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TV│② 문재인, 심상정, 안철수의 TV토론 BEST & WORST

2017.03.21
19대 대선의 후보자들은 탄핵정국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노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디어 노출로 인한 효과는 단순히 출연 횟수에 비례하지 않는다. 후보자 개인의 특성과 잘 맞는 미디어에 출연할 경우에는 많은 것을 얻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출연하지 말 걸 그랬다는 후회가 밀려올 수도 있다. 그래서 대선주자 문재인, 심상정, 안철수, 안희정, 유승민, 이재명(이상 가나다순)의 출연작 중 최고와 최악을 꼽아봤다. 대선주자가 TV에 출연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문재인
BEST [썰전] 205회 ‘1위의 여유’
당시 문재인은 대선 출마 선언 전이었지만, JTBC [썰전] 205회에 출연한 그에게서는 제작진 표현대로 ‘지지율 1위의 스웨그’가 느껴졌다. 언제 출마 선언을 할 것이냐 채근하는 MC들에게 “저는 재수생이잖아요. 저도 처음 출마할 때는 출마 선언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겼습니다”라고 웃어넘기는 모습에서는 확실히 여유가 느껴졌다. “대통령 다 된 것처럼 군다”라는 짓궂은 농담에도 특유의 웃음과 말투로 해명하면서도 “그런데 대세는 대세죠”라며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문재인은 [썰전]에서 지나친 겸손 대신 현재 자신의 입지를 인정하며 ‘가장 강력한 대선 후보’라는 이미지를 굳혔다. 특히 반문연대에 대해 “저는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하는데 그분들을 저를 보고 정치를 하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승부는 뻔한 것 아닌가요”라고 일침을 날린 것은 ‘1위 후보’에게 집중되는 공격에 대한 훌륭한 대처. 또한 ‘송민순 회고록’에 대한 논란을 정면으로 반박해 꾸준히 발목을 잡아왔던 안보관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는 등 많은 것을 얻었다. 게다가 이날 시청률은 8.174%(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로, 대선주자 중 1위였다.

WORST [뉴스룸] 11월 28일 ‘조기 대선의 늪’
지난해 11월 28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문재인은 마치 ‘볼드모트’라는 이름을 말할 수 없는 마법사처럼 보였다. 문제가 된 단어는 바로 ‘조기 대선’이었다. 이날은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이 언급됐고, 문재인은 앞서 20일 ‘명예로운 퇴진’이라는 워딩을 사용하기도 했었다. 이날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강력히 촉구하는 입장을 보였는데, 이에 대해 진행자 손석희가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에 협력하겠다”는 지난 발언과 현재 입장의 차이를 묻자, “퇴진 자체가 명예로운 것이지 시점은 즉각이어야 된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하지만 즉각 퇴진 이후의 절차는 조기 대선인가에 대해 묻는 손석희의 질문에 ”헌법적인 절차에 따라야 한다“면서도 “더 합리적인 결정은 국민들이 해줄 것이다”라는 애매한 말로 답변을 회피했다. 이어진 질문에도 문재인에게서는 조기 대선에 대한 어떤 입장도 듣지 못했다. 당시 그의 입장에서는 답변을 피하는 것이 최선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재인은 이날 방송에서 당황하며 방어적인 태도를 보인 탓에 ‘논리적이지 못하다’, ‘역시 눌변이다’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2월 27일 방송된 ‘연속대담 2017 대선주자에게 듣는다’에서 손석희는 “최소한 대선주자는 일관성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또다시 ‘명예로운 퇴진’을 언급했고, 문재인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졌다.

심상정
BEST [썰전] 209회 ‘완벽한 출마선언’

대선 출마 후 심상정은 방송에 출연할 때마다 서운한 기색을 내비치곤 했다. 어머니에게 “너는 대선주자라는 사람이 아무 데도 안 나오냐”라는 말을 들어야 했던 그는 JTBC [썰전] 209회에 드디어 대중에게 자신이 ‘대선주자’임을 각인시켰다. 앞서 2월 28일 [뉴스룸]에 대선주자로서가 아니라 새 특검법에 대해 설명해줄 적임자로서 초청된 심상정은 “당선 가능성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데 그럼에도 출마하는 이유가 뭐냐”고 묻는 손석희의 질문에 “왜 확신하십니까. 아직 선거 일정도 확정되지 않았습니다”라는 즉답으로 사과를 받아낸 바 있다. 그 후 열흘 만에 방송된 [썰전]을 통해 심상정은 ‘문재인 편’ 다음으로 높은 7.447%(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지겹게 이어졌던 의문에 대해 비로소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다. 이날 방송에서 그는 2010년 경기도지사 선거, 18대 대선 후보에서 물러났던 일에 대해 “정치에서 양보는 포장된 패배다. 이길 수가 없으니까 양보하는 거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놓는 동시에 “신호등이 없을 때는 양보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촛불시민들이 달리라고 주문하고 있다. 절대 사퇴란 없다”고 못박았다. 대선주자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데 있어 훌륭한 발언이었다. 또한 심상정의 ‘운동권 무용담’도 화제가 됐는데, 노동운동을 하기 위해 구로공단에 위장 취업하고 ‘서노련 사건’으로 공개 수배자가 되어 10년 동안 도망 다녀야 했던 스토리는 그의 남다른 의지를 확인시키며 ‘대선 완주 선언’에 힘을 실어주었다.

