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vs 나영석│② 김태호의 10년 vs 나영석의 10년

2017.04.11
김태호 PD와 나영석 PD는 MBC ‘무한도전’과 KBS [해피선데이] ‘1박2일’로 한국의 대표적인 예능 연출자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10년 후, 한 사람이 여전히 ‘무한도전’을 하는 사이 다른 한 사람은 소속을 옮겨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처음부터 한 번도 수렴한적 없던 두 사람의 길을 비교했다.

사회 이슈를 다루는 김태호 vs 여행과 음식을 다루는 나영석
김태호PD는 2009년 ‘박장군의 기습공격’에서 경제침체로 위축된 자영업자의 현실을 , ‘나비효과’에서는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일깨웠다. 역사 역시 꾸준히 다뤄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배달의 무도-하시마섬의 비밀’ 편은 제18회 국제엠네스티 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리고 7주간의 휴식기 이후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에피소드는 제목부터 ‘국민내각’이었다. 꾸준히 사회적 이슈나 곳곳에 풍자적인 요소를 넣었던 그는 ‘국민내각’처럼 이제 더 직접적으로 사회적 현안을 다룬다. 반면 나영석은 방송사도, 프로그램도 달라졌지만 초지일관 여행과 음식을 다룬다. ‘1박 2일’, ‘꽃보다’ 시리즈 등을 비롯해 ‘삼시세끼’, ‘신혼일기’, ‘윤식당’은 모두 음식과 여행을 다룬다. 프로그램에 따라 음식과 여행 중 어느 쪽에 초점을 맞추느냐가 달라지는 정도. 그 과정에서 ‘삼시세끼’처럼 차승원과 유해진의 정서적 교류가 두드러지거나, ‘꽃보다 청춘’의 노배우들처럼 인생의 활력을 찾는 모습이 프로그램의 메시지가 되기도 한다. 김태호 PD가 ‘무한도전’이 가진 영향력으로 대중에게 보다 직접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면, 나영석 PD는 세분화된 프로그램들만큼 다양한 시청자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소재를 통해, 그들 각각이 몰입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낸다. 

정멤버를 중시하는 김태호 vs 새 인물을 발굴하는 나영석
지난 2월 18일 방송된 ‘무한도전’의 ‘레전드-캐릭터쇼’ 편에서는 ‘정총무가 쏜다’, ‘박장군의 기습공격’, ‘언니의 유혹’, ‘무한상사’, ‘명수는 12살’ 등이 TOP5로 뽑혔다. 이는 김태호 PD가 멤버들의 사적인 발언이나 특징들을 놓치지 않고 캐릭터로 발전시킨 기획으로, 고정 출연자들이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무한도전’에 특화된 기획이라 할 수 있다. 반면 나영석 PD는 ‘1박 2일’ 시절을 제외하면 매 프로그램마다 새로운 인물들을 캐스팅한다. CJ E&M으로 이적한 뒤 tvN ’꽃보다 할배’에서는 노배우들을 섭외했고, 이어 ‘삼시세끼’의 차승원, ‘윤식당’의 윤여정 등 배우들의 새로운 면모를 발굴하는데 능하다. 김태호 PD가 10여년 동안 같이 해온 사람들의 면면을 잘게 쪼개 가면서 프로그램을 끌고 간다면 나영석 PD는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신선한 면모를 찾아낸다. ‘무한도전’만 하는 김태호 PD와 여러 프로그램을 시즌제로 하는 나영석 PD의 차이. 

익숙해진 김태호의 연출 vs 달라지려는 나영석의 연출
‘무한도전’은 예능 프로그램의 신기원이었다. 2008년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처럼 추격전이라는 장르 하나를 만드는 한편,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대결을 감각적인 교차편집으로 예능 프로그램에 드라마나 영화 이상의 긴박한 호흡을 담아냈다. 또한 과거의 슬랩스틱 코미디를 새롭게 해석해 ‘큰웃음’을 주는 능력은 김태호 PD에게 ‘천재’라는 수식어까지 붙게 했다. 반면 나영석PD의 연출은 ‘1박 2일’ 시절 매우 느리고 친절한 호흡을 보여줬다. 여행지를 배경으로 하되 게임을 하고 음식을 먹는 구성은 폭 넓은 시청자에게 편안하게 다가왔다. ‘무한도전’이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강력한 마니아층을 얻고, ‘1박 2일’이 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이유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나면서 두 사람의 스타일은 달라졌다. ‘무한도전’의 ‘산타 아카데미’는 과거 MBC ‘느낌표’의 ‘칭찬합시다’에서 출연자만 바꾼 것처럼 익숙한 진행과 한층 느린 편집을 보여줬고, 역사와 힙합을 결합할 때는 설민석 강사의 역사 강의에 장엄한 음악을 까는 등의 연출로 많은 사람들이 강의에 쉽게 감정이입하도록 만들었다. 반면 나영석 PD는 드론을 활용하거나, 캠코더로 찍은 듯 인물의 일부가 잘리는 화면도 과감하게 넣는다. 또한 인터넷으로 먼저 공개되는 ‘신서유기’는 마치 인터넷 방송처럼 보다 직설적인 자막과 거친 질감의 화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해볼만큼 해 본 김태호 PD는 느려졌고, 과거보다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게 된 나영석 PD는 이제 새로운 것들을 해보고 있다. 그것이 과해 종종 ‘오글’거릴 때도 있지만. 

장수예능을 만드는 김태호 vs 시즌제예능을 만드는 나영석
김태호PD는 12년 동안 ‘무한도전’ 하나를 만들었다. 결국 그는 지난해 방송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우리(제작진)가 시청자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요즘처럼 아이템 내기 어렵고, 예능이 이슈가 되지 않는 시기는 처음이다”라는 어려움을 토로했고, 7주간 휴식을 갖기도 했다. 한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만들면서 생긴 영향력은 ‘무한도전’이라는 이름하에 어떤 소재든, 누구든 초대할 수 있도록 했지만, 반면 창작성을 함께 고갈시켰다. 7주만에 돌아온 첫 방송 ‘대결 하나마나’편은 멤버들의 사소한 내기를 2주간에 걸쳐 내보냈지만, 중년이 된 멤버들의 놀이는 과거의 ‘도전’에 비해 힘이 떨어져 보였고, 국회의원까지 초대하며 사회적 이슈를 토론한 ‘국민내각’은 4개월이라는 준비기간이 무색할 만큼 별다른 반응을 끌어내지 못했다. 반면 나영석 PD는 CJ E&M 이적 후 매년 새로운 포맷의 프로그램을 만들며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는 중이다. 음식과 여행이라는 테마는 반복되지만 여러 시즌제 예능 프로그램이 방송되면서 진부함을 덜어내고, 새롭게 캐스팅되는 인물들은 나영석 PD의 예능 프로그램들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시즌제 예능에 대해 나영석 PD는 “연출자 입장에서 단점은 없고, 너무 짧게 끝난다는 면에서 시청자들이 보시기에 아쉬운 면이 있을 거라 생각([스포츠조선 2015.12])”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피로감은 적고,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있는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신서유기’처럼 인터넷과 결합하는 등 새로운 시도도 가능하다. 김태호 PD는 ‘무한도전’ 하나를 유지하며 한국에서 가장 거대한 예능 프로그램의 창조자가 되었다. 반면 나영석 PD는 여러 프로그램을 만들며 어떤 시청자든 그 중 하나는 보게 만든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무엇이든 해볼 만큼 해본 그들의 선택은 그들에게 어떤 결과를 안겨주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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