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보는 울버린과 휴 잭맨의 17년

2017.03.08
잘 알려진 것처럼 [로건]은 휴 잭맨이 연기하는 마지막 울버린 영화다. 2000년 [엑스맨]에서 울버린 역할로 전 세계에 얼굴을 알리며 할리우드 인기 배우가 됐던 그는 17년 동안 [엑스맨] 시리즈와 울버린 스핀오프 등을 거치며 17년 동안 울버린을 연기했다. 앞으로도 마블 코믹스 원작 영화는 꾸준히 나올 것이고 언젠가는 휴 잭맨이 아닌 울버린을 만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으로선 휴 잭맨이 아닌 울버린을 상상하기란, 또한 울버린을 연기하지 않는 휴 잭맨을 상상하기란 어렵다. 울버린의 팬에게도, 휴 잭맨의 팬에게도, 누구보다 본인에게 각별했을 17년의 시간을 숫자로 정리해보았다.

9(회)
휴 잭맨이 [엑스맨] 1편부터 [로건]까지 영화에서 울버린을 연기한 횟수. [엑스맨]의 첫 삼부작과 프리퀄 삼부작, 그리고 울버린 스핀오프 삼부작에 모두 출연했던 그는, 실질적인 최연장자이자 늙지 않는다는 설정 덕분에 프로페서 X와 매그니토의 젊은 시절을 다룬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이하 [엑퍼클])에서도 변함없는 얼굴로 카메오 출연을 할 수 있었다. 이미 많이 알려진 것처럼 같은 캐릭터로 9개의 영화에 출연한 건 다른 프랜차이즈 영화를 통틀어서도 최다 기록이다. 실베스터 스탤론은 [록키] 시리즈의 외전 격인 [크리드]까지 포함해 총 7번 록키를 연기했고, 최장수 프랜차이즈 [007] 시리즈의 최다 출연자인 로저 무어도 제임스 본드 역할을 7번 연기했다. [엑스맨 탄생:울버린](이하 [엑스맨 탄생])의 제작까지 맡을 정도로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깊었기에 가능한 일.

36(시간)
[더 울버린]에서 상체 노출 신을 찍기 위해 물 한 방울도 마시지 않고 버틴 시간. 전작인 [엑스맨 탄생]에서 이미 어마어마한 근육을 보여줬던 그는, [더 울버린]에선 더 근육량을 늘리기 위해 드웨인 존슨이 가르쳐준 대로 6개월 동안 닭고기, 스테이크, 현미로 구성된 식단으로 하루 6000㎉를 섭취했고, 상의를 벗고 싸우는 신에서 근육의 선명도를 높이기 위해 탈수 다이어트를 시도했다. 촬영 전 36시간 동안 물을 마시지 않은 그는 두통까지 참아야 했다고. 이처럼 그는 상체를 노출해야 할 때를 맞춰 몸 상태를 최상으로 만들려 노력하는데,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이하 [엑데퓨])에서 전라를 보여주는 신의 촬영이 3주 정도 미뤄질 듯하자 그는 제작진에게 강하게 요청했다. 다른 장면은 어느 때로 미뤄도 상관없지만, 그 장면은 절대 미룰 수 없다고. 꼭 그날 발가벗어야 한다고.

