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라이즌 제로 던’, 지금 이 시대의 RPG

2017.04.07

“어머니도 없는 추방자야!”
“어미도 없는 촌것”
“어머니도 없는 추방자인 걸 알았다면 너에게 절대 말을 걸지 않았을 텐데!”

플레이 스테이션 4(이하 PS4) 게임 ‘호라이즌 제로 던’에서 주인공 에일로이가 자신의 부족 노라 사람들에게 듣는 말이다. ‘호라이즌 제로 던’은 오픈형 RPG로 2066년에 세계가 멸망하고 천 년 뒤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하는데, 멸망 후 인류는 문명과 기술력을 모두 소실해 고대 원시부족 사회로 회귀해 살아간다. 자연에서 동식물, 그리고 인류보다 더 넓게 퍼져 있는 기계동물을 채집, 사냥하며 산다. 에일로이가 속한 부족은 모계사회로, 대여족장은 역시 모두 여성이고, 전사추장이었던 소나 역시 여성이다. 소나는 어머니로서의 역할보다 전사로서 자신의 사명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가 속한 부족 노라에서 여성의 직업관을 보여준다 할 수 있다. 그만큼 남녀 차별 없이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역할을 맡을 수 있지만, 반면 에일로이처럼 어머니가 없으면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에일로이는 끊임없이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궁금증을 갖는다. “내 어머니는 어떤 사람이지?”

에일로이는 어린 시절 추방자라는 이유로 노라 아이들에게 돌을 맞았고, 플레이어는 차별 속에 있는 주인공이 차별을 뚫고 부족 속에서 살아가게 해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차별을 뚫고 부족의 일원이 되면 차별의 원인이 된 어머니의 존재에 대한 비밀을 풀어야 하고, 이를 위해 간 태양국의 수도 메르디안은 여성과 외국인을 차별하고 혐오한다. 이곳의 태양왕 아비드가 새로운 세상을 약속하며 열린 사회를 위한 법들을 명문화했지만, 권력이 없는 개인들은 전통이란 명분 아래 여전히 차별당한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서브 퀘스트를 수행하면서 메르디안의 종교 갈등, 성 차별, 외국인 차별, 빈부격차 등 다양한 문제와 마주하며 개인들이 겪는 고통에 공감하고, 권력이 없는 소수자들이 해결할 수 없는 갈등을 대신 해결해주거나 분쟁을 조율하게 된다.

에일로이가 추방자라는 설정은 게임의 재미를 높이는 데도 필요하다. 그는 추방자이기에 세상에 대해 무지하며, 플레이어와 같은 눈높이로 정보를 알아간다. 또한 플레이어처럼 외부자의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볼 수 있게 한다. 그래서 고대인의 흔적을 신화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에일로이는 논리적, 과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한다. 이런 과정 속에서 멋진 그래픽으로 만들어낸 평원, 설산, 사막, 열대 등 자연을 누비며 플레이하는 것은 ‘호라이즌 제로 던’이 PS 전용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2주 만에 120만 장이 팔린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에일로이가 퀘스트를 완수하기 위해 자원을 채취하고 기계동물을 사냥하는 사이,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세계의 멸망과 재건을 위한 희망의 조건에 대해 배운다. 2000년대를 살아가던 인간들은 전쟁을 일삼았고, 그 결과 인류는 유기물을 먹으며 에너지를 만들어 무인으로 전쟁을 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었다. 그러나 기계는 점점 흉포해졌고, 과거 태양국의 왕은 흉포해지는 기계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소수 부족들을 희생시켰다. 약자가 억압받으며 갈등은 더욱 커졌고, 그것은 갈등과 전쟁을 반복시켰다. 약자 또는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결국 인류의 멸망에 이르는 길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세계를 지키는 것은 에일로이처럼 차별받는 존재다. 모계 사회에서 추방된 여성이 세계를 구원하며 차별과 혐오를 개선한다. ‘호라이즌 제로 던’은 플레이어가 게임을 하면서 더 나은 세상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물론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태양국의 왕인 아비드가 법을 바꾸며 많은 노력을 기울여도 실제 생활의 권력구조는 한 번에 바뀌기 어렵다. 그리고 ‘호라이즌 제로 던’은 세계에 흩어져 있는 고대세계, 즉 지금 현대의 유물을 발굴하도록 하면서 과거 멸망을 막기 위해 노력했던 많은 이들의 목소리를 담는다. 이것은 이른바 ‘떡밥’을 풍부하게 만들어놓기 위한 장치일 뿐만 아니라 세계의 멸망에 희망을 남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의 희생이 필요했는지 보여주는 설정이다. 세상은 단 한 명의 영웅만으로 바뀌지 않고, 에일로이 역시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많은 사람과 협력한다. ‘호라이즌 제로 던’은 과거의 전통과 터부가 현재의 사회에서 아무런 논리 없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그것이 차별을 낳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것을 퀘스트로 던진다. 정말 2000년대를 사는 사람들이 해결해야 할 퀘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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