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몰락│② MBC 뉴스, 오욕의 보도들

2017.04.04
현재의 MBC는 권력 욕심과 잘못된 인사가 얼마나 빠르게 공영방송의 가치와 조직 문화를 망칠 수 있는지에 대한 가장 명징한 사례다. 이명박 정권 집권과 함께 부임한 김재철 사장의 전횡은 MBC 보도국을 정권의 눈치를 보는 집단으로 만들었고, 이는 보도국장, 보도본부장으로서 해당 과정을 이끌었던 현재의 김장겸 사장 체제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그들은 불필요한 보도, 황당한 보도, 편항적 보도 등을 내며 언론으로서의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렸다. 지난 6년간 MBC 뉴스가 보여준 수준 미달의 보도들과 그것이 가능했던 맥락을 통해 어떻게 이 거대한 조직이 끊임없이 안 좋은 방향을 향해 움직였는지 한눈에 확인해보자.

게임 폭력성 실험(‘뉴스데스크’ 2011년 2월 13일)
어처구니없는 실험설계 때문에 다양한 패러디로 두고두고 희화화됐던 보도다. 인터넷 게임의 폭력성이 청소년의 폭력 성향을 부추긴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기자는 PC방의 전원을 예고 없이 내린 뒤, 그에 따라 게임 중이던 청소년들의 격한 반응이 나오자, 기자는 “순간적인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곳곳에서 욕설과 함께 격한 반응이 터져 나옵니다. 폭력 게임의 주인공처럼 난폭하게 변해버린 겁니다”라고 코멘트했다. 해당 방송 이후 청소년들의 폭력적 반응의 원인을 게임을 통한 폭력성 학습에서 찾기에는, 정전이라는 상황 자체가 짜증과 분노를 자극한다는 지극히 합리적인 이의가 제기됐다. 기자에 대한 비난과 조롱이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방송을 단순히 실험설계에 무지하거나 인과관계를 억지로 조합한 기자 개인의 잘못만으로 이야기하긴 어렵다(물론 해당 보도는 철저히 기자 잘못이다). 이미 엄기영 사장 시절에 정권의 미움을 받던 신경민 앵커를 ‘뉴스데스크’에서 몰아냈던 MBC는 김재철 사장 부임 이후 재밌는 뉴스를 표방하며 ‘어록 제조기’ 최일구 앵커에게 주말 ‘뉴스데스크’ 진행을 맡겼다. 나중에 벌어진 파업에서 미련 없이 앵커 자리를 포기하고 동료들에게 힘을 보탰던 최일구를 결코 권력에 빌붙는 언론인이라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그렇게 연성화된 주말 ‘뉴스데스크’는 최일구의 갯벌 현장 출동을 길게 담아내는 반면 당시 큰 이슈였던 G20 반대 시위를 단신으로 처리하는 등 재미를 추구하느라 뉴스의 사회적 역할에 소홀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느슨함 속에서 최소한의 합리적 검증 과정도 생략된 선정적 보도가 방송을 탈 수 있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고(故) 김근태 사진 오보(‘정오뉴스’ 2012년 10월 11일)
공정방송 회복을 위한 MBC 구성원들의 170일간 파업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켰던 김재철 사장은 더 노골적으로 파업을 주도한 박성호 기자회장을 비롯해 ‘PD수첩’의 상징적 존재인 최승호 PD 등 사측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직원들을 해직하고 외부 경력직 기자들로 보도국을 채워가기 시작했다. 모든 경력 기자들이 사측 입장에 서 있는 건 아니고, 기존 공채 출신 기자와 경력 기자 간 갈등을 경력 기자의 책임으로 소급할 수도 없다. 다만 공채 선후배 문화를 통해 도제식으로 전승되던 노하우와 기자 윤리의 공유는 약화될 수밖에 없었고, 이후 MBC는 수많은 오보를 내기 시작한다. 그중 가장 황당했던 것은 당시 국회의원이던 새누리당 김근태의 공직선거법 위반에 따른 검찰 기소 소식을 전하며 고(故)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사진을 사용한 것이다. 단순히 동명이인을 착각했다고 하기엔 고 김근태 고문은 참여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역임했던 너무나 유명한 정치인이었다. 너무나 기초적인, 그래서 더 문제적인 오보였던 셈. 더 큰 문제는 이 시기를 기점으로 MBC가 수많은 오보를 쏟아냈다는 것이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MBC의 오보로 인해 벌어진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사례는 40건으로, 당시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을 통틀어 최고 기록이었다.

