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한국에서 펼치는 야망

2017.03.17
는 6월 개봉 예정인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 tvN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가 대본을 쓰고 [터널]의 김성훈 감독이 연출하는 2018년 공개 예정 드라마 [킹덤], 그리고 천계영 작가의 [좋아하면 울리는]의 드라마판은 모두 넷플릭스가 투자 및 제작한다. 국내에서 작년 초 서비스를 시작했음에도 현재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창작자들에게 투자할 만큼, 넷플릭스는 컨텐츠 제작에 공격적이다. 2015년 기준으로 총 매출 68억 달러에 자체 콘텐츠 제작에 30억 달러를 지출했을 정도다.

물론 전세계적인 위상과 달리, 넷플릭스의 국내 가입자 수 10만 명 내외([세계일보])로 추정된다. 하지만 국내 창작자들이 넷플릭스와 계약을 맺을 유인은 충분하다. [설국열차] 제작 당시 봉준호 감독은 글로벌 배급을 맡은 와인스타인 컴퍼니와 최종 편집을 놓고 갈등을 겪으며 미국 개봉이 밀리기도 했다. 반면 [옥자]는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슈퍼 돼지 ‘옥자’와 소녀의 이야기라는 생소한 소재에도 넷플릭스로부터 감독의 의사와 편집권을 보장받았다. 김은희 작가의 [킹덤] 제작을 맡은 에이스토리 측 역시 “계약서 상으로 넷플릭스가 편집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밝혔다. 결과물에 대한 사전 테스트 없이 계약을 맺고 흥행과 관련 없이 개런티를 선지급하며, 시청자 수를 공개하지 않는 넷플릭스의 정책상 흥행 부담도 덜어준다. 2017년 오리지널과 라이선스 콘텐츠에 약 60억 달러 이상, 기술 투자에만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수 있는 넷플릭스의 자본력은 [옥자]에 600억의 제작비를 투자할 수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 제작 콘텐츠를 만드는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에 대해 “콘텐츠 자체에 간섭하기보다는, 이를 유통하는 플랫폼에 관해 완벽한 통제권을 갖고 싶어 한다. 오로지 넷플릭스를 통해서만 콘텐츠를 접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옥자]의 극장 상영은 현재 정확한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일주일 혹은 그 이상 정도로 제한될 예정이다. [킹덤]이나 [좋아하면 울리는]을 넷플릭스 외 플랫폼에서도 접할 수 있는가 역시 미지수다. 이 관계자는 “어떤 작가에게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추후 만들게 될 모든 작품을 넷플릭스와 함께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콘텐츠의 창작성을 보장하고 많은 제작비를 투자하는 대신 넷플릭스에서만 콘텐츠를 공개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창작자 입장에서 넷플릭스 시청자가 아직 많지 않은 한국에서는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웨드부시 증권의 애널리스트 마이클 패처는 “공격적인 투자는 이용 요금 인상으로 이어지고, 결국 넷플릭스에 타격을 줄 것”([CNBC])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바 있다. 넷플릭스가 콘텐츠에 많은 투자를 할수록 그 부담이 회사를 흔들리게 할 것이라는 우려다. 넷플릭스의 콘텐츠 독점 제공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였다. 스트리밍 서비스로 확보한 엄청난 자본을 토대로, 넷플릭스는 다른 업체보다 몇 배 되는 금액을 제시해 콘텐츠를 제작했다. 그 결과 넷플릭스의 작품들은 에미상에 54번 노미네이트됐고, 그 사이 가입자수는 190여개 국가 9300만 명으로 늘었다. 창작자에게 엄청난 자본을 제시하고 창작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신 넷플릭스에서만 공개하면서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FX 네트워크의 존 랜드그라프 사장은 “검색엔진의 구글, 쇼핑의 아마존처럼 넷플릭스가 엔터테인먼트계를 독점할 것이다. 한 기업이 시장의 40~60%를 차지한다면, 이것은 이야기꾼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것”([버라이어티])이라고 말했다. 창작성을 보유한다고 하지만, 점차 독점에 가깝게 콘텐츠를 확보하면 창작자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는 의미다. 넷플릭스가 보장하는 창작의 자유에 의구심을 품는 이도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하우스 오브 카드]의 영국판을 각색한 보 윌리몬은 시즌 4를 마지막으로 프로젝트에서 빠졌다. 이에 대해 프로듀서 데이너 브루네티는 직접적인 코멘트는 거부했지만 “넷플릭스는 처음에는 창작자에게 더 많은 힘을 실어줬지만, 지금은 기존의 다른 스튜디오처럼 통제권을 가지려 한다.”([할리우드 리포터])고 에둘러 입장을 밝혔다.

다만 한국은 이미 영화와 음악 산업이 대기업 위주의 독과점에 가까운 상황이다. 창작자들이 자신의 권한을 간섭 받는 일은 일일이 예를 들 필요도 없을 만큼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콘텐츠를 독점하면서 콘텐츠 제작자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멀게만 느껴진다. 다만 가입자가 10만명인 상황에서 봉준호 감독, 김은희 작가 등을 데려올 수 있는 능력이라면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서 끼치는 영향력은 생각보다 더 빨리 커질 수는 있을 것이다.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까, 아니면 또다른 ‘갑’이 될까. 지금으로서 분명한 것은, 어떤 쪽으로든 국내 콘텐츠 시장이 변할 것이라는 사실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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