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희의 예능 7년

2017.03.10
광희는 데뷔 초부터 ‘예능돌’로 두각을 나타냈다. 수많은 아이돌이 데뷔했던 2010년, 9명이나 되는 보이그룹 제국의 아이들 멤버 중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이유다. 거리낌 없이 성형 사실을 공개하며 대중에게 자신을 인식시켰고, 이후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을 거쳐 MBC [무한도전]의 멤버로 합류했다. 그사이 그는 소속사가 바뀌었고, 프로필은 가수에서 방송연예인, MC로 수정됐으며, 입대를 앞두고 있다. 이제는 당분간 볼 수 없을, 광희의 예능사.

[세바퀴] ‘깝’의 왕관을 물려받은 자
광희에게 예능의 길을 열어준 것은 ‘조 씨’ 성을 가진 두 명의 선배, 조혜련과 조권이다. 2010년 7월 24일 [세바퀴]에 함께 출연한 조혜련은 광희가 성형수술을 했다는 사실을 폭로했고, 당황할 거라 생각했던 광희가 “아이돌 하려면 어쩔 수 없다”, “처음에는 눈만 하려고 했는데 하다 보니 싹 다 고쳤다”라고 태연하게 받아치며 좌중을 뒤집어놨다. 또한 이날 방송에서 광희는 걸그룹 f(x)의 ‘누 에비오’ 댄스를 추며 “훗날 조권 선배님과 함께 방송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특유의 카랑카랑한 말투, 스스럼없는 언행, 지치지 않는 수다는 이때부터 광희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이날 방송에서 박미선은 광희에게 “저런 아이돌 처음 봐”라고 했으며, 조형기는 “이상하게 빠져든다”, 김태현은 “아주 재치가 있으나 나와는 맞지 않는다”라고 평가했다.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캐릭터 하나는 확실한 ‘예능돌’의 탄생이었다.

[강심장], 예능으로 신인상
2011년에서 2013년은 광희 스스로가 평가하는 ‘예능 전성기’다. 이때 그는 SBS [정글의 법칙], [스타킹], [강심장], MBC [우리 결혼했어요], [황금어장 무릎팍도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고정으로 출연했고, ‘2012 MBC 방송연예대상 쇼버라이어티 부문 남자신인상’, ‘2013 SBS 연예대상 베스트 엔터테이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쟁쟁한 연예인들이 무더기로 출연해 말솜씨를 겨루는 [강심장]이나 일반인이 주인공이 되는 [스타킹]은 전문 예능인에게도 쉽지 않은 무대지만, 광희는 이런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할 때 가장 생기가 넘쳤다. 여기에는 그의 ‘툭툭 끼어들어도 밉지 않은’ 캐릭터가 큰 몫을 했다. 2011년 6월 7일 방송됐던 [강심장 왕중왕전]에서 그는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 적 없음에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당당히 등장했다. 늘 ‘주인공’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면서도 미움받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이들을 챙기는 태도 때문이었다. 광희는 제국의 아이들 멤버와의 에피소드를 끊임없이 공개했고, 이를 통해 임시완, 박형식에게 ‘엄친아’, ‘부자’ 캐릭터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2014년 [해피투게더 야간매점] 출연 당시에는 인지도가 낮은 하민우에게 “2014년은 너의 해야, 기죽지 마!”라며 학부형 같은 태도를 취하다 유재석의 놀림을 받기도 했다. 이런 ‘오지랖’은 그를 어떤 상황에든 녹아들게 만드는 장점이다.

[정글의 법칙], 광희의 빛과 그림자
2011년 초대 병만족으로 [정글의 법칙]에 출연한 광희는 예상 외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악어섬’에 도착해 한참 동안 말이 없던 그는 결국 눈물까지 흘린다. 이날 광희는 “데뷔해서 1년 반이 넘는 시간 동안 마구 달려왔다. 잠시 떠나 있고 싶어서 아프리카로 왔는데 너무 힘들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아무것도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 자신의 몫을 해내는 동료들을 보며 ‘도움이 안 되는 자신’에 대한 원망도 쏟아냈다. 야생의 광희는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고, 그래서 무기력했다.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기죽지 않고 활약하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야생을 벗어나 힘바부족이 살고 있는 마을에 들어간 이후부터는 달라졌다. 특유의 붙임성으로 먼저 어린아이들에게 다가가 ‘힘바유치원’ 원장을 자처했으며, 또래의 청년들과 아이돌 그룹 ‘힘바의 아이들’을 결성해 온 마을에 웃음을 줬다. 이후 광희는 바누아투에서 하차 의사를 밝혔다가 비난을 받았고, 결국 시베리아에서 발목 부상을 입어 하차하게 됐다. [정글의 법칙]은 광희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 사례였다.