비 오는 날은 소시지 빵(‘뉴스데스크’ 2013년 10월 8일)
아직도 인터넷에 MBC 뉴스의 무능함을 상징하는 ‘짤’로 돌아다니는 ‘비 오는 날은 소시지 빵’ 보도에 대해 MBC 측은 조금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해당 보도에서 핵심은 소시지 빵이 아닌 기후에 따른 소비 방식의 변화와 그에 대한 빅데이터 마케팅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장 비 오는 날에 소시지 빵, 맑은 날에 샌드위치가 잘 팔린다는 사례를 소개하는 것이 어떤 공익적 효과나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지는 알기 어렵다. 해당 보도를 비롯해 역시 2013년 MBC에서 보도된 ‘알통 굵기가 정치 신념 좌우(굵으면 보수)’, ‘김정은 눈썹 왜 밀었나’ 등의 별 의미 없는 꼭지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요소를 제거하려는 분위기를 읽어냈던 건 그래서다. 소시지 빵 보도가 나간 당일 ‘뉴스데스크’를 비롯해 지상파 메인 뉴스는 모두 북상하는 태풍 다나스의 피해에 대한 꼭지들을 초반에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흥미로운 건 하루 전부터 벌어진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의 한국공항공사 사장 출근 저지 투쟁을 보도한 건 JTBC [뉴스9]이 유일하다는 것이다(10월 7일에도 지상파는 이 사건을 다루지 않았다). 정치적으로 가장 민감한 이슈에 대해 지상파들은 침묵했다. 이런 대동소이한 분위기를 감안하더라도 ‘뉴스데스크’는 당일 모든 지상파에서 보도한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의 박근혜 정부에 대한 인사쇄신 요구를 시사 이슈 중 가장 뒤늦은 순서(스포츠 꼭지 바로 앞)에 배치하며 정부에 대한 쓴소리를 최대한 작은 볼륨으로 전했다. 해당 꼭지보다 소시지 빵 보도가 앞서 소개됐다. 언론이 정치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 정치적 민감성을 탈색해야 한다는 뜻은 결코 아닐 것이다.

세월호 전원 구조 오보, 그 이후(2014년 4월 16일부터)
MBC 뉴스의 질이 하락한 건 명백히 이명박 정권과 그 입맛에 맞춰진 김재철 사장의 전횡 때문이었다. 위의 세 가지 사례 모두 하나의 원인으로 촉발된 질적 하락의 각기 다른 양태라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 이후 MBC의 공정성은 한 차례 더 심연으로 떨어졌다. 세월호 참사 당일 MBC는 단원고 학생 338명이 전원 구조됐다는 오보를 오전 11시 1분경 MBN에 이어 바로 냈다. 오보의 출발은 아니지만 지상파의 파급력을 생각할 때 성급한 보도였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특히 목포 MBC 기자들이 오보 가능성을 지적했음에도 묵살했다. 이뿐 아니라 당일 특집 저녁 뉴스에서는 세월호 피해자의 보험 수령액에 대한 리포팅을 냈다. 사태의 심각성을 예외로 둔다면, 여기까진 위에서 벌어진 업무 역량 문제의 연장선에 가깝다. 하지만 이후 MBC는 2014년 9월 11일 세월호 유가족의 농성에 대해 ‘광화문 광장 불법 농성’이라 보도하고, 2015년에는 김진태 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페이스북에 적은 세월호 인양 반대 주장을 ‘신중론’이라 소개하기도 했다. 역량이 부족한 실수와는 거리가 먼, 철저히 계산적으로 청와대와 집권 여당의 입맛에 맞춘 보도가 세월호 사건을 매개로 전파된 것이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의 중심에는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 편집회의에서 실종자 가족에 대해 “완전 깡패네, 유족 맞아요?”라고 말하던 김장겸 당시 보도국장의 편향성이 작용했다. 그리고 이후 보도본부장을 거친 김장겸은 지난 2월, MBC 사장에 임명됐다.

문재인의 MBC 비판에 대한 비판(‘뉴스데스크’ 2017년 3월 22일)
지난 3월 21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언론적폐 문제를 거론하며 MBC의 편향적 보도를 비판하고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의지를 살짝 드러냈다. 이에 MBC는 즉각적이고 대대적으로 문재인 발언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쏟아냈다. 다음 날 ‘뉴스데스크’는 문재인에 대해 해당 발언은 공영방송 장악 의도라는 요지의 MBC 성명서를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서 MBC는 문재인이 제1노조 집행부를 만나 “전원 복직시키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한 것은 ‘대통령이 되면 마음대로 좌지우지하겠다’는 인식의 발로라고 주장했다. 당장 사보에 실리는 내용을 메인 뉴스 시간대에 방영한 것 자체가 MBC 보도가 얼마나 사유화되었느냐에 대한 방증이 된다는 것을 차치하더라도, 해당 내용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MBC, 그리고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주장처럼 문재인이 공영방송을 장악할 의도라면 사실 지배구조 개선을 시도할 이유가 없다. 현재 어느 때보다 대선 당선 확률이 높은 야당 후보인 그가 대통령이 되어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이 된다면,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9명 중 6명을 추천할 수 있어 손쉽게 MBC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얼마든지 여당 입맛에 맞는 인사를 낙하산으로 임명시킬 수 있는 현 구조를, 이사진을 13명으로 늘리고 여당에서 7명, 야당에서 6명을 추천해 힘의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에 대해 공영방송 장악이라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해당 개선안은 공영방송 독립성을 위한 말 그대로의 개선이 맞다. 이명박 대선 캠프 출신이었던 김재철을 MBC 사장으로 낙하산 임명하고 170일 파업 동안 밝혀진 비리에도 불구하고 그를 내치지 않은 방송문화진흥회와 MBC가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주장하며 문재인을 비판하는 건 정말이지, 또 다른 방식의 유체이탈 화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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