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김정선 작가 “교정‧교열자는 의심의 편에 서는 사람들이다”

2017.03.03
[동사의 맛]과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는 표현과 문장을 쓰는 데 있어 최소한의 가이드를 제시하는 책이다. 의미와 용법이 헷갈리기 쉬운 동사의 활용형을 제대로 알려주고, 습관처럼 붙이게 되는 문장의 군더더기들을 어떻게 덜어낼 수 있는지 설명한다. 두 책을 쓴 사람은 20여 년 동안 교정‧교열자로 일하고 있는 김정선 작가다. 그에게 “섭외 메일을 보내면서 혹시라도 잘못된 문장이 있을까 봐 긴장했다”고 말하자, “일이 아닌 이상 남의 글에 신경쓰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거기서 시작된 이야기는 책 이야기를 지나 교정‧교열이라는 일, 그리고 글쓰기의 즐거움까지 뻗어나갔다.


[동사의 맛]부터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소설의 첫 문장]까지 책을 연달아 세 권이나 냈다.
김정선
: 처음 [동사의 맛]을 기획할 때만 해도 이렇게 될 줄 몰랐다. 당시 안구건조증이 심해진 데다 다른 일도 겹쳐서 1년 정도 교정‧교열 일을 쉬고 있었는데, 마침 유유출판사 조성웅 대표가 책을 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일단 휴식 중이었기 때문에 일 핑계를 댈 수가 없었고, 무엇보다 동사에 대해서만 써볼 생각이 없냐는 말에 혹했다. 전문적인 용어들을 어떻게 정확하게 교열 볼 것인가가 중요할 거라고들 생각하시지만, 그건 검색을 해서 알아볼 수도 있고 저자에게 물어봐도 된다. 난감한 것 중 하나가 동사의 활용형이다. 제대로 썼는지 아닌지 알아보기도 어렵고, 누구한테도 물어보기도 곤란하고. 누군가 우리 같은 사람을 위해서 써줬으면, 하고 있다가 내가 쓰게 된 거지.

일반 독자가 타깃이 아니었다는 얘긴가.
김정선
: [동사의 맛]과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모두 원래 취지는 나처럼 출판‧편집업에 종사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을 만들자는 거였다. 그럼에도 기왕 쓰는 김에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쭉 읽히게끔 유인을 만들어야 해서 짧은 소설을 중간중간 넣어봤다. 일반적인 체언과 달리 동사는 할 수 있는 얘기가 별로 없다. 특히 한자어 동사보다는 한글 동사를 주로 다루게 될 거라고 봤는데, 가령 ‘가다’, ‘오다’라고 생각하면 어원이든 뭐든 특별히 할 말이 없지 않나. 활용형만 늘어놓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읽을 것 같지도 않고. 그래서 이야기를 넣었는데, 고민은 많이 했다. 실용서도, 이야기책도, 문법책도 아니게 될 수 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어떤 분은 ‘이게 뭐야?’ 그러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설명보다 이야기가 더 재미있었다고 하시더라.

하지만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는 출판‧편집업 종사자가 아닌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지 않았나.
김정선
: 그렇다. 예전에 이오덕 선생님께서 쓰신 [우리 글 바로 쓰기]라는 책이 있었는데, 잘 보면 그 책에 실린 내용이나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에 실린 내용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나는 그걸 보면서 일을 배운 세대지만, 지금 젊은 세대는 문장을 고치는 방법에 관한 책을 이제야 처음 접한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오덕 선생님 같은 분들이 완고한 ‘한글 지킴이’ 같은 입장이라면, 나는 외국에서 온 표현이라도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면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책에도 이런저런 주의사항을 정리해놓긴 했지만 참고할 만한 정보일 뿐이지, 꼭 지켜야 되는 규칙인 건 아니다. 다만 그 규칙을 제시할 때마다 ‘이게 다는 아니에요’라는 설명을 계속해서 붙일 수가 없었기 때문에 내가 고민했던 부분들을 소설의 형식 안에 녹인 게 있다.

