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여왕의 스타일

2017.03.02

얼마 전 SNS상에서 한 장의 사진이 화제가 됐다. 제이에스티나 2017 S/S 컬렉션 화보 중 하나로, 화이트 슈트에 스니커즈를 신고 무심한 포즈를 취한 채 렌즈를 빤히 응시하는 김연아의 모습이었다. 현역 시절처럼 깔끔하게 틀어 올린 머리에 자리한 것은 크리스털과 진주로 화려하게 장식한 티아라다. 배경, 스타일, 포즈, 악세서리까지 모든 요소가 상충되지만, 동시에 묘하게 어울린다. 제이에스티나 마케팅 총괄 김경미 차장은 이에 대해 “티아라를 쓴 여성을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전형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하고자 했다. 또한 각자의 영역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 대한 존경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김연아의 독보적인 존재감이 있기에 가능했던 기획인 것이다.

김연아는 CF 업계 최고의 스타다. 어떤 발색도 표현해내는 피부와 옷을 돋보이게 하는 신체비율, 피겨스케이팅에서 쌓은 명성은 톱모델의 조건을 충족시켰다. 이른바 ‘국민 여동생’으로 소비되던 김연아는 엄청난 경력을 쌓았고 은퇴한 25살 이후에는 ‘우아하면서도 강인한’ 이미지가 더해졌다. 2008년부터 김연아를 모델로 내세운 제이에스티나의 지난 화보들은 그의 변천사를 한눈에 보여준다. 초반에는 소녀다운 모습을 강조했다면, 성인이 된 후에는 때때로 과감한 메이크업과 스타일링을 통해 ‘퀸’의 이미지를 담아냈다. 2015년 말 공개된 스텔라 매거진과 제이에스티나의 컬래버레이션 화보는 확실한 터닝포인트였다. 톤 다운된 핑크 슈트에 스트레이트 헤어, 스모키 메이크업을 한 김연아의 모습은 낯설지만 아름다웠다. 김연아의 메이크업아티스트 김윤영(정샘물 인스피레이션)은 “현역 시절에는 눈두덩이에 젖살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아이라인을 도톰하게 그려서 눈매를 강조했다면, 지금은 아이라인을 거의 그리지 않고 섀도우로 음영을 주어 눈매를 깊이 있게 연출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은퇴 후, 김연아의 유니폼은 운동복에서 정장으로 바뀌었다. 또한 의상의 색상은 블랙과 네이비가 주종을 이룬다. 김연아의 스타일리스트 서래지나(크리에이트베티)는 “김연아 선수가 가장 좋아하는 컬러는 단연 블랙이다. 자칫 무거워 보일 수도 있기 때문에 디테일로 포인트를 준다”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과하지 않은 스타일을 고수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TPO에 부합하는 의상’이라는 원칙이 더해진다. 김연아는 2009년 고려대학교에 처음 등교하던 날 타임의 블랙 재킷으로 격식을 차리면서 이너로는 나이키의 티셔츠를 선택했다. 스무 살 새내기이자 운동선수라는 아이덴티티를 자연스럽게 드러낸 스타일링이었다. 2011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프리젠테이션에서는 디자이너 정구호의 맞춤복을 입었는데, 탄탄한 운동선수의 몸을 돋보이게 하는 타이트한 블랙 원피스에 유니크한 케이프 재킷을 매치해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2014년 4월 은퇴기념 메달을 공개하는 자리에서는 가슴에 단 커다란 세월호 리본으로 화제를 모았다. 김연아는 언제나 자신이 서 있는 위치와 해야 할 일을 정확히 알고 있었고, 패션은 그의 입장을 대신하는 우아하지만 분명한 방식 중 하나다.

슈트는 이런 김연아의 현재를 상징한다. 절제된 실루엣은 그의 몸이 가진 매력을 돋보이게 하고, 슈트에 내포된 사회적 의미는 카리스마를 더해준다. 선수로서 정점을 찍고 은퇴 후에도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김연아에게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스타일이다. 스타일리스트 서래지나는 “일반적인 의복보다 섬세하게 재단되는 슈트는 얼핏 딱딱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아름다운 라인들이 숨어 있다. 기본적으로 털털한 성격이지만 아티스트처럼 섬세한 면이 있는 김연아 선수와 잘 통하는 룩”이라고 설명했다. 김연아는 슈트를 통해 오히려 여성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함으로써, 여성이 슈트를 입는 것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에게 어울리는 왕관을 쓴 채 말이다. 딱 그 모습 그대로, ‘여왕의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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