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만의 와일드월드

'폭스뉴스'가 성폭력 혐의자를 두둔하다

2017.04.10


빌 오라일리는 ‘폭스 뉴스’의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오라일리 팩터’의 메인 뉴스 캐스터다. ‘뉴욕 타임스’의 설명에 따르면, 그는 ‘폭스 뉴스’의 필수적인 자산이며, 그의 프로그램은 2015년 한 해에만 1억 7천 8백만 달러의 광고 수익을 ‘폭스 뉴스’에게 안겼다. ‘뉴욕 타임스’는 그런 빌 오라일리가 2002년부터 성폭력 혐의로 다섯 명의 여성들과 각각 합의했고, 합의금 총액이 1천 3백만 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오라일리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들은 모두 오라일리와 함께 일했거나, 그의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이들이다. 그들의 주장은 한 가지 패턴을 보여준다. 오라일리는 뉴스룸에서 영향력을 가진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몇몇 여성들에게 조언과 함께 직업적인 면에서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리고 그 여성들에게 성적인 관계를 강요하는 것이다. 거절하면 경력이 끝장날 거라는 협박을 하면서 말이다. 예컨대, 합의하지 않은 여성 중 하나인 웬디 월시는 호텔방으로 가자는 오라일리의 제안을 거절했고, 그 이후 방송에서 오라일리가 자신을 차갑게 대했으며, 얼마 안 있어 방송에 더는 나갈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지위를 이용해 성적인 관계를 강요하고, 여성의 반발을 무마하려는 패턴은 오라일리의 보스이자, 지난해 성폭력 문제로 결국 ‘폭스 뉴스’를 떠나게 된 로저 에일스와도 비슷하다.


‘CNN’은 오라일리의 문제가 크게 보도됨에도 불구하고 ‘폭스 뉴스’의 여성 혐오적인 사내 문화 때문에 ‘폭스 뉴스’의 여성 직원들이 공포를 느끼고, 입을 열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신의 유명세 때문에 소송의 타겟이 됐다는 빌 오라일리를 ‘폭스 뉴스’가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로저 에일스와 오라일리가 합의할 때면, ‘폭스 뉴스’가 합의금의 일정 부분을 회사 차원에서 내줬기 때문이다. 성폭력 문제 때문에 결국 ‘폭스 뉴스’를 떠나게 된 로저 에일스는 사실상의 해고를 당했지만 그 와중에도 4천만 달러의 거금을 받았고, 오라일리는 성폭력 혐의가 꾸준히 지속됨에도 얼마 전 ‘폭스 뉴스’와의 계약을 연장했다.


그나마 희망적인 소식이라면, ‘오라일리 팩터’의 광고가 끊기고 있다는 것이다. ‘CNN’은 오라일리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21개의 기업이 ‘오라일리 팩터’에서 광고를 뺐다고 보도했다. 21개의 기업에는 메르세데스 벤츠, 현대, BMW, 글락소스미스클라인 같은 회사들이 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폭스 뉴스’에 압박이 간다는 건 바람직하지만, ‘뉴욕 매거진’에 따르면 ‘폭스 뉴스’의 내부자들은 이런 보이콧이 외부에 보여주기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광고를 뺀 기업들이 결국엔 다른 시간대의 ‘폭스 뉴스’ 프로그램에서 광고를 집행하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오라일리의 성폭력 혐의를 두고 “그는 내가 잘 아는 사람이고, 좋은 사람”이라며, “그가 잘못된 일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명해지면, 여자들이 무슨 짓이든 하게 둔다”는 폭언을 한 사람 답다. 그리고 오라일리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트럼프와 ‘폭스 뉴스’의 두둔은 그의 엇나간 말을 현실의 악몽으로 만든다. 잘못한 이들은 계속해서 성공적인 경력을 이어가는데, 피해를 입은 이들의 경력은 끝장나고 만다. 이것이 무려 2017년의 현실이라는 게 서글플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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