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래퍼]│③ [고등래퍼] 고익조 CP “생각보다 넓고 깊은 10대들의 힙합 문화를 보여주고 싶었다”

2017.03.07
시청률 1%(닐슨 코리아). 그러나 화제성은 1위. Mnet [고등래퍼]은 시청률과 별개로 지금 온라인에서, 정확히는 10대에게 가장 화제가 되는 프로그램이다. Mnet [쇼미더머니]로 힙합이 음악 리얼리티 쇼로 들어왔고, Mnet [언프리티 랩스타]가 여성 래퍼들을 스타로 만든 다음,  [고등래퍼]는 지금 힙합에 열광하는 10대를 TV로 불러왔다. [쇼미더머니]와 [언프리티 랩스타]를 연출하면서 힙합을 서바이벌 리얼리티 쇼와 결합해 온 고익조 M.net CP에게 10대와 힙합에 대해 물었다.


원래는 파일럿이었다 정규 프로그램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고익조
: 프로그램을 맡게 되는 여러 과정이 있는데,  [고등래퍼]는 10대들이 주인공인 힙합 경연 프로그램을 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발적으로 나섰다. 작년 초에 파일럿이라고 생각하고 시작 했는데, 아이들을 만나다 보니까 재미로 간단하게 시작하기에는 10대들의 힙합 문화도 굉장히 깊고 넓었다. 재미로 접근할 게 아니었던 거다. 섣불리 시작 했다가는 안 되겠어서 일단은 접었었다. [쇼미더머니]나 [언프리티 랩스타] 같은 중요한 프로그램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신규 프로그램을 제대로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다른 프로그램을 하면서 [고등래퍼]를 1년 동안 기획 했다.

어떤 재미가 있을 것 같았나.
고익조
: 10대는 솔직할 거 같았고, 아무 계산 없이 자기감정을 표출하고 행동하고 말해서 매력이 있겠다 싶었다. 물론 아이들이 하는 음악 자체도 매우 궁금했는데, 그것보다는 처음에 청소년들의 말과 행동, 표현이 힙합이라는 장르적인 틀과 결합했을 때 밝고 순수하면서 치열한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아이들의 순수한 면을 방송에 이용하려 했다고 곡해될까 하는 고민도 있어서 [쇼미더머니]보다는 조금 더 따뜻한 시선이 있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1화 첫 출연자가 경인지역 김혜선 학생이다. 실수를 했던 출연자를 맨 앞에 넣었다.
고익조
: 아마 내가 생각했던 고등학생 래퍼의 모습이 그런 모습이었다. 예선 현장에서 가장 보기 좋았던 현장이기도 했고. 예선 무대에서 지원자들이 랩을 정말 많이 까먹는다. 어느 지역 같은 경우는 가사를 안 절면 합격할 정도다. 무대에 선 학생이 틀리면 보는 모든 사람들이 안타까워해주고, 응원해주고 그런 모습을 자주 봤는데 이 모습들이 김혜선 학생의 무대에 모두 담겨있었다. 시청자들도 응원하는 심정으로 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 무대를 맨 앞에 넣었다. 사실 랩은 못해도 노력하다 떨어지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싶은데, 그게 의미는 있지만 영상으로 보면 재미가 없다. 시청자들이 귀한 시간 내서 굳이 내가 이것 좀 보시라고 우길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 예선 이후에는 실력평가 위주로 가게 되는데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4회 때부터는 경연 위주지만 2~3회는 출연자들의 말과 행동이나 지역 간 대결구도가 마치 학원물처럼 보였다.
고익조
: 처음 기획은 [슬램덩크]와 같은 학원물을 생각해서, 지역대항전이 아니라 학교대항전을 생각했었다. 아마 그런 부분이 조금은 남아있어서 그럴 거다. 처음에는 힙합 경연보다는 학교의 스토리나 학교의 학생들끼리 관계 등 아이들에 초점이 가 있었다. 그래서 학교에 연락해서 오디션을 봤는데, 무대를 꾸밀 수 있을 정도로 랩을 할 수 있는 친구가 많아봤자 1~2명 정도밖에 없었다. 힙합을 제대로 하겠다는 친구들은 전국단위로 많지만 학교 단위로 쪼개면 또 적은 거다. 또, 우리가 학교대항전으로 생각하고 학원물로 접근했을 때와 실제 만나본 학생들의 모습이 많이 달랐다. 처음에는 힙합 좋아하는 학생들이니까 가볍게 해보는 수준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인생을 걸고 하겠다는 친구들이 많았고 너무 진지했다. 그래서 결국 전국으로 참가자를 넓히고, 실력대결 중심으로 포맷을 변경했다.

