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디바협회가 바꾼 [오버워치]의 세상

2017.03.13
블리자드의 게임 [오버워치]의 게임디렉터 제프 카플란은 지난달 22일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다이스 서밋 2017 기조 연설에서 전국디바협회(이하 전디협)를 언급했다. 제프 카플란은 “지난 1월 서울 세계여성공동행진에서 전디협을 발견했다”며 “우리가 강조하고 싶었던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그것의 가능성을 보라’는 취지와 맞아떨어진다”고 말했다. 전디협은 [오버워치] 속의 여성 캐릭터 송하나의 아이디 디바(D.Va)를 마스코트 삼고 있는 단체로, “송하나가 여성이지만 천재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었고, 2060년에는 정말 송하나 같은 사람이 나타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며 페미니즘 운동을 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매우 감동적인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러나 제프 카플란이 전디협을 언급한 일과 전디협의 활동 사이에는 이해가 어려운 점들이 몇가지 존재한다. [오버워치]에는 성소수자인 트레이서, 강력한 힘을 지닌 자리야, 나이가 있지만 여전히 영웅인 아나 등 다양한 여성 캐릭터가 존재한다. 하지만 디바(송하나)는 19세 한국인 여성으로 몸매의 굴곡이 모두 드러난 전신 타이즈를 입고 있고, 볼에는 고양이와 같은 분홍색 화장이 되어 있다. 승리의 포즈로 윙크를 하거나 풍선껌을 불며 누워 있는 등 성적 대상화가 가장 두드러지는 캐릭터다. 게다가 [오버워치]의 핵심 갈등은 솔저76과 리퍼 등의 이야기로, 송하나는 이런 이야기와 동떨어져 캐릭터로서만 존재한다. 게다가 전쟁과 게임을 구분을 하지도 못한다는 설정으로 2차 창작(일명 ‘밈’)에서는 마치 어린아이나 애완동물처럼 묘사되기까지 한다. 다른 캐릭터들이 모두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림에서 송하나만 SD사이즈나 그렘린으로 그려지고, 도리토스와 마운틴듀를 먹으며 게임을 하며 사고를 치고 돌아다니는 식이다. 송하나의 원래 설정은 전디협의 해석과 동떨어져 있고, 많은 게이머들이 송하나를 성적 대상화의 방식으로 소비했다.

전디협이 송하나를 주목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전디협의 김지영씨는 “디바를 마스코트로 정한 이유는 가장 감정 이입을 하기 쉬운 대상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19세 한국 여성이며 게임을 좋아하지만, 가장 많이 성적 대상화를 당하고 있어 “오히려 더 감정 이입이 쉬운” 대상이라는 것이다. 김지영씨는 “송하나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송하나는 천재고, 영웅이다. 사람들이 그렇게 소비할 대상이 아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넘어 송하나를 영웅으로 해석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가장 성적 대상화를 당하는 캐릭터를 페미니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게임 내에서 여성 유저들이 겪는 일들과 무관하지 않다. 여성 게이머는 몰카나 신상 유포 등 여러 성범죄 가능성 때문에 게임대회 방청마저 쉽지 않다. 트위터 계정 ‘옵치하는 여자들(@just_gamer_OW)’에서는 여성 유저들이 당하는 각종 여성 혐오적 발언을 아카이빙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지면으로 차마 옮길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욕설과 성희롱 등이 캡처되어 올라온다. 이런 폭력은 전디협 활동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디바를 페미니즘적으로 해석해서 사용하자 해당 트위터 계정에 각종 비난과 욕설이 쏟아졌고, 제작하지도 않은 야구점퍼 굿즈를 저작권 침해로 블리자드에 신고하는 일도 있었다.

전디협은 새로운 해석을 통해 디바에게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했다. 그리고 캐릭터를 새롭게 해석한 것처럼 지금 게임 산업과 커뮤니티 안에서 지워진 여성 게이머의 얼굴을 찾아내려고 한다. 디바를 탄 송하나가 게임 실력으로 전쟁 영웅이 된 것처럼 여성 게이머가 자신의 얼굴을 자유롭게 드러내며 실력으로만 주목받는 날이 올 수 있을까. 그 가능성은 상상력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전디협이 디바를 통해 블리자드도 상상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펼쳐낸 것처럼. 세상을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가능성을 바라볼 것. 그것이 [오버워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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