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vs 나영석│① 예능 PD가 세월을 따라잡는 법

2017.04.11
10여 년 전, 한국 예능 PD계 양대 산맥은 김태호와 나영석이었다. KBS ‘해피선데이 – 1박 2일’(이하 ‘1박 2일’)은 최고 시청률 40% 이상까지 기록했고, MBC ‘무한도전’은 다른 방송에서 보지 못한 신선한 기획으로 호평을 받으며 시청률은 물론 예능으로서는 드물게 열성적인 팬덤을 형성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한국 예능 PD계의 양대 산맥은 여전히 두 사람이다. 

그러나 두 사람이 지금도 한국 예능 PD의 가장 앞자리에 있는 이유는 그때와 다르다. 때로는 서로가 서로의 위치를 바꾼 것처럼 보인다. 나영석 PD의 ‘1박 2일’은 누구나 접근하기 쉬운 여행과 음식, 그리고 단순한 게임이라는 요소를 통해 폭넓은 시청자층을 끌어안았다. 반복적인 포맷 안에 새로운 여행지와 먹거리, 그리고 소소한 게임의 결합은 일요일 저녁에 시청자들이 부담 없이 ‘1박 2일’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반면 김태호 PD는 비인기 종목에 주목한 ‘봅슬레이 특집’부터 추격전이라는 장르를 만들어낸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 등 에피소드마다 달라지는 포맷을 통해 시청자들이 보지 못했던 예능을 선보였다. 리얼버라이어티 쇼라는 개념 자체가 ‘무한도전’에서 탄생했다. 젊은 세대가 먼저 반응한 것은 당연했고, ‘무한도전’을 꾸준히 보지 않는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다는 반응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무한도전’은 마치 ‘지대넓얕’의 TV 버전처럼 대중에게 다양한 분야를 가볍게 소개하곤 한다. 웹툰이나 힙합이 10~20대에게 중요한 문화 콘텐츠가 되자 중년의 멤버들이 이를 배워나가거나, 때로는 역사 인식을 고취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만큼 타깃 시청자층의 연령대는 올라갔고, 동시에 10년 동안 쌓인 인지도는 다양한 시청자층이 볼 수 있는 범대중적인 소재를 다룰 수 있도록 한다. ‘무한도전’이 아니라면 최고의 인기 웹툰 작가들이나 인기 힙합 뮤지션들을 함께 출연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반면 나영석 PD는 tvN으로 이적 후 음식, 여행, 게임이라는 자신의 특징을 과거와 반대에 가까운 방향으로 활용한다. tvN ‘꽃보다 할배’ 시리즈는 예능 프로그램이 거의 조명하지 않았던 노년 배우들을 해외로 보내면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고, 이어서는 비슷한 포맷에 중년의 뮤지션, 젊은 배우들 등을 출연시킨 tvN ‘꽃보다 청춘’으로 같은 포맷이라도 출연자에 따라 다른 예능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tvN ‘삼시세끼’가 중년 연기자가 중심이 된 상태에서 젊거나 노년의 연예인들이 출연해 보다 폭넓은 시청자들을 끌어들였다면 tvN ‘신혼일기’는 이제 막 부부 생활을 시작한 커플을 다루면서 신혼 부부의 소통방식을 보여준다. ‘1박 2일’이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했다면, 나영석 PD가 중심이 된 tvN의 8개 예능 프로그램은 그들의 부분집합을 위한 방송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가장 범대중적인 예능을 만들던 나영석 PD가 특정 시청층의 욕망을 파악하는 일도 영리하게 해낸다는 것은 흥미로운 부분이다. 아름다운 휴양지 한복판에서 예쁜 식당을 운영하는 tvN ‘윤식당’은 정유미가 화장기 없는 얼굴로 자전거를 타고 재래시장에서 물건을 사거나 정유미의 얼굴을 본 일본인 관광객들이 ‘아시안 뷰티’라고 극찬하는 순간에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윤식당’의 닮은꼴로 지적되는 영화 ‘카모메 식당’이나 ‘안경’을 좋아할 법한 세대가 복잡하고 바쁜 일상을 떠나 소탈하게 살고 싶은 심리를 건드리는 것처럼, 나영석 PD는 프로그램에 따라 특정 시청자층이 좋아할 만한 디테일을 잡아낸다.

