상당한 논란이 되었다. 해당 영상은 유튜브에서 100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댓글 중에는 “인도에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급진적”이라며 그를 나무라는 반응도 있으며, ‘좋아요’가 7만, ‘싫어요’가 4만 회에 이르는 등 네티즌의 입장 차도 팽팽하다. 이후 디피카 파두콘은 “이 필름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 대신 특정 문구에만 매달려 비난하는 것이 실망스러웠다. (중략) 솔직히, 좀 우스꽝스럽다.”며 “개인적으로 스크립트 전문에 모두 공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영상이 말하고자 하는 큰 그림을 위해 이 작업물에 참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인도계 미국인 배우 아지즈 안사리, “페미니스트는 남녀가 동등한 권리를 갖고 있다고 믿는 사람일 뿐이다.”


지난 2014년, 인도계 미국인 배우 아지즈 안사리는 CBS [레이트 쇼 위드 데이비드 레터맨]에 출연해 페미니스트인 여자친구의 영향으로 페미니즘 이슈를 코미디의 소재로 쓰기도 한다고 밝히며, 자신 역시 페미니스트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방청객에게 “페미니스트분들 박수 쳐보세요. 많은 사람들이 안 쳤죠?”라고 운을 뗀 후 페미니스트는 그저 “남자와 여자가 동등한 권리를 갖고 있다고 믿는 사람”일 뿐인데 이 단어에 대한 오해가 있다고 주장했다. 비욘세와 제이지가 합동 콘서트를 연다고 가정했을 때, 마땅히 비욘세가 제이지보다 23% 낮은 출연료를 받고 투표권도 없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 이상 누구나 페미니스트라는 것이다. 아지즈 안자리는 자신의 스탠트업 코미디쇼 [아지즈 안사리: 매디슨 스퀘어 가든 라이브], [아지즈 안사리: 생매장]에서 페미니즘 외에도 인종 차별 등 다양한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할리우드 배우 제니퍼 로렌스, “나는 내 의견을 사랑스러운 방식으로 말하려고 노력하는 데 질렸다. 닥쳐.”

제니퍼 로렌스는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역대 최연소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헝거게임] 시리즈로 엄청난 흥행 기록까지 세운 톱스타지만, 그는 [아메리칸 허슬] 출연 당시 다른 남자배우보다 낮은 개런티를 받았다. 소니 픽처스 메일 해킹 사건을 통해 드러난 사실이다. 그리고, 지난 2015년 제니퍼 로렌스는 이러한 할리우드 내 성별 간 임금 격차 문제를 지적하는 칼럼을 냈다.
“난 내 의견을 말하는 데 ‘사랑스러운’ 방식을 찾는 것에 질렸다. 닥쳐.” 이 사건 이후 제니퍼 로렌스와 여러 번 작업했던 브래들리 쿠퍼는 앞으로 동료 여배우들이 출연료 협상을 잘 할 수 있도록 자신의 출연료 정보를 공개하겠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다음 해 제니퍼 로렌스는 [하퍼스 바자]와의 인터뷰에서 “왜 사람들이 페미니즘이라는 단어에 대해 무서워하는지 모르겠다. 그럴 필요가 없지 않은가. 그냥 평등을 의미할 뿐이다.”라며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것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 “21세기의 페미니즘이란, 모두가 평등할 때 우리 모두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지난 2016년 8월,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여성지 [글래머]에 장문의 페미니즘 관련 칼럼을 기고했다. 지난 8년간 이룩한 진보는 할머니 세대보다 자기 딸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미국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사고방식을 바꿔나가야 하며, 이렇게 “성 차별과 싸우는 것은 절대적으로 남성들의 책임”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여당의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 것을 거론하며 이 선거의 결과가 남녀평등이 어디까지 도달했는지 보여줄 것이라는 말로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당선을 지지했다.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지는 못했지만,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페미니즘의 운동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역설하며 최초의 여성 대통령 탄생을 염원한 것은 미국 정치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 중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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