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형 행성에 대한 궁금증들

2017.03.09
지난 2월 22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빛의 속도로 39년을 가야 할 거리의 우주에서 새로운 ‘지구형 외계행성’ 7개를 발견했다고 발표해 화제다. 어떤 의미인지 하나씩 짚어봤다.

‘지구형 행성’이 뭐기에 화제?
먼저 지구형 행성의 정의부터 내려야 한다. 유명한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을 패러디해 이렇게 말해보겠다. “모든 지구형 행성은 서로 엇비슷하지만, 지구형이 아닌 행성은 제각기 나름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다.” 지구형 행성이 공유하는 ‘엇비슷한’ 특성은 크게 두 가지다. ‘발 딛고 서 있을 수 있는 딱딱한 암석으로 된 지각을 갖고 있을 것’, ‘크기가 지구에 비해 너무 작거나 크지 않을 것.’ 두루뭉술한 조건이다(두루뭉술해서인지 외신은 이 용어를 쓰지 않고 ‘지구 크기의 행성’ 정도로 표현할 때도 많다).

두루뭉술하지만, 이 조건을 만족하는 외계행성은 우주에서 소수다. 인류는 이미 3000개가 넘는 외계 행성을 발견했는데, 대다수는 태양계의 목성이나 토성처럼 가스 덩어리가 찐득한 상태로 뭉쳐 있는 거대한 행성들이다. 암석으로 돼 있다고 하더라도 크기나 조건이 지구와 많이 다르면 제외된다. 지름이 대략 지구의 2배를 넘으면 ‘슈퍼 지구’라고 따로 구분한다. 모양이 찌그러진 감자 모양인 행성도 제외된다. 행성은 규모가 어느 정도 이상 커져야 자체 중력에 의해 꽁꽁 뭉쳐 구 모양이 된다. 감자 모양의 행성은 크기가 너무 작다는 뜻이다. 온통 물로 덮힌 행성도 ‘바다행성’ 또는 ‘워터월드’라고 부르며 따로 구분한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높이 수백 미터의 파도가 치던 행성이 이런 곳이다. 현실에서는 아직 후보만 있는데, 바다 깊이가 수백 킬로미터 이상에, 내부에 뜨거운 얼음이 있는 이상하고 극단적인 조건을 가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의 존재 여부는 왜 중요할까
우주생물학자들은 온도와 압력 등 주변 환경에 따라 상태가 잘 변하는 물질에 관심이 많다. 증발, 강수 등 기상현상이 일어날 수 있고, 그에 따라 물질이 순환할 수 있어서다. 핵심은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지 여부다. 액체는 다른 물질을 녹여서 유기물 사이의 반응을 유도할 수 있고, 이동성이 높아서 유기물이 퍼지거나 잘 섞이도록 한다. 물은 이런 특성을 지닌 대표적인 물질이다.

우주과학자들이 물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조금은 지구중심적 또는 인간중심적이다. 지표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곳이 지구 생명이 살 만한 온도의 환경이라는 뜻이다. 만약 지표가 수백 ℃라 수증기만 존재한다면, 사람이 가더라도 살 수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너무 온도가 낮아 얼음으로 뒤덮여 있어도 황량한 불모지일 가능성이 높다([인터스텔라]에서 만 박사가 살던 얼음행성처럼).

물은 행성을 탐사하려는 지구인에게 현지에서 활용할 자원이 되기도 한다. 물 분자는 수소와 산소 원자로 이뤄져 있는데, 만약 행성에 물이 있다면 현지에서 전기분해해 이 두 기체를 얻을 수 있다. 산소는 호흡에 필수고 수소는 연료로 활용할 수 있다.

참고로, 물은 기상현상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물질이지만 유일한 물질은 아니다. 예를 들어 토성 제1의 위성이자 태양계에서 두 번째로 큰 위성인 타이탄에는 액체 상태의 메탄(메테인)이 풍부하다. 탐사선 카시니-하위헌스 호의 관측 결과를 보면, 실제로 타이탄의 대기에서는 영하 180℃ 내외의 차가운 메탄 비가 내리고, 지상에는 이들이 고여서 생긴 호수가 흩어져 있다.

