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연│① 이 강력한 솔로 아티스트

2017.03.14
명 태연의 제대로 된 솔로를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 이미 미니앨범 2장과 한 장의 정규앨범을 듣고 있다. 그리고 지난 1년 반 사이 태연이 보여준 성실은 양적인 풍부함이나 질적인 견고함 만으로 말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무엇보다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로 대표되는 일종의 시스템이 잘 작동한 결과를 뛰어 넘는 연속성이 있다. 개별 작품을 완성하는 조직이 아니라 태연이라는 개인의 가치와 성격이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솔로 이전에, 태연이 처음부터 끝까지 부르는 노래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OST 작업이 있긴 하지만, 특성상 발라드에 묶여 기능적으로 활용되는 한계가 있다. 첫 솔로 앨범 [I]가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기대치에 대한 충분한 증명이 따랐기 때문이다. ‘I’, ‘U R’, ‘쌍둥이자리’로 이어지는 전반은 단순한 고저나 대소로 말할 수 없는 정교한 테크닉과 감각이 주는 즐거움을 일깨운다. ‘첫 소절부터 빠져드는 음색’이나 ‘절정의 짜릿한 고음’ 같은 상투로는 담아낼 수 없고, 미처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대비할 수도 없다. 그만큼 지난 앨범들은 이 보컬리스트를 제대로 선보일 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기타와 궁합이 좋다’는 팬 사이의 선호는 전통적인 팝/록 넘버에서 극대화되는 매력을 집어내는 의도로 이어진다.

이 과정을 거칠게 표현한다면 [I]는 테일러 스위프트, [Why]는 케이티 페리를 시험한다. 그리고 [My Voice]는 이 모든 시행착오가 끝난 완성품이다. 앨범 타이틀이 특정 수록곡과 관계없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여기에는 ‘앨범’을 그저 ‘타이틀곡’ 또는 ‘활동’을 위한 매개로 보는 태도가 없다. 대신 ‘태연이라는 목소리’를 가지고 무엇인가 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넘친다. ‘뮤즈’나 ‘영감’과는 결이 다른, ‘덕심’이 느껴진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래서 태연 솔로의 영상 작업이 특정한 세계관이나 인위적인 배경 보다 현실적인 상황 혹은 실제 태연과 접점을 갖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눈에 띈다. ‘I’의 비디오는 뉴질랜드의 풍광과 태연을 비추는 것으로도 충분할 수 있지만, 동시에 가사의 주제에 따라 ‘꿈을 좇는 웨이트리스’라는 클리셰를 굳이 반복하면서, 현실의 배경에서 일하는 태연을 비춘다. 그리고 ‘Fine’에서는 문득 노래를 멈추고 아예 현실 속의 태연을 불러낸다. 결국 ‘I’에 등장하는 검은 의상의 태연이나 ‘I Got Love’의 태연의 강한 이미지는 컨셉트 상의 존재로 남기면서, 대중이 아는 ‘탱구’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 결과 화려한 보컬과 앳된 외모의 조합이라는 스펙터클을 유지할 수 있고, 태연의 개인적 매력이라는 중대한 자산은 힘을 잃지 않는다. 그는 ‘팀에서 보여주지 못한 다양한 매력’을 따로 선보일 필요가 없다. 태연이 현재 가장 강력한 여성 솔로 중 하나인 이유 중 소녀시대가 첫번째는 아닌 이유다.

‘가수’라는 단어의 어원에 집착하지 않더라도, 좋은 보컬리스트는 좋은 예술가다. 보는 이를 매혹하는 스타성도 대중예술의 중요한 가치다. 태연은 이 두 가지를 모두 극한까지 쌓아 올리고, 그것이 스스로 창작의 과정과 결과를 규정하도록 한다. 최근까지의 결과물을 보면, 태연의 솔로는 그렇게 될 수 있는 시간을 기다렸거나,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이른 것 같다. 그리고 [My Voice]는 현재까지 그 모든 최종 결과가 ‘영미 주류 팝’이라는 글로벌한 성격을 획득한다는 점에서 아주 흥미롭다. [My Voice]는 ‘위화감이 없다’고 따로 언급하는 것이 불필요한 팝 앨범이다. 해외 작곡가가 노래를 만든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영어로 노래를 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우리는 대중음악을 만드는 아주 근본적인 무엇을 보고 있다. K-POP은 때때로 미처 생각하지 못한 장면을 만들어내고, 태연은 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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