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This is it

[무한도전]의 ‘아재’ 도전

2017.03.22

난 한 달여 동안 MBC [무한도전]은 스스로의 역사를 되돌아봤다. 4주간의 ‘무한도전 레전드’는 멤버들이 [무한도전]의 대표 에피소드를 보며 10년 역사를 되짚은 것이었고, 지난주 방송을 재개하며 시작한 첫 에피소드 ‘대결! 하나마나’는 [무한도전] 멤버들이 종종 하던 시시콜콜한 대결들을 연상시켰다. PC방에서 인기 게임 [오버워치]를 해보려고 하지만 계정 만드는 법조차 몰라 당황하고, 형편없는 실력으로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상대에게 당하는 모습에선 ‘대한민국 평균이하’를 내세우던 과거의 그들이 겹쳐지기도 한다.

다만 그들이 [오버워치]를 제대로 못하는 이유는 ‘평균이하’여서가 아니라 세대차이 때문이다. 하하가 잘하는 게임으로 [카트라이더]를 언급한 것처럼, 그들은 자신을 시대의 유행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묘사한다. ‘대결! 하나마나’의 게임이 [오버워치]에서 인형뽑기, 다시 볼링과 1980년대에 인기 있었던 보드게임 [부루마블]까지 점점 과거로 가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들은 젊은 세대의 유행을 따라보려고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과거에 즐겼던 게임을 선택한다.

‘무한도전 레전드’가 스스로 증명하듯, 10여 년 전 [무한도전]은 가장 새로운 프로그램이었다. 그들은 추격전이라는 새로운 예능의 장르를 만들어냈고, 버라이어티 쇼의 캐릭터 활용법을 보여줬으며, 구식 코미디처럼 치부되던 슬랩스틱이 얼마나 훌륭한 ‘몸개그’인지 증명했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추억이 됐다. PC방에서 [오버워치]를 하는 것이 어려운 미션이 됐다. 즐겁게 놀 때는 “이 순간이 즐거운 어른이들” 같은 자막으로 어린 시절의 마음으로 돌아가 놀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자신들이 노는 모습을 SNS에 올릴 수는 있지만 PC방 문화나 [오버워치] 앞에서는 어리둥절한 40대 전후의 남자들.

지난해부터 지난주까지 [무한도전]이 다룬 웹툰, 힙합, 게임 등은 10~20대가 가장 즐기는 대중문화 콘텐츠들이다. 그러나 ‘아재’들이 주인공인 [무한도전]이 이런 소재들을 다루는 방식은 즐기기보다 배우는 것에 더 가깝다. 웹툰을, 힙합을, [오버워치]를 배운다. 40대 전후의 중년 남성이 젊은 세대의 문화를 경험하는 것 자체가, [무한도전]에서는 도전이 됐다. 도전일 수 있는 이유는 [무한도전]이 스스로를 인식하는 시선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1년여 동안 [무한도전]은 ‘무도리 Go’에서 그들의 역사와 관련 있는 장소들을 돌아다녔고, 멤버들의 인지도를 알아보는 ‘너의 이름은’은 전 국민이 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이 쇼에서 10여 년 동안 쌓은 인지도가 있기에 가능했다. 나이 들었지만 젊은 세대와 같이 호흡하고 싶다. 동시에 자신이 이룬 것에 대한 자부심이 큰 만큼 그동안 쌓은 영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 결과 그 [무한도전], 이 레전드 쇼를 이룬 40대 전후의 멤버들이 젊은 세대의 문화를 경험하는 것 자체가 도전이 된다. 젊은 시절 그들은 쇼를 끌고 가기 위해 서로 마찰까지 빚어가며 봅슬레이 연습을 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최고의 웹툰 작가들에게 웹툰을 배우고, 그 결과물이 네이버에 서비스돼 엄청난 조회수를 보장하는 것도 도전이다. 그래서 하하처럼 웹툰에서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내용에만 집중해도 도전이 된다.

광희가 [무한도전]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한 것은 단지 그의 능력 문제만은 아니다. 광희의 세대에게 웹툰, 힙합, [오버워치]는 생활의 한 부분이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이것들을 이 문화의 주인공이 아닌 중년 남자들의 시선에서 본다. [오버워치]를 이제서야 하며 호들갑을 떠는 그들 사이에 광희가 끼기는 어렵다. 제작진이 딱히 광희의 입장을 다루지도 않는다. 광희가 출연했던 기간 동안 [무한도전]은 좀처럼 그의 입장에서 아이템을 다루지 않았다. [무한도전]에 적응할 것을 요구하는 신고식으로 시작해, [오버워치]를 처음 하는 기존 멤버들 사이로 끼어들어야 하는 것으로 끝냈다. 주목받으려면 양세형처럼 해야 한다. 그는 ’대결! 하나마나’에서 게임을 더 잘하려고 PC방에 자신의 키보드를 들고 왔다. 이런 행동을 통해 그는 중년 남성들 사이에서 ‘젊은 피’인 막내라는 위치를 강조했고, 게임을 가르치는 역할을 맡으며 다른 멤버들과 섞였다. 양세형은 예능인으로서 [무한도전]이 누구를 중심에 두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행동했다. 그가 좋은 감을 가진 예능인이라는 증거다. 그러나 이것은 [무한도전]이 중년 남자의 세계에 맞추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는 세계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방송 재개 후 첫 에피소드로 PC방에서 [오버워치]를 하는 그들의 모습은 앞으로의 [무한도전]에 대한 선언처럼 보인다. [무한도전]은 이제 완전한 ‘아재 예능’이 될 것이다. 유재석을 비롯한 멤버들과 연출자 김태호 PD가 중년이 된 시점에서 [무한도전]이 중년 남성 위주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제목부터 중년 남자 시청자들을 공략하는 JTBC [아는 형님]이 종편 채널임에도 때로는 5%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은 이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무한도전]의 ‘아재’들에 감정이입할 시청자도 있을 것이다. 중년 남자들이 힙합을 배우면서 젊은 세대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모습은 젊은 세대와 호흡하면서 그들에게 좋은 것을 가르친다는 뿌듯함도 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무한도전]의 현재 위치는 10여 년 전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뭐라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니 나이 들어 도전한다는 것만으로 젊은 세대의 박수까지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세상에는 양세형처럼 마음에 드는 막내만 있지 않다. [오버워치]를 하는 스스로에게 ‘어른이’라는 표현까지 쓰는 어른에게 더 ‘우쭈쭈’해줄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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