거리가 가까운 것은 왜 중요할까
지구와 가까운 곳에서 발견됐다는 점도 화제가 됐다. 가까워야 방문을 꿈이라도 꿔볼 수 있기 때문이다. 빛의 속도로 39년 달려야 하는 곳에서 발견됐는데, 이 정도면 가장까지는 아니지만(작년에 약 4.2광년 떨어진 별에서도 지구형 행성이 발견됐다) 상당히 가까운 편이다. 우주의 거대한 규모를 생각한다면, 사실상 지구와 바싹 붙어 있다고 해도 될 정도다.

다만 실제 방문은 아직 SF 속에서나 나올 이야기다. 지구를 떠난 인류가 만든 물체 가운데 가장 멀리까지 여행하고 있는 것은 40년 전에 발사된 태양계 탐사선 보이저 1호다. 초속 17km의 속도로 태양계를 벗어나고 있다. 서울에서 수원까지 2초 남짓이면 주파하는 속도인데, 39광년 떨어진 별에 가려면 약 70만 년이 걸린다. 70만 년 전이면, 호모 사피엔스는 물론 네안데르탈인도 존재하지 않았다.

지구형 행성에서만 생명이 살까
이 글 앞부분에서 패러디한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기 나름대로의 불행을 안고 있다’)은, 이 소설이 장차 불행한 가정 이야기를 하리라고 짐작하게 한다. 소설로서는 그게 재미있기 때문이다. 행복한 가정의 모습은 엇비슷하기에 익숙하고 편안하며 재미없다. 모든 사람들의 얼굴 특성을 추출해 합쳐 만든 그래픽 얼굴이 친숙하지만 딱히 기억에 남지 않듯, 이런 가정을 다룬 이야기는 인상적이지 않다.

외계행성도 그렇다. 지구형 행성은 기본 특성이 지구와 비슷하다. 즉 익숙하다. 이곳에서 생명이 발견된다면, 그 생명도 지구의 생명과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 외계생명체의 발견 자체는 지구 역사를 전과 후로 나눌 엄청난 사건일 테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와 비슷한 특성을 갖춘 생명만을 골라 찾았다는 사실이, 무궁무진한 우주 어딘가에 있을지 모를 다양한 생명체와의 조우 가능성을 제약하는 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다. 아직 우리는 지구에 존재하는, 유전물질(DNA 혹은 RNA)을 이용해 정보를 전달하고 단백질을 분자도구로 활용하며 물을 이용해 생화학 반응을 하는, 세포나 그에 준하는 구조를 기본 단위로 하는 생명 외에 다른 형태의 생명을 알지 못한다. 혹시 다른 형태의 외계생명체를 만나더라도, 우리는 쉽게 알아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만약 새로운 생명을 찾는다면
진짜 재미있는 외계생명체도 지구형 행성이 아닌 곳에 존재할 것이다. 가스가 뭉쳐 있는 행성 대기에 마치 해파리처럼 평생 둥둥 떠 있는 생명이 존재할지도 모르고(영화 [아비정전] 속 발 없는 새처럼, 이런 생명체가 죽을 때는 오직 떠 있기를 포기하고 끝 모를 바닥에 발을 딛으러 내려갈 때일 것이다), 스타니슬라프 렘의 소설 [솔라리스]에서처럼, 인류가 도통 이해하지 못할 액체의 모습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대기가 없는 행성에는 아서 클라크 소설 [라마와의 랑데부]에 나오는 생물처럼 빛의 띠로 대화하는 생명체가 살지도 모른다. 소설 [네 인생의 이야기](혹은 영화 [컨택트(Arrival)]) 속 헵타포드는 도리어 친숙하다.

다만 현재 지구인의 생명과학 지식으로는 이런 생명체가 존재할 조건을 일일이 열거하며 찾기 힘들다. 이런 조건을 지닌 행성을 골라 찾기도 아직은 힘에 부친다. 따라서 오늘날의 우주생물학자들은, 별수없이 지구형 행성을 먼저 찾아나서고 있다. 재미는 상대적으로 덜할지 몰라도 어쩔 수 없다. 꼭 지구를 기준으로 찾아야 하냐고, 지구중심주의라고 비판해도 소용없다. 아직은 우리가 알고 있는, 행복하든 불행하든 ‘가정’으로 참조할 수 있는 생명의 기본 꼴이 오직 지구형 생명 하나뿐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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