[동사의 맛]을 쓴 후에는 ‘내 문장 속 군살 빼기’라는 제목으로 상상마당에서 강연을 하기도 했는데.
김정선
: 강연을 하러 가서 좀 놀랐다. 업계 종사자들은 거의 없고 일반 직장인들이 대다수였다. 요즘 사람들이 글쓰기에 관심이 많은 정도가 아니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구나 싶더라. 업무용 보고서나 메일을 써야 하고, SNS 활동도 하니까. 다들 글 쓰는 게 너무 즐거워서 강의를 들으러 온 게 아니라 ‘내가 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어떻게 좀 해결해달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자신이 쓴 글의 내용보다 표현 방식에서 잘못된 게 없는지를 고민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가 된 거다. 예전 같으면 관련 업종에 있는 사람들이나 고민했을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거지.

그걸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던가.
김정선
: 우리가 글을 잘 못 쓰는 건 너무나 자연스럽다는 거? 우선 집에서든 학교에서든, 글쓰기에 관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내 세대만 그런 줄 알았는데 다들 배운 적이 없다고 하더라. 또 하나는, 한국 사람이라면 한글 문장을 잘 쓰는 게 당연하다는 착각을 하는 것 같다. 글쓰기를 처음 배우는 분들에게 뭔가를 써보라고 하면 있었던 일을 두서없이 죽 나열하는데, 생각해보면 우리가 카페에 앉아서 친구와 수다를 떨 때 그런 식으로 말한다. 글을 쓸 때도 이게 자연스러운 거지. 흔히들 첫 문장부터 끝 문장까지 군더더기 없이 잘 읽히는 글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라고 하는데, 그건 인위적으로 질서를 부여하고 구성한 거다. 그렇기 때문에 글쓰기가 안 된다고 미리 자책할 필요도 없고, 이런 생각들만 떨쳐내도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본인은 처음부터 그런 두려움이 없었나.
김정선
: 내가 젊을 때는 주변에서 글을 잘 쓰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문학청년들밖에 없었기 때문에 다들 자기가 천재인 줄 알았지. (웃음) 오히려 글씨를 잘 쓰는 게 중요했다면 모를까. 그런데 교정‧교열 일을 시작하면서 스트레스가 생겼다. 나 역시 나름대로 글깨나 쓰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초등학생처럼 맨날 원고지에 글을 정리해서 검사받아야 했으니까. 편집부장에게 ‘이게 무슨 말이야?’라는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 나중에는 꿈에도 나올 정도였다. 그리고 문제가 또 하나 있었던 게, 교정‧교열 일을 하기 전 내 경력이라고 해봐야 잡지사에 2년, 출판사에 2년 다닌 것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남의 글을 다듬는다는 게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일 같아서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더라. 20여 년의 경력에서 확고한 직업의식을 갖고 일한 건 3년 정도나 될까? 나머지는 일이니까 한 거다. (웃음)


자신의 문장을 쓰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더 그랬겠다.
김정선
: 교정‧교열자는 드러나면 안 된다. 특히 나 같은 외주 교정자는 뒤에 따로 기재되지 않을 때가 많다. 저자나 역자들이 싫어하는 경우가 있거든. 교정‧교열의 개념을 잘 모르는 분들은 그걸 보고 ‘대필한 거야?’라며 오해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저자와 역자, 편집자와 디자이너는 자기 소신을 가지고 일하는, 확신의 편에 서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우리는 의심의 편에 서는 사람이다. 우리는 자기 소신을 갖고 일하면 안 된다. 그 책의 보편적인 독자를 상정하고 교정‧교열을 봐야지, 나를 중심에 놓고 잘 모르겠다고 저자를 계속 물고 늘어지거나 뭔가를 고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그래도 교정‧교열을 보는 나름의 규칙은 있지 않을까.
김정선
: 규칙이라는 게 어디까지나 합의지 법은 아니다. 사실 맞춤법도 그렇다. 오늘까지는 틀린 말이었는데, 어느 순간 맞는 말이 될 수도 있다. 나는 글의 전체적인 가독성을 떨어뜨리는 경우라면 맞춤법도 무시할 수 있다고 여기는 편이다. 오히려 규칙에 대해 아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 건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를 쓰면서부터다. 예를 들면 책에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문장의 주인이 문장을 쓰는 내가 아니라 문장 안의 주어와 술어라는 사실이다’라는 설명이 있는데, 교정‧교열을 보면서 ‘왜 글을 이렇게 썼을까?’ 의문을 갖던 게 ‘아, 저자가 본인이 쓰는 문장에 들어가서 막 휘젓고 있구나. 주어와 술어를 멀리 떨어뜨려 놓고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구나’ 하고 풀린 거다. 저자와 역자들을 내 나름대로 이해하게 됐달까.

