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엔딩’ vs ‘봄 사랑 벚꽃 말고’

2017.04.03
‘벚꽃엔딩’이후 수많은 ‘봄 캐럴’이 발표된다. 그러나 4월의 첫 날에도 음원차트 멜론의 일간순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었던 ‘봄 캐럴’은 18위의 ‘벚꽃엔딩’, 그리고 32위의 ‘봄 사랑 벚꽃 말고’였다. 서로 상반된 방향에서 봄을 노래하는 두 곡을 왜 사랑할 수 밖에 없는가에 대해 음악평론가 서성덕과 김윤하가 각자 지지의 이유를 적었다.


‘봄 사랑 벚꽃말고’, 이것이 봄이다

‘봄 노래’의 시작이자 여전히 최고라는 점에서 ‘벚꽃 엔딩’을 이길 노래는 없다. 하지만 제법 많아진 ‘봄 노래’ 중에서도 ‘봄 사랑 벚꽃 말고’를 여전히 꺼내 듣게 되는 이유도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어느새 차트에 움트는 두 노래를 보건대, 개인적인 선호도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봄 사랑 벚꽃 말고’의 가사가 획득한 겹겹의 성과가 크다. 아이유의 도입부는 약간의 궁상맞음을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단어를 사용하면서도 계절에 어울리는 가벼운 멜로디에 매끈하게 달라 붙는다. 덕분에 ‘봄 노래에 반대하는 봄 노래’라는 전체적인 의도를 충분히 전달하면서도, ‘봄 노래를 듣고 싶은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다. 노래의 나머지는 이 장점을 놓치지 않고, 그 모든 것을 집약하는 ‘봄 사랑 벚꽂 말고’를 반복할 때까지 이어진다.

이것을 집약이라 하는 이유는 제목부터 훅까지 ‘봄 사랑 벚꽃 말고’로 가득한 노래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얼핏 들어서 무슨 말인지 모를 네 단어는 매년 돌아오는 계절과 반복되는 풋풋함 말고 다른 것을 뜻한다. 하지만 ‘봄 사랑 벚꽃 말고’의 반복은, 오히려 그 모든 단어를 가장 열성적으로 듣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전달을 연구한 결과처럼 들린다. ‘봄 사랑 벚꽃 말고’는 가사 자체의 말이나 의미에 상관없이 ‘봄’에 관한 모든 감정을 상기시킨다. 누군가는 봄의 고백에 이 노래를 사용하고, 봄의 연인이 함께 들을 노래로 이상하게 여기지도 않는다. ‘봄 사랑 벚꽃 말고’ 무엇? 해석이야 어차피 나름의 일이다. 가사를 쓴 아이유는 시장과 사람 둘 중 하나는 확실히 알고 있다.

봄에 대한 따뜻한 말을 새롭게 찾아내기는 아주 어렵다. 그 때문인지 어떤 노래들은 봄에 대한 직접적인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어 일종의 틈새를 노리는 것처럼 보인다. 경우에 따라 위악은 필요하고 재미있기도 하지만, 그것이 예상 가능하다면 흥은 무뎌지고 무엇보다 내 손으로 반복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봄 사랑 벚꽃 말고’를 특히 좋아하는 이유가 생긴다. 이 노래의 섬세하게 가다듬은 영리함은 반복이나 복제할 수 없다. 마치 봄, 사랑, 벚꽃의 풋풋함처럼, 어느 한 때에만 가능했고 두 번은 안되는 일이다. 노래를 잘하고 음악을 잘 만드는 것만으로 할 수 없는 무엇이, 때때로 어떤 트랙을 중요한 것으로 만든다.

글. 서성덕

‘벚꽃엔딩’, 이토록 순해빠진 사랑의 찬가

인생에서 무언가를 걸어야 하는 순간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매해 봄 적지 않은 이들을 깊은 고뇌에 빠뜨리는 얄궂은 노래가 있다. 때는 바야흐로 5년 전, ‘그대여’를 타령마냥 흥얼대며 혜성처럼 나타난 그 곡 ‘벚꽃엔딩’이다. 2012년 봄 밴드 버스커 버스커의 데뷔 앨범 타이틀 곡으로 낙점되며 처음 세상의 빛을 본 이 노래는 5년은커녕 5주도 사랑 받기 힘든 최근 히트곡들의 짧디 짧은 춘광사설을 모조리 비웃으며 5년 째 승승장구를 이어가고 있다. 조금씩 봄기운이 느껴지는 3월 초에서 본격적으로 벚꽃이 만개하는 4월 중순까지 음원 차트의 준비된 꽃길을 수 년 째 걷고 있는 이 노래의 놀라운 기록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오후 기온이 영상 10도 이상으로 반짝 올랐던 2월 27일 국내 주요 음원 차트에 올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노래는 곧 다가올 벚꽃 만개 시즌을 기다리며 차트 10위 권 내를 줄곧 맴도는 중이다.

이즈음에서 우리는 드디어 앞서 말한 무언가를 ‘걸어야’하는 지점에 도달한다. 매해 죽지도 않고 돌아온다며 ‘벚꽃좀비’라는 별명까지 붙은 이 노래를 좋아한다는 한 마디 고백을 위해서 말이다. 오랫동안 사랑 받아온 노래들이 으레 그렇듯 ‘벚꽃엔딩’ 역시 사람들의 취향에 따라 극적으로 호불호가 갈리는 대표적인 노래이기 때문이다. 아스라히 번지는 봄 기운에 자동반사적으로 ‘벚꽃엔딩’ 재생버튼을 누르는 심장형 인간과 장범준의 텁텁한 바이브레이션과 자기복제에 가까운 곡 쓰기가 지겹다는 두뇌적 인간 사이의 소리 없는 전쟁은 습관처럼 차트에 재등장하는 노래 자체만큼이나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때로는 ‘음악 좀 듣는 사람이라면 이 노래를 좋아할 수 없다’는 일종의 사상검증 대상이 되기도 하는 노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자신이 이토록 꾸준히 사랑 받을 수 밖에 없는 진정성의 옷자락을 살짝 드러낸다. 단조로운 멜로디와 반복 많은 가사, 빈정 상하지 않을 정도로만 컴팩트하게 구성된 편곡 사이사이 처음 잡은 두 손 사이 오가는 떨림과 주문처럼 반복되는 ‘그대’의 존재가 스며든다. ‘길거리에 들리는 사랑노래들이 싫다’거나 ‘(사랑하는 이들 모두) 몽땅 망해라’라며 몽니를 부리는 대신, ‘벚꽃엔딩’이 집중하는 건 노래를 통해 끊임없이 소환되는 그대와 나 사이 오가는 설레는 감정, 오로지 그 뿐이다. 무엇을 봐도 너로 보이고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이 봄 오직 하나뿐인 그대. 이토록 순해 빠진 사랑의 찬가가 올해도 그대를 목놓아 부르며 봄바람을 타고 무심히 불어온다. 졌다. 이 노래에 정을 주지 않을 도리가 없다.

글. 김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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