[인기가요] 최장수 MC의 위엄
광희는 2012년 12월부터 2015년 4월까지 SBS [인기가요] MC를 맡았다. 데뷔 초부터 꾸준히 음악 프로그램 MC 자리를 욕심냈던 그였기에 관심과 기대가 클 수밖에 없었다. MC로서 그는 다른 아이돌과 좋은 친화력을 발휘했다.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아이유, 현우, 민아(걸스데이), 이유비, 수호, 백현, 김유정, 홍종현 등과 함께하며 흔들림 없이 진행을 주도했고, 다른 아이돌 가수를 인터뷰할 때도 적극적으로 분위기를 풀었다. 그리고 [인기가요] MC에서 하차하던 날, 그는 이제껏 함께했던 진행자들의 이름을 차례로 언급하며 눈물을 보였다. [인기가요]를 연출하는 조문주 PD는 그에 대해 “새로운 MC를 섭외하면서 제작진들과 광희 이야기를 참 많이 했다. 광희의 [인기가요]에 대한 열정은 정말 남달랐다([금강일보])”고 설명했다. 광희는 군입대를 앞둔 지난 2월 12일 [인기가요]에 스페셜 MC로 출연했다. 

[최고의 요리비결], 뜻밖의 재능 발견
2013년 광희는 [마트를 헤매는 당신을 위한 안내서(이하 마트당)]로 O'live TV와 연을 맺었고, 이후 [올리브쇼 2014], [아바타 셰프], [최고의 요리비결], [아이돌 요리왕] 등에 출연했다. 흥미롭게도 이 변화는 스스로 전성기라 표현한 2013년이 끝나갈 무렵 찾아왔다. 쇼버라이어티에서 전방위로 활동하던 패널에서 전문성을 갖춘 MC로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마트당]에서 [마스터셰프 코리아 시즌1]의 준우승자 박준우와 독특한 케미스트리를 보여준 것을 비롯, [최고의 요리비결]에서는 진지하게 요리를 보조하면서 초보의 눈높이에 맞는 질문을 던지는 등 다양한 출연자들과 친화력을 보여줬다. 곰살맞은 막내아들 같은 모습은 함께 출연하는 셰프들은 물론, 주 시청자들인 주부들의 마음까지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무한도전] 식스맨의 무게
2015년 3월 [무한도전]의 식스맨 제안을 받은 광희는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시완과 박형식은 어느 샌가 그를 추월해 질투의 대상이 되어버렸고, ‘예능돌’이라는 포지션은 더 이상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간절함만은 최상위권’이었던 광희는 결국 식스맨이 됐고, [무한도전] 첫 녹화에서 몰래카메라를 위해 등장한 ‘황광희 결사반대’라는 피켓을 든 사람들을 보고 얼어붙었다. ‘무도 공개수배’에서 보여준 필사적인 모습을 비롯해 몇 번은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반응은 좋았다고 하기 어렵고, ‘너의 이름은’ 편에서는 다른 출연자들과 떨어져 혼자 유명 기획사를 기웃거리며 불과 몇 분 만에 화면에서 사라졌다. [무한도전]은 광희에게 이곳이 정글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고, 그가 적응 못하는 사실 자체를 웃음거리로 삼기도 했다. 그렇게라도 분량을 만드는 것이 프로그램과 광희에게 필요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에게는 [무한도전]에서의 어색한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데뷔 후 단 한순간도 쉬지 않았고, 그 속에는 [무한도전]에서는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들이 있다. 돌아온 뒤에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모습을 다 보여줄 수 있기를. 예능 프로그램이 [무한도전]만 있는 것은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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