WORST [말하는대로] 12회 ‘진짜 시민의 뜻’
JTBC [말하는대로] 12회에 출연한 심상정은 당대표 중 최초이자 유일하게 섭외 요청에 응한 출연자였다. 그는 탄핵정국인 지금이야말로 ‘버스킹 정치’가 필요하다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버스킹에서 심상정은 엄청난 고통을 겪으면서도 끝까지 투쟁했던 가습기 피해자들의 사례를 들며, 여론이 ‘냄비처럼’ 끓어야 정치권이 움직인다고 설파했다. 또한 핸드폰이 안 되면 교환을 하듯, 정치권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는 시민들이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핵 시위가 한창이던 상황에서 이러한 발언은 우회적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날 질의응답 시간에 한 시민은 질문보다는 부탁을 하고 싶다며 “저희는 핸드폰 가게에 가서 직접 교환을 할 수가 없어요. 교환해달라고 누군가에게 말을 할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그걸 지금 저희는 매주 광화문에 나가서 하고 있는 건데, 왜 거기 나오시는지 모르겠어요. 실행을 하시라고요, 제발”이라고 말했고, 청중들 사이에서는 박수가 터졌나왔다. 심상정은 그의 발언에 대해 “조금의 변명도 부연 설명도 필요 없다”고 인정했고, 결국 “국민들의 지시를 충실히 실행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할 수밖에 없었다. 비단 심상정만을 겨냥한 ‘부탁’은 아니었겠지만, 시민들에게 일종의 당부를 하러 나왔던 그의 입장이 다소 무안해지는 순간이었다.

안철수
BEST [대선주자 국민면접] 4회 ‘전문가의 면모’

안철수는 SBS [대선주자 국민면접]의 형식에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후보자였다. 직접 작성한 이력서는 의사이자 프로그래머, 벤처기업 CEO, 교수, 정치인에 이르는 그의 다양한 경력을 한눈에 보여주기에 적합했다. 또한 그에게는 불과 6년 전 서울대 교수 임용 면접을 보고, 벤처기업 CEO로서 수많은 지원자들을 상대했던 경험까지 있다. 이 덕분인지 [대선주자 국민면접]에서 안철수는 다른 후보들에 비해 훨씬 더 편안하면서도 인상적인 방식으로 자신을 어필했다. 방송 초반 의사로 일하던 시절,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7년간 새벽 3시에 일어났다는 유명한 ‘성공신화’를 공개하며 흥미를 끌었고, 이력서, 빅데이터 분석, 2 대 1 압박면접 등 다양한 ‘면접 과정’을 거치는 동안 흔들림 없이 전문가적인 면모를 보여줬다. 그는 “정치인의 예측이 틀리는 이유는 희망사항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사실과 흐름을 읽으면 미래를 예상할 수 있다”며 자신만의 관점을 보여줬고, 이를 토대로 첨단 기술이 융합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와 함께 향후 5년간 최악의 취업난이 닥칠 것이라 예측했다. 막연한 희망을 말하는 대신 비관적일지라도 현실적으로 예측하고 대책을 고민하는 태도는 그에 대한 신뢰감을 높이는 부분이었다. “이제 전문가들과 토론이 가능한 대통령을 가질 때가 되었지 않습니까?”라는 안철수의 말은 자신의 장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면접에 지원하는 사람처럼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WORST [청년, 대선주자에게 길을 묻다] 3월 8일 ‘Mr. 애매모호’
채널 A [청년, 대선주자에게 길을 묻다]에서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OST와 함께 노타이 차림으로 등장한 안철수는 오랜만에 청년들의 멘토였던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보였다. 청년들과 마주선 그가 [청춘콘서트]를 하던 때를 회상하며 “청년들이 기성세대보다 훨씬 어렵다. 정말로 미안하고, 이런 문제들 제대로 해결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약속하는 장면까지는 충분히 예상 가능하며 보기 좋은 그림이었다. 하지만 [청년, 대선주자에게 길을 묻다]라는 제목이 무색할 정도로 청년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짧았고, 안철수에 대한 검증은 동아일보 소속 언론인들의 주도하에 이루어졌다. “호남 지지율이 바닥을 쳤다”라는 발언을 시작으로 지지율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그의 얼굴에서는 점차 웃음기가 사라졌고, 지지율로 승패를 가늠하는 것은 ‘정치인 중심의 낡은 시각’이라며 깨끗한, 유능한, 미래를 준비하는, 책임지는, 통합의 리더십을 갖춘 후보가 시대의 부름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곧바로 이어진 “그 다섯 가지 중에 본인의 장점과 단점을 말해달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자신의 장점만을 대답했고, 국민의당 쟁점이기도 한 사드 배치와 관련해 입장을 번복한 일에 대해서는 “정부끼리의 합의를 존중한다”는 것 외에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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