160(㎝)
원작 만화에서의 울버린 키. 정확히 미국식으로는 5피트 3인치. 하지만 현재 프로필에 적힌 휴 잭맨의 키는 189㎝, 거의 30㎝ 정도 더 크다. [엑스맨] 1편 오디션 당시 원작 팬들을 실망시킬 것을 두려워했던 그는 키를 속이는 것까지도 고려했을 정도였고, 제작진에게는 키가 183㎝라 말하기도 했다. 당시 사이클롭스 역할을 맡았던 제임스 마스던은 휴 잭맨보다 10㎝ 정도 작았기 때문에 함께 나오는 장면에선 박스를 딛고 서서 찍기도 했다. 지금 [엑스맨]을 다시 보면 거의 모든 캐릭터가 울버린보다 커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000(lbs)
휴 잭맨이 데드리프트 1회를 성공한 바벨 중량. 앞서 말했듯, 근육질 배우가 즐비한 할리우드에서도 휴 잭맨의 몸은 압도적이다. [엑스맨] 캐스팅 당시 그가 근육을 키우고 나타나자 스튜디오에선 오디션 때의 날씬함과는 다른 모습에 당황했고, 브라이언 싱어 감독 역시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당시에 대해 휴 잭맨은 “해고당하기 직전의 분위기”라고까지 말했다. 하지만 이후 연기와 액션으로 자신의 선택을 납득시켰던 그는 시리즈 내내 멋진 몸매를 유지했다. 하지만 역시 그의 근육이 폭발한 기점은 [엑스맨 탄생]이다. 그는 마치 야생동물이나 괴물 같은 거친 느낌의 몸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해당 작품을 비롯해 [더 울버린]과 [엑데퓨]에서 그는 조각 같다기보다는 정말 맹수 같은 느낌의 몸을 보여주었다. 그런 그가 평생 해도 좋을 단 하나의 운동으로 데드리프트를 고른 건 당연한 일처럼 보인다. 그 스스로 “거의 모든 근육이 사용된다”며 추천하기도 했지만, 헬스클럽에서 남성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벤치프레스가 가슴 근육을 부풀리는 데 특화된 운동이라면 데드리프트는 등근육과 하체의 힘을 키우는 데 가장 좋은 운동이다. 종합격투기 선수나 스트롱맨 등 소위 ‘실전 근육’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운동이기도 하다. 휴 잭맨은 하루에 410lbs(186㎏) 데드리프트와 235lbs(107㎏) 벤치프레스, 345lbs(156㎏) 스쿼트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렇게 강해진 힘으로 1000lbs(453㎏) 데드리프트 1회에 성공하며 공식적인 1000lbs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2029(년)
[로건]의 배경이 되는 근미래의 연도. [엑스맨 탄생]에서 소년 로건(트로이 시반)이 자신의 주먹에서 뻗어 나온 클로를 보며 능력을 자각한 게 1845년이니, 당시 나이를 열 살로만 잡아도 영화 속 울버린은 시리즈를 통틀어 194년을 살아온 셈이다. 그동안 그는 남북전쟁과 두 번의 세계대전([엑스맨 탄생]), 쿠바 미사일 사태([엑퍼클]), 베트남전([엑데퓨]) 등 굵직한 근현대사를 거쳐오다 [로건]에선 더는 돌연변이가 태어나지 않는 2029년의 미국에서 살아간다. 9개의 시리즈를 통해 울버린이 200여 년을 사는 동안, 휴 잭맨 역시 32세 청년에서 49세 중년이 됐다. 물론 여전히 잘생겼고 몸도 좋지만.

20,000,000(달러)
휴 잭맨이 [엑스맨 탄생]과 [더 울버린]에서 받은 출연료. 잘 알려진 것처럼 [엑스맨]은 그의 할리우드 데뷔작이었다. 원래 감독이 바랐던 울버린 캐스팅 1순위는 러셀 크로였지만 출연료 문제로 거절당했고, 캐스팅이 확정됐던 더그레이 스콧 역시 먼저 계약한 [미션 임파서블 2]의 촬영이 미뤄지며 빠져나가게 됐다. 같은 호주 출신인 러셀 크로의 추천으로 울버린이 된 휴 잭맨의 첫 출연료는 50만 달러였다. 이후 시리즈 2편에선 딱 두 배인 100만 달러를 받았고, 3편에서는 500만 달러를 받았다.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계속해서 몇 배씩 상승한 셈. 그러다 본인이 제작을 맡은 [엑스맨 탄생]에서는 출연료 2000만 달러를 기록한다. [더 울버린]에서도 같은 액수를 받았지만, 이후 촬영한 [엑데퓨]에서는 700만 달러를 받았고, 울버린 시리즈를 제외하고 받은 최고 액수가 [오스트레일리아]에서의 1000만 달러였으니 울버린 단독 영화에서 유독 높은 액수를 받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로건]에서 휴 잭맨은 영화의 R등급(청소년 관람불가) 개봉을 제작사에 설득하기 위해 본인의 출연료를 자진해서 깎기까지 했다. 제작사인 20세기 폭스는 휴 잭맨의 출연료 삭감과 역시 R등급이었던 [데드풀]의 흥행 경험을 보고 R등급 개봉에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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