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TV│③ 안희정, 유승민, 이재명의 TV토론 BEST & WORST

2017.03.21
19대 대선의 후보자들은 탄핵정국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노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디어 노출로 인한 효과는 단순히 출연 횟수에 비례하지 않는다. 후보자 개인의 특성과 잘 맞는 미디어에 출연할 경우에는 많은 것을 얻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출연하지 말 걸 그랬다는 후회가 밀려올 수도 있다. 그래서 대선주자 문재인, 심상정, 안철수, 안희정, 유승민, 이재명(이상 가나다순)의 출연작 중 최고와 최악을 꼽아봤다. 대선주자가 TV에 출연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안희정
BEST [양세형의 숏터뷰] 34회 ‘젊은 정치인의 패기’

SNS를 통해 유명세를 얻은 안희정과 웹예능인 모비딕 [양세형의 숏터뷰(이하 숏터뷰)]의 만남은 예상을 뛰어넘는 시너지를 보여줬다. 이 방송에서 안희정은 그가 줄곧 강조해온 ‘젊은 정치인’이라는 이미지에 걸맞게 몸을 사리지 않았다. “진부하고 재미없게 할까요? 트렌디하고 재미있게 할까요?”라는 질문에 덜컥 후자를 선택한 그는 두 팔로 양세형을 안은 채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끝까지 성실하게 답변에 임한다. 특히 ‘이상형 월드컵’의 첫 선택지로 박근혜와 이명박의 사진이 나왔을 때 “여기서 뭘 하라는 거죠?”라고 물어보는 장면은 양세형을 박장대소하게 만들었다. 다소 난감한 진행에 당황하면서도 젠틀함과 유머를 잃지 않는 그의 모습은 ‘충남 아이돌’이라는 별명을 납득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사정없이 망가지면서도 정치인으로서 면모를 드러낼 때였다. 녹화 당시 그의 지지율은 4%대였는데 “시청률도 그 정도밖에 안 되면 폐지한다”는 양세형의 깐족거림에도 “본격적으로 경선이 시작되면 바뀔 것이다. 국민들이 시대교체를 원하고 있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한 비하인드 영상에서 미국 코미디 프로그램에 오바마 대통령이 출연한 것을 예로 들며, “그런 걸 보고 참 재미있고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정치인들이 경박하게 보이는 것을 싫어하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메시지만 보니까 재미가 없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예능적인 요소가 많은 프로그램을 통해 보다 감각 있고 친근한 자신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부각시킨 것이다. 

WORST [뉴스룸] 2월 20일 ‘소득 없는 선문답’

대선주자 중 지지율 2위를 달리던 안희정의 발목을 잡은 것은 ‘대연정’과 ‘선의’ 발언이다. 손석희는 2월 20일 ‘연속대담 2017 대선주자에게 듣는다’에 출연한 안희정을 맞이하며 이 두 가지 발언에 대해 언급했고, 이는 지난한 논쟁의 신호탄이었다. 안희정은 선의에 대해 “누구의 주장이라 할지라도 그 액면 그대로 긍정적으로 선한 의지로 받아들여야 문제의 본질에 들어가기가 훨씬 빠르다”고 설명하며, “정치 혹은 대화에 대한 나의 원칙적인 태도”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손석희가 던진 질문은 안희정 개인이 정의하는 선의의 개념을 묻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으로서의 스탠드에 관한 문제였다. 그러나 안희정은 이에 대한 답변을 회피했고, 20분간 이어진 발언들은 대선 후보의 의견이라기보다는 철학자의 ‘선문답’처럼 보였다. 손석희가 지적한 대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사업이나 박근혜 대통령의 재단 문제는 ‘해부하고 분석하고 비판적 사고’가 있었기 때문에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안희정의 주장은 이러한 사고보다 선의가 앞서야 한다는 것이며, 이는 스스로를 비롯해 모든 상황들을 끊임없이 검증해야 하는 정치인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었다. 평행선을 그리던 대담은 20세기 지성사와 21세기 지성사까지 논하다 결국 원점인 선의로 돌아왔다. 선의는 안희정의 말대로 ‘새로운 정치’에 대한 수많은 예시 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예시 하나 때문에 잃은 것이 꽤 많아 보인다.

유승민
BEST [신년특집토론] 1월 2일 ‘보수의 대안’

JTBC [신년특집토론] ‘2017 한국 어디로 가나’에 출연한 유승민은 아직 당명도 정해지지 않았던 ‘개혁보수신당’의 대선주자로서 자리했다. 본래 토론에 참석하기로 했던 문재인, 안철수에게 피치 못할 사정이 생기지 않았더라면, 나오지 못할 상황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유승민은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박근혜의 혐의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선을 그으면서도 보수이자 여당 정치인, 그리고 한때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사람으로서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또한 “새누리당 시절의 책임은 신당을 만든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정치를 하는 한 가지고 가겠다. 하지만 누군가 보수를 재건해야 하는데 새누리당은 보수를 재건하는 개혁을 하기에는 너무나 절망적인 상태다”라며 신당창당의 당위를 설명하면서 ‘보수의 대안’이라는 포지션을 자연스럽게 가져갔다. 보수임에도 지나치게 개혁적이라는 전원책, 이재명의 비판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해명하면서 “개혁보수신당에는 김무성처럼 좀 더 보수적인 사람도 있고 나 같은 사람도 있다. 그런 확장성이 중도 보수를 끌어들일 수 있을 것”라며 새로운 보수정당의 방향성을 피력했다. “노력하는 보수를 격려해주세요”라는 말과 함께.

