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차트, 순위를 흔드는 것은 누구인가

2017.03.06
난 2월 27일, 국내 주요 음악사이트에서는 ‘실시간차트 개편안’이 시행됐다. 정오부터 오후 6시 사이 공개된 음원만을 실시간차트에 즉시 반영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전까지 대부분의 음원은 자정에 공개됐는데, 이를 실시간차트에 진입시키기 위해 팬들이 집단 스트리밍(실시간 재생)을 한 것을 문제삼았다. 새벽 시간대는 이용률이 적어 팬들의 스트리밍만으로 상위권에 진입하기 용이하고, 인기 아이돌의 경우 앨범 수록곡 전체가 차트를 장악하는 ‘줄 세우기’를 보여주며 ‘화력’을 과시하곤 했다. 이용자 대부분의 일과 시간으로 추정되는 정오에서 6시 사이에 음원을 발표, 이러한 ‘순위 조작’을 막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말 문화체육관광부는 음악콘텐츠협회(이하 음콘협)에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26조’에 기반한 권고요청을 내렸다. 음콘협은 회원사인 음악사이트들에 이를 전달했고, 각사의 합의 끝에 이번 개편안이 마련됐다. 법안은 음반 및 음원유통질서 확립을 위해 관련 업자가 해서는 안 될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판매량을 올릴 목적으로 해당 음반 등을 부당하게 구입하거나 이를 알면서도 해당 음반 등의 판매량을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행위가 이에 해당된다. 이를 개편안에 적용한다면 아이돌 팬덤이 밤에 스트리밍을 하는 것을 ‘음원을 부당하게 구입하는 행위’로 해석했다고 할 수 있다. 한 명이 수많은 가짜 아이디로 스트리밍을 하는 ‘음원 사재기’ 방법으로 스트리밍을 한 것이 아니라, 팬이 자신의 계정으로 스트리밍을 반복한 것을 ‘부당하게 구입’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는 논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개편안에서는 ‘이를 알면서도 해당 음반의 판매량을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행위’의 주체는 언급되지 않는다. 스트리밍 결과를 시간별, 심지어는 ‘5분 차트’로 발표하는 음원 차트들 말이다.

정각마다 순위를 집계해 보여주는 실시간차트는 팬덤 간 경쟁을 유발하기 쉽다. 멜론의 ‘5분 차트’처럼 5분 단위 점유율을 누적, 다음 시간의 순위를 예측하는 그래프를 보여준 뒤 가수의 팬들이 실시간으로 스트리밍을 독려하는 글을 남기는 것은 일상적인 풍경이 됐다. 순위가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횟수로 결정되는 만큼 음악사이트로서는 경쟁이 심화될수록 이익을 얻고, 음원차트는 이를 위해 더욱 경쟁을 가속화하는 방식으로 차트의 룰을 바꿔왔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에서는 어디서도 음원 회사들의 이런 행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 룰 안에서 다수의 팬덤이 스트리밍을 한 것은 시정받아야 할 일처럼 비난받지만, 정작 이를 이용해 수익을 챙긴 음원회사는 마치 보다 공정한 룰을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 된 것이다. 

팬덤의 스트리밍이 문제가 된다면, 음원사이트는 사실상 ‘음원을 부당하게 구입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음악사이트는 'TOP100'이라는 이름으로 실시간차트를 메인에 걸어놓는다. 이는 이용자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재생할 수 있는 목록이 된다. 한번 클릭만으로 재생 목록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차트에 진입한 대부분의 곡은 의도적으로 삭제하지 않는 한 반복 재생된다. 대중의 실제 선택보다는 음원사이트의 차트에 따라 순위가 변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최근 각종 음악사이트 TOP100 차트에는 종영한 지 한 달이 넘은 tvN [도깨비] OST 전곡이 차트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발매된 지 1년 이상 된 곡들을 포함해 장기집권 중인 음원이 전체의 40~50%에 달한다. 음악을 찾아 듣는 이용자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카페, 옷가게 등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인지도 높은 곡들이 모여 있는 TOP100 차트를 반복 재생하는 경우가 많다. 드라마, 예능, 광고 등을 통해 유명해지고 차트를 통해 익숙해진 곡들을 계속해서 듣게 만드는 기형적인 ‘인지도 차트’가 자리잡는 데 음원사이트의 TOP100 차트가 끼친 영향을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현재 주요 음악사이트 실시간차트에서는 강력한 팬덤과 대중성을 고루 지닌 걸그룹 트와이스와 소녀시대의 멤버 태연이 1, 2위를 다투고 있다. 해당 음원의 스트리밍 및 다운로드 횟수는 치솟고 있지만, 10위권 밖으로 넘어가면 이런 영향력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줄 세우기’도 길어야 이틀을 넘지 않는다. 아이돌 팬덤이 ‘음원시장 질서’를 해쳤다고 하기엔 이들의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다. 문제의 근원은 팬덤이 움직이게 만드는 실시간차트, 더 나아가서는 ‘5분차트’에 있다. 인지도 높은 곡일수록 더욱 쉽게 차트에 남게 하는 현재의 TOP100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음원사이트는 이런 차트를 없앨 계획은 전혀 없다. 대신 음악산업진흥법 제26조의 내용과 달리, ‘관련 업자’가 아닌 ‘소비자’를 규제하려 한다. 이에 대해 여러 음악사이트의 의견을 물었지만 어느 한 곳에서도 정확한 답변조차 듣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속사 관계자는 “음원사이트의 주요 고객인 아이돌 팬덤에게 이익을 취하면서 그들을 범법자처럼 몰아가는 것은 모순이다. 현재 실시간차트 상황을 보면 이렇게라도 새로운 곡이 올라가는 게 차라리 긍정적으로 보여질 정도”라고 말했다. 메인에 실시간차트를 내걸고, 시간별로 순위를 공개해 경쟁을 부추긴 것은 누구인가. 규제의 대상이 누군가를 규제하겠다고 나서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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