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박보영, 믿고 봅니다

2017.03.06
JTBC [힘쎈여자 도봉순]의 도봉순은 등장인물 중 가장 연약한 인상을 갖고 있다고 묘사된다. 공비서(전석호)는 봉순과 닭싸움을 하라는 민혁(박형식)의 제안에 “해병대 가오가 있지, 여자랑 닭싸움을 합니까?”라며 코웃음 치고, 국두는 봉순의 신변을 걱정하며 “제 친구 도봉순, 힘없는 여잡니다.”라고 말한다. 그를 연기하는 배우가 박보영이라는 점은 봉순에 대한 편견을 강화시킨다. 박보영은 작고 마른 체구와, 실제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얼굴, 누구도 해치지 않을 법한 순한 강아지 같은 눈을 가졌다. 하지만 봉순은 극 중에서 약간의 힘만 써도 성인 남성의 안면을 함몰시키고 4개의 치아를 소실시키며 손가락 5개를 골절시킬 수 있다. 봉순, 그리고 그를 연기하는 박보영의 의외성은 제목 그대로 [힘쎈여자 도봉순]을 끌고 가는 힘이다.

“난 정말 되게 건강한데 왜 다들 유약한 이미지로 생각하는지 모르겠다.”(영화 [경성학교 : 사라진 소녀] 라운드 인터뷰) 아프고 연약한 척 연기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는 박보영의 말처럼, 그가 귀여운 동안의 외모를 가졌다고 그저 약할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편견이다. 하지만 박보영이 작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로 주로 소비돼왔던 것도 사실이다. 영화제 레드카펫 위의 박보영은 공주풍의 꽃잎 모양 디자인으로 유명한 ‘맥앤로건’ 드레스를 주로 입고, 그를 가장 많이 수식하는 단어는 ‘국민 여동생’이었다. 귀여운 소녀에 대한 어떤 편견은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함이나 무해함으로 확장되기도 하며, 배우 본인도 받아들이는 한계가 되기도 했다. MBC [섹션 TV 연예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박보영은 “노출 연기는 자신이 없다. 사람들이 제 몸을 아직 안 궁금해하신다. 전 알 수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동시에 나이가 어리다는 전제가 필요한 ‘국민 여동생’이라는 타이틀은 누가 됐든 영원히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 시점에서도, 미래 시점에서도 다가올 수 있는 한계. 하지만 박보영은 특유의 이미지를 조금씩 영리하게 벗어나는 방향으로 작품을 선택해왔다. 여전히 순한 강아지처럼 상대를 바라보며 무리한 이미지 변신을 하지는 않지만,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장치를 보조 삼곤 했다. tvN [오 나의 귀신님]의 봉선은 남자들의 벗은 몸을 보며 흐뭇해하고 양기가 필요하다며 선우(조정석)를 덮치는, 기존의 이미지를 깨는 연기를 선보였다. 이는 tvN [SNL 코리아]로 이미 성인 코미디의 경험이 있던 김슬기가 연기한 순애가 빙의해 있다는 설정 때문이었다. 영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에서는 ‘사회초년생’ 캐릭터를 통해 자연스럽게 첫 직장인 연기도 할 수 있었다. 또한 [경성학교 : 사라진 소녀들]이나 [힘쎈여자 도봉순]에서는 판타지 요소의 힘을 빌려 액션 연기에 도전한다. 박보영은 편견을 조금씩 깨는 과정을 대중에게 납득시키면서 호감을 잃지 않았다.

그 결과 박보영은 자신이 연기하는 여성 캐릭터에 대한 편견도 하나씩 뛰어넘는다. [오 나의 귀신님]의 봉선은 20대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자신의 성적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낸 캐릭터였고, 드라마는 최고 시청률 7.3%(AGB닐슨 전국 기준)로 성공했다. 얌전한 이미지의 여성은 PC방이나 게임과 친하지 않다거나 연약할 것이라는 오랜 고정관념을 깨는 [힘쎈여자 도봉순]은 2회 만에 시청률 5.8%(AGB 닐슨 전국 기준)를 돌파했다. 공교롭게도 어떤 스테레오 타입에 갇히기 쉬운 배우가 자신이 맞닥뜨린 한계를 하나씩 ‘도장 깨기’ 하는 과정은 세상의 석연찮은 편견에 균열을 내는 것과 병행되며, 의미 있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그러니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10년째 흥행작을 내놓고 있다는 점만이 아니라도, 박보영은 ‘믿고 보는’ 배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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