그렇다면 아무리 경력이 쌓여도 일 자체가 쉽게 느껴지는 순간은 없겠다.
김정선
: 매번 새롭다. 나는 일을 하면서 스스로 프로라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다. 매번 헤매니까. 가끔 자기 암시를 한 탓인지 ‘이건 진짜 손댈 데가 없네?’라고 생각할 정도로 잘 읽히는 글이 있다. ‘이런 건 돈 받기가 너무 미안한데…’라고 생각하지만 세 번째 교열쯤 가면 꼭 말썽이 생기더라. (웃음) 문장을 건드리다 보면 ‘아까는 괜찮았는데 다시 보니까 이상하네’ 이런 것들도 생기고. 저자에 대해서도 이 사람은 글을 잘 쓴다, 못 쓴다 단정지을 수 없는 게, 초반에 교정‧교열 볼 부분들이 엄청나게 많다가도 100쪽쯤 지나면 얼굴을 싹 바꾸고 아주 깔끔한 문장들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경력이 그쯤 되면 두 쪽만 읽어도 견적 나오겠네”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게 쉽지가 않다. 10~15년 차쯤, 한창 까불 때는 문장을 보면 딱 견적이 나온다고 생각했는데 더 지나니까 정말 모르겠다. 글에서 진정성이나 진솔함, 순수성이 드러난다? 그것도 잘 모르겠고.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에도 썼지만 모든 글은 이상한 글이고 모두가 다 이상한 사람들일 뿐, 기준을 정할 수 없는 문제다.

본인의 책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김정선
: 나름대로 잘 한 것 같고, 쓰고 싶었던 건 다 쓴 것 같다. 이제는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싶다. 한글이나 한국어에 대해서 전문가들만 쓰라는 법은 없지 않나. ‘시인이 쓰는 부사의 맛’이나 기자가 쓰는 한글 관련 책도 나올 수 있을 거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석한 언어 관련 책이 필요하지 싶다.

비전문가, 혹은 모든 사람의 글쓰기를 적극 권장하는 것 같다.
김정선
: 뭔가를 쓰고 새롭게 문장을 만든다는 게 얼마나 즐겁고 기쁜 일인지 다들 알게 됐으면 좋겠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거나 시간이 아주 많지 않아도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매개체가 글인 거다. 문장을 악기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마치 악기를 다루듯이 배우고 익혀서 나를 표현하고, 그것이 내 삶에 다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라는 걸 알게 되는 거다. 굳이 책을 내지 않더라도 글쓰기가 일상적으로 사람을 빛나게 만들 수 있는 거지. [동사의 맛]이나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에 나오는 기술적인 이야기들도 약간의 도움을 받는 용도로만 쓰고, 그대로 따라 하려고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글쓰기도, 교정‧교열 일도 계속 이어 갈 예정인가.
김정선
: 사실 유유출판사 대표는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시즌 2를 써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던데, 확장판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을 것 같다. 혹은 글쓰기에 대한 다른 의미를 알려준다거나, 아예 글을 처음 써보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면 모를까. 교정‧교열 일은 지금 출판사 한 곳, 한 명의 편집자하고만 하고 있다. 다행히 책을 내서 인세 수입이 생기는 바람에 일을 쉬엄쉬엄 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웃음) ‘외주 교정자라는 딱지가 없어질 때까지 책을 써볼까?’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바로 접었다. 쉰 살이 넘을 때까지 해온 일이니까. 떼어버릴 수는 없겠지.




목록

SPECIAL

image 아이유

MAGAZINE

  • imageVol.169
  • imageVol.168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