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홍진경, 언니 나가신다

2017.03.13

“네게 화려하다는 말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나. 넌 가자미다.” [슬램덩크]에서 변덕규가 북산의 리더이자 센터 채치수에게 한 이 말은 KBS [언니들의 슬램덩크 2]의 최장신 리더 홍진경에게도 적용될 듯하다. 시즌 1 멤버 중 유이하게 남아 김숙과 함께 이번 시즌의 실질적 MC 겸 리더 역할을 하고 있는 그는, 하지만 지난 시즌에서 가장 어려워했던 걸그룹 미션을 다시 한 번 반복해야 한다. 언니쓰 당시에도 공식 ‘구멍’이었던 그는 이번에도 새 멤버 한채영과 함께 가장 노래가 안 되는 멤버로 뽑혔고 기초 동작인 웨이브에서부터 막히며 자책에 빠져야 했다. 걸그룹 출신으로서 완성된 테크닉을 지닌 공민지와 전소미가 도미라면, 홍진경은 가자미다. 그리고 위의 대사에서 변덕규는 덧붙인다. “진흙투성이가 되어라.” 화려하게 중심에 서진 않지만 배려하고 격려할 줄 아는 언니로서의 홍진경은 오히려 그 지점에서 여성 예능의 새로운 포지션을 발견한 듯하다.

처음 만나는 홍진영의 에너지 넘치는 모습에 “아이구 밝다 밝아”라며 덕담을 건네고, 공민지의 외모가 예뻐지진 않았다는 식으로 김숙이 살짝 장난을 치자마자 바로 “(민지는) 충분히 매력 있다”고 말하는 홍진경은, 기본적으로 사람이 셋 이상 모이면 하나는 후려치고 보는 한국 예능의 방식 반대편에 서 있다. 요리가 생각처럼 되지 않아 조금 시무룩한 한채영 앞에서 그가 만든 크림소스 파스타를 말 그대로 입에 털어 넣으며 피렌체와 나폴리의 맛을 이야기하고, 아침부터 볶음밥을 만들어준 홍진영에게 산둥성의 맛이라며 상황을 살려주는 것도 홍진경의 몫이다. 소위 착한 예능의 범주에 속할 만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설명이다. 그는 단순히 자상한 언니로서 모두를 다독이는 데 그치지 않고, 또한 부족한 ‘구멍’ 입장에서 자신의 약점을 솔직히 말하고 반성하고 도움을 요청하며 서로 베풀 수 있는 유대의 끈을 형성한다. 공민지에게 웨이브 원 포인트 레슨을 받고 바로 자세를 교정하며 그를 치켜세우는 모습은 그래서 짧지만 인상적이다. 훨씬 어린 멤버의 장점을 인정하는 동시에, 또한 그의 도움으로 나아지는 자신을 통해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만들어낸다.

걸그룹 미션을 진행하는 방식에 있어 [언니들의 슬램덩크 2]가 보여주는 수많은 문제점과 제작진의 안일함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에서 남성 위주 예능에서 강조하는 의리와는 또 다른, 서로가 서로를 통해 부족함을 메워가는 연대의 정서를 볼 수 있는 건 그래서다. 이것은 획일화된 팀워크가 아닌 개성의 네트워크다. 매우 오랜 버라이어티 경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MBC [무한도전] ‘식스맨 특집’에 남장을 하고 나와 남성 커뮤니티에서도 제 몫을 할 수 있다고 어필해야 했던 홍진경은 이제 여성 동료들과 함께 남성 예능의 패러다임과는 다른 재미를 만들어내고 있다. 물론 여전히 한국 여성 예능은 그들을 데리고 무엇을 해야 할지 갈팡질팡하는 제작진과 함께 갈팡질팡하는 중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슬램덩크]의 채치수도 그랬다. 자신과 함께 전국제패의 꿈을 함께할 동료들이 모이기까지 기다려야 했고, 개성 강한 그들이 유기적인 조합이 되어 강팀이 되는 것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어쨌든, 이렇게 여성들이 모였다. 1993년에 데뷔한 예능 신동 홍진경이 24년을 기다린 뒤에야. 그들이 제 실력을 발휘할 때까지 우리도 더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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