전국대항전인데 충청도, 강원도, 제주도는 빠졌다.
고익조
: 원래는 공개모집할 생각이 없다 모집을 해서 오디션을 2,000명 정도 봤고, 대부분 경기도, 서울에 인원이 집중 되어 있었다. 충청, 강원, 제주는 수가 너무 적어서 기타연합지역 이런 것도 시도해봤지만 팀 구성이 제대로 안 되더라. 충청도에 너무 아까운 친구가 있어서 대전/충청 연합도 생각했고, 경인지역이랑 인천을 떼서 충청인천 지역도 생각해봤는데 이건 현실적으로 너무 말이 안 되고. (웃음) 전국을 못 다룬 건 너무 아쉽다. 원래 전국체전처럼 지역별로 깃발을 만들어서 입장 하는 것도 생각했었는데,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현실을 반영해야 하는 프로그램이니까 어쩔 수 없이 그 지역이 배제됐다.

예선에서 선발 기준은 어떤 것이었나.
고익조: 참여할 아이들을 뽑을 때는 '웬만하면 다 하자'가 기조였다. 그렇게 1차로 뽑았고, 방송 진행을 위해서 추려야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그때 기준을 적용한 게 실력, 캐릭터, 힙합에 대한 열의, 가사의 독창성을 봤다. 그리고 지금 아이들의 과거 때문에 논란이 많은데, 그런 것은 따로 조사하지는 않았다. 그런 계기가 된 친구가 있었는데, 이 친구는 청소년 시설에 있었고 이후에도 시설에서 계속 살고 있다. 아직 부모님과 화해가 안 돼서 그렇다. 그런데 이 친구가 많은 잘못을 했지만 반성하고 있고,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직 어린 친구들인데 과거에 잘못했으니까 앞으로 절대 이런 건 안 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래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어른인 입장에서 이 친구들이 잘못한 부분에서 사과와 반성하고 성장할 수 있게 기회를 주고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닌가.

많은 10대들과 만나면서 그들이 어떻게 힙합을 느끼고 있던 것 같나. 
고익조
: 다들 다르고, 다양한 방식으로 느끼고 있다. 일단은 기성 뮤지션에게 영향 받은 친구들이 많은데 그건 아직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생각보다 자신의 소신을 가진 친구들도 있고. 그리고 [쇼미더머니]에서 전반적으로 트랩이 트렌드인데, 고등학생들은 붐뱁을 더 선호하더라. 좋아하는 뮤지션도 다르다. [쇼미더머니]와 [고등래퍼] 모두 지원서에 좋아하는 뮤지션을 적는 칸이 있는데, 10대들은 더 알려지지 않은 뮤지션을 좋아한다. 해외 아티스트도 마찬가지고. 예상컨대 힙합이 지금은 대중적인 것은 맞지만, 아이들 입장에서 한 반에 힙합을 하겠다는 친구들은 한 명이 있을까 말까니까 그 친구들 같은 경우 깊이 가 있을 거다. 나는 록을 좋아했는데,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은 남들이 몰라야하고, 남들이 아는 뮤지션은 내가 좋아하면 좀 구린 거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아마 그런 심리도 조금은 작용하지 않았을까.(웃음)

