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래퍼]│① [고등래퍼] 10대들의 소리를 찾아서

2017.03.07
멋이라는 것이 폭발했다”고 외치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스웩이라는 것이 폭.발.했.다”라고 해주어야할까. 기안84의 [패션왕]이 청소년의 유행과 패션 문화를 다뤘다면, Mnet [고등래퍼]의 출연자들은 랩을 통해 누가 최고인지를 가리며 자신들의 문화를 보여준다. 하지만 우기명이 멋있게 보이려고 할 수록 훗날 ‘이불킥’할 일들을 만들어냈던 것처럼, [고등래퍼]의 출연자들 역시 진심으로 랩을 할수록 이 프로그램을 보는 어른들을 어찌할지 모르게 만든다. 예선전에서 이수린이 자신의 친구 윤병호와 “1등을 못 다툰다면 (방청객들의) 청각에 약간 문제가 있으신 거 아닌가 싶어요”라고 말하거나, 중학교 2학년이라 [고등래퍼]에 못 나오는 신요찬이 “이 구역에서 어떤 놈들이 랩하는지 설치는지 보러왔다”고 말하는 것은 진심일 것이다. 하지만 신요찬의 말 뒤에 웃고 있는 래퍼 스윙스의 표정이 교차하는 것처럼, 그들의 진심은 종종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떨리는 목소리와 어설픈 말투, 때로는 어처구니 없을만큼 황당한 그들만의 스웨그. 성인의 입장에서 [고등래퍼]를 본다는 것은 자신의 '흑역사'를 기억나게 하거나,  ‘허세’나 ‘중2병’ 가득한 그들의 행동을 보며 킥킥대도록 만든다. 그러나 그렇게웃는 사이에도 출연자들은 랩을 하고, 랩에 따라 즉각적인 반응이 돌아온다. 이미 연예인인 김동현과 마크는 랩을 통해 자신들에 대한 편견을 깨 나가고, Mnet [쇼미더머니] 출연으로 1등은 당연하게 여겨지던 양홍원은 기대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그 위치에 금이 가기도 한다.  SBS [일요일이 좋다] ‘K팝스타’에서는 심사위원 양현석, 박진영, 유희열이 얼마나 극찬을 하느냐가 곧 출연자의 주목도와 연결된다. 반면 [고등래퍼]의 첫 번째 예선은 같은 고등학생들의 투표가 순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였고, 출연자들의 랩에 대한 반응은 또래 관객들의 반응을 통해 즉각적으로 알 수 있다. 그들의 손에서 영웅이 탄생하고 몰락하며, 모두가 더 돋보이기 위해 진지하게 경쟁한다. 그 경쟁 속에서 누군가는 스타가 되고싶어하고, 누군가는 '알바'로는 못 버는 300만원을 번 것을 스스로 대견하게 여기기도 한다. 우스운가? 하지만 그들은 진심이다. [패션왕]이 웹툰으로 보여준 것처럼, [고등래퍼]는 힙합과 리얼리티 쇼를 통해 허세 속에 가려진 그들의 진심을 보여준다. 

[고등래퍼]가 보여주는 10대의 힙합과 문화가 모두 옳고 좋다는 것이 아니다. 양홍원은 일진설이 제기되기도 했고, 장용준은 SNS에서 드러난 사생활 관련 논란으로 하차했다. 하지만 그 후 장용준이 페이스북 라이브로 해명 방송을 한 것은 [고등래퍼]가 무엇을 보여주는지 짐작케 한다. 유명해지려고 기를 쓰고, 어두운 면이 드러나고, 그것을 다시 SNS로 해명하면서 다시 좋든 싫든 주목을 받는다. 어른들은 전혀 모르지만 그들 사이에서는 스타가 되기 위해 기를 쓰고, 논란도 그들의 방식으로, 불특정 다수 앞에서 해명하는 세대. 그래서 [고등래퍼]가 지역예선을 거처 선발된 각 지역의 9인으로 모였을 때 급변하는 분위기는 더욱 상징적이다. [쇼미더머니]에서 주인공처럼 묘사되던 양홍원을 여성 참가자와 러브라인을 만들려고 하거나, 디키즈 크루를 통해 또래들의 관계에 대해 보여주던 초반부는 마치 학원물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출연자들은 1등을 하기 위해 경쟁에 몰입한다. 어른의 시선에서 보기에 그들의 모든 것은 10대의 풋풋한, 또는 치기어린 모습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살아온 십수년을 걸고 랩을 하는 것은 그들이 무대의 주인공이 될지, 박수치는 이들 중 한 명이 될지, 아니면 그도 못하고 SNS에 글이나 남겨야 할지 결정되는 순간이다. 양홍원이 [쇼미더머니]에 출연한 것만으로도 주인공처럼 여겨지고, MC그리가 '힙합 금수저'라는 소리를 들으며, 그럼에도 나머지 출연자들이 자신의 인생사를 '스웨그'하는 세계. [고등래퍼]는 [쇼미더머니]의 10대 버젼이 아니다. 대신 힙합이, 10대를 TV의 주인공으로 세웠다. 이제 마이크는 그들에게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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