그들의 변화를 지상파와 케이블 TV라는 채널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결과적으로 나영석 PD는 케이블 채널의 예능 프로그램이 어떻게 시청자들을 모으는지 보여주는 반면, 김태호 PD와 ‘무한도전’은 이른바 ‘국민 예능’이 더 이상 나오기 어려운 시대에 남아 있는 ‘국민 예능’이 무엇에 초점을 맞추는지 보여준다. ‘윤식당’과 최근 ‘무한도전’의 ‘국민내각’ 에피소드는 두 프로그램의 현재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정치적 상황과 별개로 언제나 여행과 음식에 대한 즐거움을 전달하는 나영석 PD의 예능 프로그램은 지상파가 아닌 오락 전문 케이블 채널을 선택한 시청자를 위한 것이다. 반면 ‘무한도전’은 지금의 시국을 ‘국민내각’이라는 포맷으로 반영하면서 지금 가장 많은 사람이 관심 있는 동시에 지상파로서 공공성을 가질 수 있는 소재를 선택한다. 10년 전 이상으로, 두 사람은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가장 범대중적인 예능을 만들던 PD는 보다 구체적인 타깃층을 고려하고, 생소한 소재를 대중에게 소개하던 PD는 지금 사람들이 가장 관심 있는 소재를 다룬다. 그 과정에서 두 연출자에게는 새로운 문제점도 생긴다. 현재의 ‘무한도전’은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전제해야 가능한, 그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시민들의 반응으로 웃음을 만드는 ‘너의 이름은’ 같은 특집을 만들거나 진짜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정준하 대상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게임 ‘오버워치’를 하기까지 애를 먹는 멤버들의 모습은 대단한 도전을 하고 있는 ‘어른이’라고 귀엽게 포장되기도 한다. ‘무한도전’은 10년 이상 쌓은 영향력을 바탕으로 명확한 메시지를 주는 동시에, ‘무한도전이니까’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그들의 입장을 밀어붙이기도 한다. 그만큼 신선함은 부족해지고, 프로젝트의 규모만 커지기도 한다. 영향력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것과 자기연민을 시청자에게 어필하는 것 사이의 자리 찾기는 ‘무한도전’이 맞이한 새로운 숙제일지도 모른다.

한편 나영석 PD의 프로그램은 특정 시청자층을 노리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만큼 디테일한 내용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이전과는 다른 리스크를 관리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 편은 수영장에서 팬티를 벗고 노는 식의 민폐를 끼쳐 제작진이 공식 사과까지 했다. 기본적인 여행 에티켓의 결여를 청춘들이 보여주는 젊은 에너지라고 오해하면 타깃 시청자들이야말로 등을 돌릴 수 있다. ‘윤식당’은 해외에서 합법적으로 식당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현실적인 문제를 지운 후 낭만성만 극대화시키고, 조리모조차 쓰지 않는 위생 문제가 동종 업계 사람들에게 지적되기도 한다. 새로운 세대와 세계에 들어간다는 것은, 그만큼 그에 대한 이해와 조심성이 필수다. 그리고 이것은 40대가 된 두 PD들에게 놓인 새로운 숙제일 것이다. 전에 다루지 않았던 영역을 다루는 것이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무언가 메시지를 주는 것이든 과거보다 고려할 것이 훨씬 많아진다. 10년을 넘게 달려왔다. 그러나 미래로 가기 위해서는, 여전히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자신의 변화, 시대의 변화 사이에서 나름의 답을 찾으며 여기까지 온 두 연출자는 앞으로의 10년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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