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This is it

SM과 ‘아는 형님’이 만날 때

2017.04.05
JTBC ‘아는 형님’의 출연자 중 강호동, 김희철, 서장훈, 이수근, 김영철은 SM 엔터테인먼트(이하 SM) 및 관련 계열사, 또는 미스틱 엔터테인먼트(이하 미스틱) 소속이다. ‘아는 형님’의 CP였고 JTBC 퇴사 후에도 제작에 참여 중인 여운혁 PD도 미스틱에 있다. SM이 미스틱의 지분 28%를 취득하며 최대주주가 된 효과는 이렇게 즉각적이다. MBC ‘라디오스타’ 역시 이제 MC 중 절반이 두 회사 소속이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두 회사 소속 뮤지션들의 활동이 더 기대될 수도 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그 뮤지션들도 ‘아는 형님’과 ‘라디오스타’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무한도전’, KBS ‘해피선데이’의 ‘1박 2일’ 같은 인기 주말 예능 프로그램은 고정 출연자 위주다. 나영석 PD가 이끄는 tvN 예능 프로그램 역시 마찬가지다. MBC ‘일밤’의 ‘복면 가왕’은 한 번 출연하면 다시 출연하기 애매하다. 예능 프로그램은 많지만 화제성을 끌어낼 프로그램은 적고, 그중 뮤지션이 출연할 만한 프로그램은 더 없다. 그런데 ‘아는 형님’과 ‘라디오스타’는 게스트 위주의 프로그램인 데다 화제성은 높다. 프로그램이 일으킨 논란들과 별개로 ‘라디오스타’에서 게스트의 발언들은 그다음 날 포털 사이트 메인을 장식한다. 지난 3월 25일 ‘아는 형님’에 출연한 걸그룹 걸스데이의 영상들은 네이버 TV캐스트 공개 직후 실시간 영상 조회수 상위권을 독식하다시피 했다. 인기 뮤지션도 소속사와 방송사의 관계에 따라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어려울 수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SM과 미스틱 뮤지션들은 적어도 불이익 없이 두 프로그램 출연을 타진할 수 있다.

볼빨간 사춘기는 ‘아는 형님’이나 ‘라디오스타’에 출연하지 않고도 음원차트 1위에 올랐다. 하지만 그들이 노래가 아닌 자신을 알리려면 인기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필요할 것이다. 도끼를 비롯한 인기 힙합 뮤지션들도 Mnet ‘쇼 미 더 머니’ 출연 이전과 이후의 화제성이 다르다. 그만큼 공연 및 CF 등 음원 판매 이외의 매출이 폭발적으로 올라간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현재 음악 산업에서 가장 크고 안정적인 수익은 해외를 포함한 공연 시장에서 발생한다”면서 “그러려면 한국에서 최소 회당 수천 명 이상의 관객을 모을 수 있을 만큼의 인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회당 수천 명이 보러 올 공연이 되려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공연에 돈을 낼 만큼 그 뮤지션을 좋아해야 한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은 뮤지션의 인지도는 물론 캐릭터까지 잡아줄 수 있다. 한국에서 쌓은 인기가 해외 공연에 발판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SM과 미스틱의 전략적 제휴로 두 회사 뮤지션들은 그들의 음악을 더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 제작으로 이익을 낼 수도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것은 음악과 예능 프로그램을 결합시킨 비즈니스 모델의 완성에 가까울 것이다.

SM과 미스틱 이전에 이미 FNC 엔터테인먼트(이하 FNC)가 유재석, 정형돈 등을 영입했다. YG 엔터테인먼트(이하 YG)는 최근 인기 예능 프로그램 PD들과 계약했다. SM은 미스틱과의 제휴를 통해 단숨에 인기 예능 프로그램들에 그들의 영향력을 강화시켰다. 세 회사는 모두 소속 인기 그룹들이 해외 진출을 통해 얻은 막대한 수입으로 배우와 예능인을 영입했고, 더 나아가서는 프로그램 제작에 필요한 기반까지 마련했다. 그리고 다시 소속 뮤지션들이 이 프로그램들을 통해 홍보의 기회를 얻을 것이다. 지금은 SM의 아이돌 그룹이 ‘아는 형님’이나 ‘라디오스타’에 출연하는 정도일 수 있다. 하지만 얼마 뒤에는 지상파나 종편, 또는 케이블 채널에서 SM이나 YG가 제작한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이 방영될 수도 있다. 굳이 Mnet 같은 음악 전문 케이블 채널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YG는 최근 네이버로부터 1,000억을 투자받았다. YG의 뮤지션들은 앞으로 네이버를 플랫폼으로 같은 소속사의 PD가 제작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SM이나 YG의 행보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지배자가 될 수 있는 유일한 답은 아니다. 결국 승부는 소속 뮤지션들이 해외에서 얼마나 큰 매출을 올리는가에 달렸다. 예능 프로그램은 수출에 한계가 있다. 드라마는 해외에서의 반응이 이전 같지 않은 데다 주요 수출국이던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됐다. 결국 성공의 핵심은 어떻게 수익성이 큰 뮤지션을 탄생시키느냐에 있다. 다만 SM이나 YG는 음악 산업을 TV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결합하면서 그들에게 가장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다른 회사들에게는 선택의 순간이 남았다. 미스틱은 SM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더 많은 영향력을 갖게 됐다. 이것은 어느 정도 소속 연예인들의 라인업이 갖춰진 회사가 할 수 있는 선택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혹시 이것을 원치 않는다면, 또는 애초에 이런 기회도 없는 회사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과연 한국의 음악 비즈니스가 앞으로 SM과 CJ E&M과 네이버를 통하지 않고도 무엇인가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는 더욱 불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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