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This is it

콜드플레이 공연에 갔다

2017.04.17
록밴드 콜드플레이가 2015년 12월 발표한 앨범 ‘A head full of dreams’는 2016년 한국의 음악산업 관련 데이터를 집계하는 가온차트의 연간 음반 차트 100위 안에 들지 못했다. 연간 디지털 음원 차트 100위 안에도 한 곡도 들어가지 못했다. 반면 지난 15,16일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그들의 내한 공연은 9만명이 관람했다. 마이클 잭슨의 내한 공연 당시 기록했던 7만 6천여명을 넘어서는 수치다. 콜드플레이는 마이클잭슨처럼 한국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것도, 비틀즈의 멤버였던 폴매카트니처럼 모든 세대에게 전설로 통하는 존재도 아니다. 15일 공연의 경우 콜드플레이의 노래에 관객 대부분이 ‘떼창’을 한 순간은 전세계적인 히트곡 ‘Viva la vida’의 후반부 정도였다. 공연장의 관객들이 그들의 곡 대부분을 알고 있다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콜드플레이를 모른다 해도 콜드플레이의 내한공연은 돈이 아깝지 않을 이벤트다. 그들은 2016년 슈퍼볼 행사에서 비욘세, 브루노마스와 함께 공연했다. ‘A head full of dreams’의 ‘Hymn for the weekend’는 비욘세와 함께 했고, 최근에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프로듀싱 팀 중 하나인 체인스모커스와 ‘something just like this’를 함께했다. 단지 인기있는 록밴드가 아니다. 그들은 2000년대 록음악을 대표하는 존재고, 동시에 지금도 트렌드의 중심에 있다. 내한 공연을 주최한 현대카드의 첫 공연 CF에는 ‘Viva la vida’의 ‘떼창’ 부분이 BGM으로 사용됐다. 유튜브로 팝음악을 검색해봤다면 모를 수 없는 밴드의 노래를 한국의 대형 스타디움에서 ‘떼창’으로 부를 수 있는 순간. 이 CF의 카피 ‘너무 늦어서 미안’은 단지 콜드플레이의 내한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떼창’하기 좋은 곡을 전세계적으로 히트 시킨 록밴드가 한 시대를 대표하는 위치에 오른 그 때 하는 내한 공연을 볼 확률은 매우 낮다. 콜드플레이의 티켓값은 콜드플레이를 보는 것 뿐만 아니라, 그 경험의 가치가 포함됐다 해도 좋을 것이다.

주최측은 관객들에게 그들의 조종에 따라 빛깔이 바뀌는 팔찌를 나눠주었다. 회당 4만 5천명 정도의 사람들이 같은 불빛을 내는 것은 그 자체로 장관이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에는 대형 불꽃놀이가 이어졌다. 관객 스스로가 대형 퍼포먼스의 일부가 될 수 있고, 도심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쇼를 즐길 수도 있다. ‘Viva la vida’처럼 목청 높여 노래를 부를 순간도 있다. 관객들이 구체적으로 이런 순간들을 기대하며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콜드플레이의 월드투어가 이런 연출로 이뤄진 것은 중요하다. 인스타그램에서 ‘#coldplayseoul’ 같은 해쉬태그를 검색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콜드플레이의 공연에 자신이 있었음을 기록하는 사진과 영상을 올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SNS상에서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 자체가 어떤 의미인지 전달할 수 있는 이벤트라는 것은, 지금 스타디움 공연의 가치 중 하나다. 좋아하는 곡을 듣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따라하고 열광하는 것으로도 안 된다. 2017년에 전 세계 어디서든 스타디움 공연을 하는 밴드는, 그에 상응하는 경험을 준다. 4월 16일 공연에서 콜드플레이가 공연 중 4만명 이상이 한꺼번에 세월호의 희생자들을 추모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 것까지. 

2010년대의 사람들은 대부분 음악을 곡 단위로, 스트리밍을 통해 듣는다. 뮤지션의 앨범에 담긴 모든 수록곡 중 대부분은 열성팬 외에는 전달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반면 오프라인 음반 판매의 수익이 줄어드는 대신 공연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단적으로 한국에서도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리는 뮤지션은 빅뱅과 동방신기처럼 해외까지 돔투어가 가능한 팀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뮤지션이 스타디움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과거보다 훨씬 다양한 전제조건들이 필요해진다. 콜드플레이는 공연 후반부에 ‘Viva la vida’로 모든 관객에게 ‘떼창’의 시간을 주는 동시에 ‘In my place’, ‘Fix you’처럼 서정적인 그들의 초기 히트곡을 부르기도 했으며, 막판에는 ‘Something just like this’로 관객이 곡을 모른다 해도 클럽처럼 신나게 놀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 이런 레퍼토리가 가능하려면 그들의 공연이라면 무조건 볼만한 팬들을 만들어낼 앨범들, 누구나 따라부를 수 있는 히트곡, 트렌드를 놓치지 않는 새로운 싱글들을 꾸준히 내놓는 작업이 모두 필요하다. 한국에서 9만명이 콜드플레이의 공연을 본 것은, 이 모든 활동의 결과다. 스트리밍과 SNS시대의 세계 표준은 그렇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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