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This is it

[해피투게더], 누가 행복합니까?

2017.03.29
KBS [해피투게더 3]는 “함께하면 더 행복한 목요일 밤”이라는 MC유재석의 멘트로 시작한다. 그러나 [해피투게더 3]는 더 이상 ‘해피 투게더’ 하지 않다. 지난주 시청률이 15년 전 인기 코너 ‘쟁반 노래방’을 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낮은 5.9%(닐슨 코리아 기준)여서만은 아니다. 방송 15주년을 기념한 이날 ‘쟁반 노래방’ 리메이크에는 고정 출연 중인 엄현경과 조세호가 출연하지 못했다. 세트장이 좁다는 이유였다. 그렇게 만든 자리에는 [해피투게더] 15년과 상관 없는 걸그룹 멤버들이 출연했다. 유재석, 박명수, 전현무는 그림자로 실루엣만 보이는 그들의 몸과 변조된 목소리만으로 누구인지 맞췄다. 15년 전 [해피투게더]에서는 볼 수 없었던 광경이다. 걸그룹 출연자를 보는 MC들을 “신난 아재 3인”이라고 한 자막처럼, 이날의 ‘쟁반 노래방’은 특정 시청자층을 위한 코너에 가까웠다.

“저희가 좀 아는 얘기를 같이 해주세요.” ‘쟁반 노래방’에 출연한 걸그룹 EXID의 하니와 걸스데이의 유라가 학창 시절 화장법에 대해 말하자 유재석이 한 말이다. 유재석이 10대 여성의 화장법을 알기란 힘들다. 그에게는 두 사람의 멘트를 반복하고 정리하는 정도가 최선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효리가 MC이던 시절의 [해피투게더]는 더 많은 이야기를 끌어냈을 것이다. 박미선과 신봉선이 패널이던 시절도 그렇다. 엄현경만 출연했어도 달랐을 것이다. 그러나 [해피투게더 3]는 세 명의 중년 남자 MC가 모르는 이야기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 대신 쇼의 기준을 세 사람에게 맞춘다. 전현무는 ‘쟁반 노래방’에서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출연자 중 한 명이 걸스데이의 혜리라는 것을 알자 이내 “제대로 안 할래”라며 윽박질렀다. 박명수는 그것을 거들었다. 유재석은 걸그룹 멤버들의 학창 시절 화장법은 토크를 자르지만 김희철이 자신의 예쁜 외모 때문에 게이라는 소문이 돈다며 이것을 농담의 소재로 삼는 것에 웃기만 한다.

[해피투게더 3]는 개편 후 자주 걸그룹 특집을 기획했다. 인기 걸그룹 멤버들을 모아 출연시키기도 했고, 그들과 걸그룹 출신 선배 연예인들을 함께 출연시키기도 했다. 최근에는 여성 배우들만 따로 모으기도 했다. 이날 출연한 배우들은 생계를 위해 악전고투한 경험,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출산 후 그렇게 쉽게 몸매가 예전처럼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는 등 직업적 고뇌에 대해 털어놓기도 했다. 러나 제작진은 피부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기 싸움은 없는지 같은 것들을 ‘여배우는 ~ 있다?’ 같은 식으로 질문하는 코너를 따로 마련했다. 여성인 배우들을 따로 모아놨지만, 그들이 알거나 궁금한 건 오랫 시간 동안 계속된 고정관념과 편견을 다시 물어보는 것뿐이다. 걸그룹 멤버처럼 젊고 매력적인 외모의 여성 연예인은 과거보다 [해피투게더 3]에 나가기 쉬울 수도 있다. [해피투게더 3]는 15주년 기념 방송에도 걸그룹 멤버들을 모아서 출연시킨다. 하지만 그들은 남자 MC들이 모르거나 궁금하지 않은 것은 말하기 어렵다. MC가 카메라 앞에서 “제대로 안 할래”라고 말할 수도 있다. 과거의 이효리처럼 활약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해피투게더 3]는 한 달간 진행 중인 15주년 기념 방송에서 이전 여성 MC들의 이야기를 거의 다루지 않았다. [해피투게더 프렌즈] 시절을 재현하기 위해 유진을 초대한 것이 전부다. 섭외가 되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료 화면에도 [해피투게더 3]의 부흥에 기여한 박미선과 신봉선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제작진의 의도가 무엇이든, [해피투게더 3]는 지난 15년의 역사를 유재석, 박명수만의 것에 가까운 것으로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쟁반 노래방’은 남자 MC 3명이 걸그룹 멤버들의 몸매와 춤을 보고 누구인지 맞추며 그들에게 호통을 치고, ‘사우나 토크’에는 손현주, 김상호, 이수근, 김희철, 존박에 여성 게스트로는 헬로비너스의 나라만 출연한다. 과거 ‘사우나 토크’에서는 남녀 게스트 가리지 않고 돌아가며 장기자랑을 하거나 막춤을 추곤 했다. 박미선은 ‘웃지마 사우나’에서 분장쇼를 하며 코미디언으로서의 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15주년 기념 ‘사우나 토크’에서는 나라가 춤을 추고, 남자 MC와 게스트들은 환호할 뿐이다. 

2017년의 [해피투게더 3]를 보며 ‘해피’하려면 중년 남자가 걸그룹 멤버를 윽박지르고, 여성 배우들은 기싸움을 많이 한다고 생각하며, 이성애자의 편견에 기초한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농담으로 이야기하는 것에 모두 웃을 수 있어야 한다. [해피투게더 3]의 제작진은 “함께하면 더 행복한 목요일 밤”의 시대를 그렇게 끝냈다. 15년 전에도 [해피투게더]는 지금 기준으로는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없는 프로그램이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지금의 [해피투게더 3]는 시대에 적응하기 보다 거리낌없이 특정 시청자층의 사고방식 위주의 내용을 제작한다. 그 사이 다른 시청자들은 SNS로, 온라인 게임으로, 인터넷 방송이나 VOD 서비스를 즐긴다. 그 사이 예능 프로그램, 특히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은 가장 역동적이던 영역에서 이른바 ‘아재’들의 ‘그들만의 리그’로 변하고 있다. [해피투게더]와 유재석에게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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