출연자들이 보이그룹 NCT의 마크보다 양홍원을 더 잘 알고 있더라. 
고익조
: 실제로 그렇다. 그 부분을 보여주면서 여기가 다른 세상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양홍원은 랩을 제일 잘하는 친구니까 영웅이라고 할 수 있다. 비와이랑 씨잼은 너무 멀리 있는 있는 존재고, 양홍원은 아주 가까이있으니까 자기가 넘을 수 있는 꿈 같은 것 아닐까. 출연자들이 그냥 양홍원 이름만 알고 있는 게 아니라 작업물들을 굉장히 많이 듣더라. 그의 음악을 듣고, 리스펙트하는 애들이 좀 과장하면 대부분이었다. 

[쇼미더머니]와 어느 정도  수준 차이가 난다고 할 수 있을까.
고익조
: 그룹으로 놓고 봤을 때는 굉장히 차이가 많이 난다. 개인적으로 몇몇 학생들은 [쇼미더머니]에 내놔도 우승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너그럽게 본 것이긴 하다. 그래도 본선까지는 가주지 않을까 싶은 친구가 있다. [쇼미더머니]에서 조금만 견뎌내면 큰 일 낼 것 같다. 실제로 경쟁을 하면 옆에서 보기에도 눈에 띄게 성장한다. 꼭 [쇼미더머니]에 왔으면 좋겠다. (웃음) 그리고 제작진과 내가 생각하는 [쇼미더머니]는 국가고시 같은 것이다. 혹은 올림픽이나 월드컵. 엄격한 룰이 있는 메이저 대회고, 제작진은 대회의 주최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과정이 엄격하고 공정해야 한다. 관문이 높은 것을 낮출 의향도 없다. [고등래퍼]에서 두각을 나타낸 친구가 [쇼미더머니]에 들어온다고 해도 마음으로는 응원 하겠지만 혜택은 없다.

힙합 관련 프로그램을 계속 하는 이유가 있나 
고익조
: 힙합 프로그램을 계속 하게 된 특별한 이유는 없다.  원래 Mnet에서 [M카운트다운] 같은 쇼 위주로 연출을 했었고, 나도 내가 쇼PD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회사에서 [쇼미더머니 2]를 연출하라고 해서 했는데, 그때 힙합 문화에 대해서 너무 놀랐고, 시행착오도 많았고, 갈등도 있었다. 시즌3부터 어떻게든 성공시키려고 이를 악 물고 했고, “승부다!”라는 심정으로 했던 것 같다. 오죽하면 시즌 3에서 프롤로그를 스스로 비판하면서 시작하고 편집도 거의 안한 상태로 내보냈겠나. [언프리티 랩스타]도 원래는 나도 장르 음악을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마니아들의 마음을 이해하니까 힙합에 대한 좀 깊은 부분을 건드려보고 싶었었는데, 그게 잘 안 됐다. 그런데 여자들이 중심이 되는 프로그램을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이왕 할꺼면 끝까지 가보자는 생각에 디스 배틀을 시도하게 됐다. 그래도 음악적인 부분은 놓치고 싶지 않았고, 여성래퍼 컴필레이션 앨범으로 트랙경쟁을 하는 틀을 생각하게 됐다.

이번에 [고등래퍼] 시청률이 1% 대다. [쇼미더머니]에 비하면 아쉽지는 않나. 
고익조
: 시청률이 아쉽다고 이야기하면 나쁜 사람이고, 1%를 넘은 것이 너무 좋다. 물론, 더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지만 (웃음) 이 상태를 유지하는 게 바람이다. 이제는 어떻게 하면 화제가 더 되고, 더 자극적이게 채널을 못 돌리게 만들 수 있을지는 경험적으로 알 것 같다. 하지만 ‘이 부분이 없으면 더 타이트하고 재미있을 것 같다’고 느껴지는 부분들을 [고등래퍼]에 담고 있다. [고등래퍼] 안에서는 그게 더 중요한 거 같고, 그래서 지금 시청률이 매우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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