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전현무가 에뛰드 광고에 나올까

2017.04.10
“전현무가? 에뛰드에?? 도대체 왜???” 에뛰드의 전현무 CF를 보고 충격에 빠졌다. 타깃 소비자와 아무 상관 없을 것 같은, 젊은 여성들이 소비하는 화장품 CF에 왜 40대, 그것도 여성관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던 MC를 캐스팅했을까. 하지만 불길하게도 이런 식의 불가사의한 조합이 반복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우선 질문부터 바꾸자. 모델 캐스팅을 하고 광고를 만든 주체는 전현무가 아니다. 그러니까 “에뛰드가 전현무를 도대체 왜?”다. 그리고 질문을 바꾸면 이 만남이 성사되기까지의 과정이 추론 가능해진다. 2014년 아모레 퍼시픽의 다른 브랜드들이 매출 신기록을 갈아 치울 때 유일하게 에뛰드는 적자를 기록했다. 애초에 사랑받게 된 이유, 공주 마케팅이 피로도가 쌓이면서 독이 든 사과가 됐다. 공주님에서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한 에뛰드를 구원하라. 중책을 안고 2015년 1월 권금주 대표가 새롭게 투입됐다. 이때부터 ‘공주 판타지’ 벗어던지기가 시작됐다. 제품 디자인에서 과도한 핑크와 리본이 사라졌고, ‘프린세스’ 관련 제품명도 자취를 감췄다. “어서 오세요, 공주님”이란 인사말에 이어 슬로건마저 ‘달콤한 일상(Life is sweet)’으로 교체되면서 에뛰드는 공주의 꿈에서 거의 깨어났다.

가장 확실한 모닝콜은 모델 전략이었다. 동화 속 왕자가 아닌 현실 속 남자로서 배우 마동석의 등장은 타이밍과 캐릭터 면에서 모두 절묘했다. 근육질이만 섬세한 감성, 정의로운 이미지의 마동석은 타깃인 20대 여성들에게 파격적이지만 안전하게 받아들여졌다. SNS상의 폭발적 반응에 힘입어 매출도 함께 상승했다. 여기까지는 성공 스토리다. 마케팅 사례로 남을 만하다. 신임 대표는 얼마나 어깨가 무거웠을 것이며 그 지휘 아래 직원들은 얼마나 많은 압박을 받았을 것인가. 이 모든 것을 딛고 비교적 단시간에, 드라마틱하게, 브랜드를 부활시켰으니 외부적으론 박수 받을 만하고 내부적으론 고무될 만하다. 그러나 위기는 이런 순간에 틈입한다. “경쟁사들과 다른 파격적인 모델을 계속 이어갑시다.” “요즘 뜨는 게 뭐죠?” 고무된 분위기 속에서 오판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JTBC ‘아는 형님’처럼 아재들이 교복을 입고 10대 여자 아이돌과 친구 먹으려는 괴이한 그림이 화제가 되는 세상이다. 그만큼 철없는 중년 남자들이 방송계를 지배한 현 상황에서 전현무라는 ‘괴모델’을 ‘포스트 마동석’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라는 것은 합리적 의심이다. 항의가 없었다면 우리는 에뛰드 광고에서 강호동, 김성주 등을 추가로 보게 됐을지 모른다.

에뛰드의 공주 판타지 벗어던지기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스스로의 성취에 고무된 나머지 공주 판타지 후려치기가 되어선 곤란하단 얘기다. 페이스북 ‘엄지척’에 눈이 멀어 누가 타깃인지 잊지는 말아야 한다. 낡은 판타지는 시대에 맞는 판타지로 갈아입을 수 있다. 범죄용 몰카가 버젓이 팔리고 몰카를 찍어도 찍힌 여자 아이돌의 태도가 논란이 되는 현실을 잊기 위해서라도 여자들에겐 여전히 약간의 판타지가 필요하다. 화장품 광고마저 그걸 걷어차버리면 어디서 판타지를 얻는단 말인가? 요즘 공주들은 왕자는 필요 없다. 상식적 판단이 필요할 뿐이다. 전현무라니. 대체 전현무가 에뛰드에 왜?

김진아
광고업자이자 자영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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