WORST [강적들] 169회 ‘(구)박근혜의 남자’
TV조선 [강적들] 169회에서 유승민은 ‘배신자’, ‘박근혜의 남자’로 소개됐다. 그는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짓고 13년 전, 단 10개월간 근무했던 비서실장이라는 점을 강조해준 패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지만 ‘유승민 흑역사’는 방송 내내 언급됐다. “내가 비서실장이었을 때 문고리 3인방을 하도 험하게 다뤄서 아직도 그들이 나를 무서워한다”는 말에는 “그래서 공천을 못 받았구나”라는 우스갯소리와 함께 “그런데 문고리 3인방 중에 누가 제일 착해요?”라는 질문이 돌아왔다. 어떤 대답을 하더라도 유승민에게 득이 될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에 대한 이슈가 거론되자, 패널들은 유승민에게 집중포화 하듯 질문을 쏟아냈다. 결국 32년 전 위스콘신대학 유학 생활 당시 만났으며,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선거 활동을 함께 했고 박대통령과 연결까지 해줬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은 유승민은 “저는 할 말이 없네요”라는 말을 끝으로 입을 다물어야 했다. 이후에도 유승민은 박근혜와 독대를 한 번도 해본 적 없다는 이유로 ‘고영태’, ‘정유라 말장수’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은 여당 원내대표라는 놀림을 받아야 했다. 방송은 줄곧 박근혜를 비롯해 국정농단 피의자들의 사적인 이슈를 중심으로 흘러갔고, 이 상황에서 유승민은 그저 이들과 무관함을 주장하거나, 사과하는 모습밖에 보일 수 없었다. 애써 벗어버린 ‘박근혜의 남자’라는 이미지를 다시 한 번 덧씌우는 격이었다.

이재명
BEST [강적들] 162회 ‘강적이 나타났다’

TV조선 [강적들] 162회에 출연한 이재명은 거칠 것이 없었다. 탄핵정국의 최고 수혜자인 그는 마의 지지율 15%대를 돌파하며 대선주자로서 입지를 확실히 굳힌 상태였다. 이날 방송에서 그는 ‘사이다’라는 별명처럼 거침없었다. 탈당 혹은 창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도리어 “안에서 이길 자신 있는데 뭐하러 나갑니까”라고 되물었고, 문재인의 지지율이 제자리걸음인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문재인은 나무로 치면 다 자란 고목이다”라며 자신을 묘목에 비유하는 대담함을 보였다. 또한 비문연대, 반문연대에 대해서는 “문재인이 MVP 공격수라지만 나머지 포지션들이 무능하면 게임에서 이길 수 없다. 합심해서 팀 전체 역량을 키우자는 것”이라며 ‘2인자’로 급부상한 자신의 입지를 확실히 했다. 또한 안희정에 대해서는 “그분은 통합형 리더다. 반면 나는 돌파형 리더고, 혁명적인 변화가 필요한 지금의 상황에 더 어울리는 사람”이라며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했고, 반기문에 대해서는 “그분은 관료형 리더이기 때문에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하다. 지금처럼 불안정한 상태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심지어 그는 ‘제2의 노무현’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10년 전 리더십을 변형하는 것은 의미 없다. 제1의 이재명이 되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어떤 이슈든 자신감 있게 내지르는 그에게 결국 MC와 패널들마저 “정치를 접으면 [강적들]에 합류하라”고 권했을 정도다.

WORST [신년특집토론] 1월 2일 ‘속수무책’
[신년특집토론]에서 이재명은 자신의 장기인 ‘시원한 언변’을 보여주지 못했다. 방송 초반까지만 해도 탄핵과 세월호 등의 이슈에서 평소처럼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던 그는 ‘2017 한국 어디로 가나’를 주제로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되면서 패널들의 공격에 직면했다. 이재명이 유승민에게 새누리당의 지난 행적과 김무성의 ‘성남시 청년배당 비판’ 등을 들며 개혁보수신당이 추구하는 진짜 보수가 무엇이냐고 따져 묻자, 전원책은 “토론 현장에서 정적의 몇 마디 워딩을 가지고 재단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라고 끼어들었다. 또한 유시민은 대선주자로서 이재명을 검증하는 시간이 주어지자 첫 번째 질문으로 “감정조절 능력에 하자가 있는 게 아니냐”고 물었고, 이재명은 그동안 발목을 잡아왔던 가족과 철거민 문제에 대해 해명해야 했다. 더 큰 시련은 복지문제를 논하던 순간 찾아왔다. 이재명은 한국의 10대 재벌의 실효세율이 11%라고 주장했고, 전원책은 16%대 수준이라고 반박하며 언성을 높였다. 끝날 줄 모르던 언쟁은 손석희가 “전원책 변호사님, 합리적으로 차분했으면 좋겠습니다. 당장은 이재명 시장님이 말씀하신 내용에 대한 자료가 없지만 내일 [뉴스룸]에서 팩트 체크를 하겠습니다”라는 말로 일단락되었지만, 신년 특집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어필하지 못하고 언성을 높이게 된 것은 아쉬울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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