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만의 와일드월드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언론을 내쫓다

2017.03.06

도널드 트럼프는 최근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주요 언론을 “국민의 적”이라 칭했다. 허위 뉴스를 보도하고, 익명의 취재원을 사용하는 언론 매체를 비난하는 말이었다. 얼핏 옳은 말처럼 들리지만, 트럼프가 생각하는 허위 뉴스 미디어는 많은 이들의 생각과 달리, 자신을 비판하는 [뉴욕 타임스], [CNN], [ABC], [NBC 뉴스] 같은 곳들을 지칭한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트럼프의 비뚤어진 언론관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자유 세계의 최고 권력자가 한 말이라고는 믿기 힘들지만, 트럼프는 언론에 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그리고 몇 시간 후, 백악관의 공보 비서, 션 스파이서는 트럼프의 전쟁 선포를 행동으로 옮겼다. 그는 “개글”이라고 하는 백악관의 비격식적 오전 언론 브리핑에서 트럼프에게 비판적인 언론을 배제했다.


트럼프에게 비판적인 기사를 썼던 [뉴욕 타임스], [버즈피드 뉴스], [CNN], [LA 타임스], [폴리티코], [BBC], [허핑턴 포스트]는 브리핑에 참석하지 못했다. 반대로, 평소 보수적인 성향으로 트럼프 행정부에 우호적인 [브레이트바트 뉴스], [원 아메리카 뉴스 네트워크], [워싱턴 타임스] 같은 매체들은 브리핑에 참여할 수 있었다. [ABC], [CBS], [월 스트리트 저널], [블룸버그], [폭스 뉴스]의 기자들 또한 브리핑에 참석했다. [AP]와 [타임]은 브리핑 참석이 허락됐지만, 특정 언론을 배제하는 백악관의 행동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참석하지 않았다. [뉴욕 타임스]의 편집국장, 딘 베켓은 “서로 다른 정당의 다양한 행정부를 취재했던 긴 역사 속에서도 이 같은 일이 일어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특정 언론을 배제하는 게 왜 잘못일까? 정치 지도자를 비판하는 언론의 존재는 민주주의에 필수적인 것일까? 이런 질문은 답이 너무 명백해서 어쩐지 질문 자체가 이상해 보이기까지 한다. 조지 W. 부시는 백악관의 언론 배제 이후에 이뤄진 인터뷰에서 언론의 자유가 “민주주의에 필수불가결한 것”이라고 말했고, 이번 언론 배제를 주도했던 공보 비서 션 스파이서조차도 지난 12월, 자유로운 언론 접근이 “독재 정권과 대비해 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오바마가 행정부의 고위 공직자들을 상대로 한 인터뷰에서 [폭스 뉴스]를 배제하려 했을 때, [뉴욕 타임스]와 [CNN]이 [폭스 뉴스]의 편에서 오바마 행정부를 비판했던 일이나, 이번 사안에서 [폭스 뉴스]의 앵커, 브렛 바이어가 “자격을 갖춘 모든 언론 기관에 (개글이) 열려 있어야 한다”고 말한 건, 이들이 모두 자유로운 언론의 존재가 민주주의에 필수적인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퓨 리서치 센터의 최근 조사는 이처럼 당연한 전제조차도 모두가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자의 76%는 정치인을 비판하는 언론의 자유가 견고한 민주주의에 매우 중요하다고 대답했고, 공화당 지지자는 49%만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언론의 자유를 덜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있어서 트럼프가 언론을 적으로 삼은 것인지, 아니면 트럼프 때문에 이들이 언론의 자유를 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인지, 선후 관계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언론을 적대하고 통제하려는 트럼프의 행보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할 법한 일이라기보다는 독재 정권에서 할 법한 일에 더 가깝다는 점이다.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자유 세계의 최고 권력자가 자유를 허물고 있다.





목록

SPECIAL

image 스크린독과점

MAGAZINE

  • imageVol.171
  • imageVol.170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