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백선생 3], 먹고 싶으니까 요리하지!

2017.03.15
2015년 5월 첫 방송을 시작한 tvN [집밥 백선생]의 키워드는 오랫동안 ‘요리불능’, ‘요리불통’이었다. 시즌 2까지 출연자들은 대부분 ‘요리를 못할 것 같은 이미지’의 남성들로, 특히 김구라는 시청자가 뽑은 ‘요리와 가장 거리가 멀 것 같은 연예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러한 남성 출연자들의 사연을 강조하며 ‘집밥을 배워야 하는 이유’를 부여했고, 이를 통한 ‘성장서사’는 프로그램의 주축이 됐다. 예를 들어 시즌 1에서 윤상은 기러기 아빠였으며 시즌 2의 김국진은 팔순의 노모에게 직접 만든 음식을 대접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집밥 백선생 3]의 출연자들은 다르다. 양세형은 ‘양주부’라고 불릴 만큼 요리에 능숙하며 남상미, 이규한, 윤두준은 요리는 서툴지언정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들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감탄하며 음식을 먹는 모습은 지난 시즌보다 한결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백종원이 “이렇게 잘 먹는 사람들은 처음 봤어. 앞으로 더 많이 만들어줘야겠네”라고 미소 지을 만큼.

[집밥 백선생 3]의 박희연 PD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의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과 달리 음식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다르다. 때문에 백선생에게 던지는 질문 또한 다를 것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했고, 촬영해보니 실제로도 그랬다”라고 말했다. 집밥 교실 최초의 여성 제자인 남상미가 캐스팅된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다. 음식에 관심이 많지만 실제 요리를 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 그는 “쌀 씻는 데도 요령이 있어요?”처럼 초보적이지만 놓치기 쉬운 질문을 던진다. 시즌 1, 2를 꾸준히 시청하며 요리를 해온 양세형은 “왜 파의 흰 부분을 써야 하나요?”, “고운 고춧가루와 굵은 고춧가루의 차이가 뭐죠?” 같은 구체적인 질문을 하고, 윤두준은 백종원이 젓가락을 이용해 콩나물무침을 봉긋하게 쌓아올리는 것을 보고 “저렇게 입체감을 주는 거구나”라며 감탄한다. 음식이 주요 관심사인 이들에게 요리는 성장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목적 그 자체고, 그만큼 이전 시즌과 다른 각도에서 요리를 바라본다.

이런 변화는 [집밥 백선생 3]의 타깃 시청자와 관련이 있다. 박희연 PD는 제작발표회에서 “지난 시즌을 마치며 ‘집밥콘서트’를 통해 시청자들과 직접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동안 나왔던 레시피 활용법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시즌부터는 그런 분들에게 더 디테일하고 유용한 정보를 주고 싶다”고 밝혔다. [집밥 백선생3]은 1회의 주제는 ‘냉장고 파먹기’였는데, 이는 요리를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생기는 자투리 재료들을 해결하는 것이었다. [집밥 백선생]이 이전까지 ‘요리불능’의 사람들을 타깃으로 했다면, 지금은 요리에 의지가 있는 사람들에 보다 초점을 맞췄다는 의미다. 이제 백종원은 양념을 할 때 가장 먼저 설탕을 넣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 “그래야 양념이 잘 흡수되기 때문이죠?”라고 거드는 것은 애청자였던 양세형의 몫이다. ‘지난 시즌 김치볶음밥의 고급 버전’, ‘지난 시즌에 했던 콩불은 매우니까 이번에는 안 매운 버전’을 할 수 있는 것은 이제껏 [집밥 백선생]의 수업을 성실하게 따라왔던 시청자들 덕분이다.

박희연 PD는 “지금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누구나 갓 지은 밥 한 끼의 행복을 느끼고 싶어 하지 않을까. [집밥 백선생]은 실용적인 요리법을 알려줌으로써 ‘내일 저거 해 먹을까?’라는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요리는 ‘어떻게 먹고 살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4회를 시작하며 백종원은 다섯 개의 빈 접시를 꺼냈고, 이를 값비싼 해물 대신 소시지나 어묵을 넣은 콩나물찜, 남은 콩나물로 부친 전 등 다섯 가지 요리로 채웠다. 가성비 좋은 재료를 고르고, 이를 낭비하지 않는 법을 알려주는 것은 ‘한 끼’를 넘어서 ‘지속가능성’을 고려한다는 뜻이다. 요리를 하다 보면 성장을 할 수도 있다. 요리에 관심 없던 남성들이 무언가를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다음에 중요한 것은, 요리를 계속하는 것이다. 가능하면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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