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만의 와일드월드

켈리 교수에게 생긴 일

2017.03.20

인터넷이 되지 않는 무인도에 다녀온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나 최근 전 세계 인터넷을 웃음 짓게 만든 [BBC] 인터뷰 영상을 봤을 것이다. 로버트 켈리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박근혜 탄핵에 관해 얘기하는 [BBC] 인터뷰에 아이들이 난입하고, 아이들의 엄마가 다급하게 아이들을 데리고 나갔던 그 영상 말이다. 바이럴 영상은 정말 많지만, 이처럼 빠르게 인터넷을 달군 영상은 많지 않았다. 생방송 도중의 방송사고라는 점, 귀엽고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나온다는 점, 당황스러워하는 아빠의 모습, 그리고 다급하게 상황을 수습하려는 엄마의 모습까지, 바이럴 영상이 가져야 하는 미덕들을 모두 갖춘 영상이었다.


[스트라테커리]를 운영하는 벤 톰슨은 영상을 한 장면씩 분석하며, 왜 이 영상이 최고의 바이럴 영상이 되었는지를 설명했다. 특히 논란이 된 장면들에 대한 설명이 명쾌하다. 크게 두 장면이 논란이었다. 하나는 첫 아이가 등장했을 때, 켈리 교수가 손으로 아이를 제지한 장면이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왜 켈리 교수가 아이를 무릎 위에 앉히고 인터뷰를 계속하지 않았는가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즉, 전문가이면서 동시에 애정이 가득한 아빠일 수는 없느냐는 비판이다. 하지만 벤 톰슨은 세계적인 방송에서 전문가로 생방송 인터뷰를 할 때, 계산치 못한 아이의 등장이 주는 당황스러움이 대단히 컸을 거로 추측한다. 그 당황스러움은 되도록 애초의 계획대로 방송을 이어가고자 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켈리 교수가 아이를 제지했던 장면은 결코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 아니었다.


그보다 좀 더 큰 논란이 됐던 것은 켈리 교수의 부인, 김정아 씨에 대한 추측이다. 처음 영상이 퍼졌을 때, 부인이 아니라 보모라는 추측이 있었다. 지금은 정정됐지만, [타임] 같은 유력 매체조차 처음 영상 속 여성을 “화들짝 놀란 보모”라고 보도했었다. 웃음과 진지함이랑 종이 한 장 차이인지라, 당연히 보모라는 추측에 대해 인종차별적이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LA 타임스]는 사람들이 선입견 때문에 보모라 추측했을 거라는 기사를 냈다. 백인 남성과 아시아계 여성이 함께 있을 경우, 사람들은 아시아계 여성을 부인으로 생각하기보단, 보모로 생각하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디언] 또한 이것이 무의식적인 편견, 혹은 노골적인 인종차별적 추측이라고 말한다. 특히 아시아계 여성에 대한 차별적인 편견이 미디어의 묘사 때문에 강화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보모라고 봤던 사람들의 가벼운 추측이 아니라, 그런 추측을 하도록 세상을 더 좁고, 단순하게 만드는 미디어의 묘사”라는 것이다.


43초짜리 짧은 영상에 이토록 재밌는 순간들이 여러 번 담기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43초짜리 영상 하나로 이렇게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건 그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이 영상이 담고 있는 문화적인 화제들은 정말 다양하다. 집에서 일하는 경험은 어떤 것인가, 가정과 일이 충돌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우리는 일하는 부모를 어떻게 대하는가, 아이를 대하는 방식은 어떠한가 같은 문제들은 43초 안에 다루긴 힘든 주제들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이 영상을 보고 우리가 웃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귀여운 아이들 너머의 공감 갈 만한 상황을 봤다. 영상이 다양한 문화적 교차점 사이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논란과 즐거움이 모두 있는 것이다. 이런 영상이 바이럴하게 퍼지고, 밈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목록

SPECIAL

image 아이유

MAGAZINE

  • imageVol.169
  • imageVol.168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